🙋♂️ OTT 연구소입니다. 한 주 잘 보내셨나요?
3월이 지나고 4월의 길목에 선 한 주입니다. 날씨가 너무 좋은데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이 뿌여네요. 그래도 비 오기 전에 벚꽃을 보려고 집 근처 벚나무 아래에 가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맘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때쯤 결혼한 절친, 헤어졌던 옛 연인, 그리고 4월 1일 거짓말처럼 우리 곁은 떠난 그 사람, 배우 장국영입니다. 2003년 4월 1일, 이제 그가 떠난 지 햇수로 18년이 되었네요. 그가 떠난 빈자리는 여전히 크지만 주옥같은 작품은 우리 곁에 남아 있네요. 동네의 여러 극장에서 그를 기리는 특별전이 계획 중이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보고서에서는 4월 1일, 그 특별한 날에 그의 작품과 함께하시길 바라며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 장국영이라는 남자
1956년에 태어나 2003년에 사망한 장국영. 그가 살아있었다면 올해 한국 나이로 66세가 됩니다. 70대를 바라보는 그를 상상하기 쉽지 않네요. 그의 출연작을 나열하기엔 너무 작품이 많아서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 중심으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1977년부터 배우 활동을 해왔지만 1985년 <영웅본색>에서 송자걸 역할로 나오면서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우리나라 영화 팬들에게 그의 이름이 새겨진 것도 이때죠. 그 이후 <영웅본색2>, <천녀유혼>이 초대박 흥행을 하면서 그의 입지가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1990년 장국영은 왕가위 감독을 만나게 됩니다.
🕶 왕가위의 페르소나
'스타일리시(stylish)'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감독을 한 명 뽑으라고 한다면 전 주저하지 않고 왕가위 감독에 표를 던질 겁니다. 단순히 아름다움과 세련됨을 넘어 자신만의 색채와 화면을 작품 속에 구현했던 왕가위 감독은 소수의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그들의 연기에 자신의 생각을 녹여냈습니다. 장국영도 그중 하나죠.
단단한 대나무 같은 청춘, 유덕화
1988년 영화 <열혈남아> 주연으로 발탁된 유덕화는 왕가위 감독과 만납니다. 이 작품은 시나리오만 써오던 그가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기도 하죠. 그는 이 작품과 <아비정전> 두 편의 영화에서 왕가위 감독과 함께 합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유덕화는 '단단한 대나무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수많은 역경과 고난이 그를 덮쳐도 그 모든 걸 견딜 수 있는 사람. 대나무 마디가 깨지고 쪼개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캐릭터가 바로 유덕화가 선보인 캐릭터였죠.
고독한 젊음의 초상, 장국영
제임스 딘이라고 하면 반항적이고 거친 느낌의 20대, 청년의 느낌이 듭니다. 반면 장국영은 비슷한 느낌인 동시에 더 외롭고 쓸쓸해 보이죠. 상처받지 않을 것만 같은 유덕화와 달리 '상처'라는 단어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캐릭터를 연기한 장국영. 아비(아비정전), 구양봉(동사서독), 하보영(해피투게더) 캐릭터는 하나같이 바람에 흩날리며 깨지고 가루가 되어 산산이 흩어질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아비정전>과 <동사서독>, <해피투게더> 세 편의 영화에서 왕가위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그의 페르소나가 되죠.
고통 속에 몸부림치면서 이를 견뎌내는 중년, 양조위
<아비정전> 마지막 장면에 등장했던 양조위는 원래 <아비정전 2>의 주인공으로 내정돼 있었습니다. 아비정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차기작 주인공이 물 건너 갔지만, 이후 그는 왕가위의 또다른 페르소나로 활동하면서 필모그래피를 함께 하게 됩니다.
<중경삼림>, <동사서독>,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2046>, <일대종사>까지 나이가 들어가는 왕가위 감독처럼 양조위 역시 해를 지날수록 잘 익은 연기를 선보였고, 그렇게 중년의 페르소나가 되었죠.
양조위가 연기했던 캐릭터들도 수많은 고통과 역경을 겪습니다. 유덕화처럼 강하지도 않고, 장국영처럼 처연하지도 않지만 양조위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그 아픔까지 사랑하며 가슴 속에 묻어둔 채 살아갑니다. 그리고 시간이 견뎌내며 조금씩 그 아픔을 지워가는 모습을 보여주죠.
🎞 왓챠와 왕가위 리마스터링 작품
이달 10일 왓챠에서는 4K로 리마스터링된 왕가위 감독의 작품들을 공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리마스터링, 즉, '디지털 리마스터링(Digital Remastering)'이라고 하면 '필름 영화의 화질·음향 등을 조절해 아날로그 필름으로 촬영했던 영화를 디지털로 새롭게 바꾸는 작업'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과거 필름 촬영 작품들을 좀 더 나은 화질로, 현재 디지털 형식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의미하죠. 이번 작업은 이탈리아의 필름 복원사 림마진 리트로바타(L’Immagine Ritrovata) 필름 연구소에서 이뤄졌습니다.
왕가위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번 리마스터링 작업에 관한 소감을 남겼습니다.
- <중경삼림>, <화양연화>, <해피 투게더>, <타락천사>, <2046>, <동사서독 리덕스> 여섯 작품의 리마스터링 버전이 공개됐습니다
- <아비정전>, <일대종사>, <열혈남아>는 원작 버전을 왓챠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그 외 <성월동화>, <백발마녀전>, <용호상조> 등 왕가위 감독과 함께 작업하지 않은 작품들도 왓챠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비정전>은 넷플릭스에도 있네요
📽 리마스터링 작품과 장국영 출연작에 관한 짧은 후기
리마스터링된 모든 작품을 보진 못했지만 그 가운데 <동사서독 리덕스>와 <해피 투게더>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리마스터링 작품 후기
- 화면이 확실히 선명해졌다. 색상, 배우들의 선, 장면의 전환도 자연스러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 기존 작품과 차이가 나진 않는다. 같은 영화로 만든 것이고 디지털 작업만 했기에 작품 자체에는 차이가 없다
- 다만, 아날로그적인 노이즈와 흐릿한 화면, 번지는 듯한 색상과 조명의 느낌은 줄어들고 선명하고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깜박이던 백열등에서 LED 형광등으로 교체한 느낌이랄까.
- <동사서독>을 재편집한 <동사서독 리덕스>의 경우, 원작 <동사서독>, 재편집한 <리덕스> 모두 화면의 노이즈가 심하고 흐릿한 이미지가 많았다. 반면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친 쪽은 보기에 훨씬 나았다
- <해피투게더>에서도 초반의 흑백 영상, 중후반의 붉은빛이 돌던 영상이 번진다는 느낌보다 선명했다는 느낌을 줬다
🎥 추천하는 장국영 출연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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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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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어
오브레어 발행하는 레어라고 합니다!! 저의 이번 주 주제도 장국영이어서 왠지 통한 것 같은(?!) 혼자 반가움에(?!) 댓글 남겨요 ㅎㅎ 4월을 맞아서 리마스터링된 작품들 한 번 쭉 보아야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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