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 완성되는 듯 보이지만, 진짜 사진은 그보다 앞서 시작된다.
얼마나 많은 빛을 받아들일 것인가?
움직이는 피사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어두운 곳에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 속을 휘젓고 다니게 된다. 그렇다면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조리개(Aperture), 셔터 속도(Shutter Speed), ISO 감도다.
이 세 가지는 노출(Exposure)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우리가 사진을 ‘어떻게’ 찍을지를 설계하게 해준다.
사진가들 사이에서는 이것을 흔히 노출의 삼각형(또는 노출의 3요소, Exposure Triangle or Three Elements of Exposure)이라 부른다.
🔸 조리개(Aperture): 빛과 초점의 문
조리개는 카메라 렌즈 안의 원형 구멍(혹은 원과 비슷해 보이는 다각형)이다. 이 구멍이 열리고 닫히며 카메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한다.
조리개 값은 f/2.8, f/4, f/8, f/16처럼 표시되는데, 숫자가 작을수록 더 많이 열려 더 많은 빛이 들어온다.
조리개는 빛의 양만 조절하지 않는다. 동시에 ‘심도(depth of field)’, 즉 배경 흐림 정도도 조절한다.
예를 들어 f/1.8처럼 넓게 열면 피사체만 또렷하고 배경은 흐릿한 사진이 된다. 인물 사진에 자주 쓰인다.
반대로 f/11 이상처럼 조이면 배경까지 모두 선명하게 나온다. 풍경 사진에서 유용하다.
🔸 셔터 속도(Shutter Speed): 시간의 흐름을 통제하는 힘
셔터는 카메라 센서를 얼마나 오래 열어둘지를 결정하는 장치다.
속도가 빠르면(예: 1/1000초) 찰나를 포착할 수 있고, 느리면(예: 1초 이상) 움직임이 흐릿하게 표현된다.
- 빠른 셔터: 날아오르는 새, 점프하는 사람, 떨어지는 물방울
- 느린 셔터: 야경의 자동차 불빛, 흐르는 폭포, 별 궤적
셔터 속도는 사진의 분위기와 리듬을 만드는 중요한 수단이다.
멈출 것인가, 흐르게 둘 것인가. 이 단순한 선택 하나가 사진 전체의 느낌을 바꾼다.
📌 기억하기
셔터는 시간을 얼리거나 흐르게 만든다.
순간을 잡을 것인가, 흐름을 보여줄 것인가?
🔸 ISO 감도: 빛이 부족한 곳에서의 대처법
ISO는 카메라 센서가 빛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뜻한다.
숫자가 낮을수록(예: ISO 100) 빛에 덜 민감하고, 높을수록(예: ISO 3200) 민감해진다.
어두운 실내나 야간 촬영 시 ISO를 높이면 밝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감도를 너무 높이면 사진에 노이즈(거친 입자)가 생기기 쉽다.
따라서 ISO는 빛이 충분할 땐 낮게, 빛이 부족할 땐 적절히 높게 설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 기억하기
ISO는 빛이 부족할 때의 조력자지만, 남용하면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 노출 삼각형(Exposure Triangle)
이 세 가지 요소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하나를 바꾸면 다른 두 개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 조리개를 넓히면 셔터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
- ISO를 낮추면 셔터나 조리개를 더 열어야 한다.
- 셔터 속도를 늦추면 삼각대가 필요할 수도 있다.
사진이란 결국, 이 세 가지 중 어떤 것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연속이다.
🧭 정리: 감성은 셔터에서 시작되지만, 결정은 노출에서 시작된다
사진은 예술이다.
하지만 그 예술을 완성하기 위해선 기술이란 토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빛을 받아들이는 방식, 움직임을 어떻게 표현할지, 어두운 곳에서도 찍을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사진은 예측 불가능한 실패가 아니라 의도적인 선택이 된다.
당신의 감성에 기술이 더해질 때, 사진은 비로소 당신의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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