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6호. 렌즈와 거리: 사진 속 시선의 물리학

사진에서 렌즈는 단순한 장비가 아니다.

2025.06.26 | 조회 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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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는 시선의 거리를 결정하는 도구이자,

사진가와 피사체 사이의 관계를 설계하는 언어다.

똑같은 사람을 찍더라도, 멀리서 찍느냐 가까이서 찍느냐에 따라

그 사람과 내가 어떤 감정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오늘은 그 물리적 거리와 감정의 간격 사이를 함께 탐험해보자.


🔍 초점거리(Focal Length)란?

렌즈에는 24mm, 50mm, 85mm 같은 숫자가 붙어 있다.

이건 단순히 화면에 얼마나 담을 수 있느냐가 아니다.

  • 광각렌즈(24mm 등)는 넓은 풍경을 담되, 가까운 물체는 왜곡되어 크고 멀어 보인다.
  • 표준렌즈(50mm)는 우리 눈과 가장 비슷한 시야를 보여준다.
  • 망원렌즈(85mm 이상)는 멀리 떨어져 찍지만, 피사체를 당겨 보여줘 배경이 압축된다.

🔧 하지만 중요한 건 수치가 아니라, 이 수치가 전달하는 감정이다.


🧍‍♂️ 거리란 감정이다

사진에서의 ‘거리’는 공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카메라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에 따라 그 장면을 어떻게 느낄 것인가가 결정된다.

  • 멀리서 찍으면 피사체는 고립되거나 관찰된다.→ 객관적, 때로는 냉정한 느낌
  • 가까이 다가가면 피사체는 생생하고 감정적으로 느껴진다.→ 따뜻하거나, 침입적으로도 보일 수 있다

결국 사진은 “어디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기록이다.


🧑‍🎨 시선의 거리감을 보여주는 두 명의 작가

📷 1. Robert Frank – 멀찍이서 바라보는 거리의 미학

Robert Frank
Robert Frank

1950년대, 미국을 자동차로 여행하며 찍은 『The Americans』는

전후 미국 사회를 한 발짝 떨어져 관찰하는 시선으로 기록했다.

  • 거리 유지: 그는 인물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멀리서 바라본다.
  • 렌즈 선택: 35mm 광각 렌즈로 전체 풍경 속 인간을 배치
  • 감정적 거리: 그의 사진은 고독하고, 때로는 냉소적이다.관찰자인 그는 그저 바라볼 뿐이다.
The Americans 중 일부
The Americans 중 일부

“I leave people alone, and photograph them as they are.” – Robert Frank

📸 사진을 본다는 것은 타인을 해석하는 일이다.

그는 결코 감정을 덧붙이지 않는다. 대신 거리를 유지한 채, 삶을 지켜본다.


🤝 2. Nan Goldin – 바짝 다가가고, 함께 살아내는 사진

Nan Goldin
Nan Goldin

반면, Nan Goldin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찍는다.

연인, 친구, 자신을 찍으며 삶의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 밀착 촬영: 인물 옆, 혹은 침대 위에서 함께 호흡하는 거리
  • 표준 렌즈: 35mm, 50mm 렌즈로 우리 눈과 같은 거리에서 순간을 포착
  • 정서적 밀착: 카메라는 타인이 아닌 동료이며, 공동체의 기록자
The Ballad of Sexual Dependency
The Ballad of Sexual Dependency

“I don't shoot what it looks like, I shoot what it feels like.” – Nan Goldin

📸 그녀의 사진은 날 것의 감정이다.

울고, 웃고, 싸우고, 사랑하는 장면들이 그대로 흘러나온다.


🧭 그래서 우리는 어디서 찍을 것인가?

사진을 찍는다는 건 결국 이런 질문이다:

“나는 이 장면을 어떤 거리에서(혹은 어떤 렌즈로) 바라보고 싶은가?”

“나는 이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가?”


🛠️ 실전 팁: 거리와 렌즈를 다뤄보자

렌즈 초점거리추천 상황느낌/효과
24–35mm 광각거리 풍경, 다큐시원함, 주변 정보 강조, 거리감
50mm 표준일상, 인물우리 눈과 비슷한 시야, 자연스러움
85mm 이상 망원클로즈업, 감성 인물배경 압축, 피사체 고립, 친밀함 강조

💡 팁: 줌렌즈에 의존하지 말고 몸을 움직여보자.

발로 가까이 가는 ‘발줌’은 당신의 시선을 더욱 정직하게 만들어준다.


🧪 거리감 실습 가이드: 같은 장면, 다른 거리로 찍어보자

📸 아래의 실습은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핵심은 렌즈가 아닌, 내 발로 움직이며 피사체와의 감정적 거리를 바꿔보는 것입니다.


📍 실습: 인물 혹은 정적인 오브제를 대상으로

  1. 먼 거리 (약 3–5m)
  2. 중간 거리 (1.5–2m)
  3. 아주 가까운 거리 (0.5m 이내)

💡 팁:

  • 한 번은 광각(24–35mm), 한 번은 표준(50mm), 한 번은 망원(85mm)으로 같은 장면을 촬영해 비교해보세요.
  • 꼭 인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커피잔, 의자, 창문처럼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오브제를 선택해도 충분합니다.

🎯 마무리: 시선은 렌즈로 시작되지만, 거리로 완성된다.

카메라를 든 당신은, 그냥 찍는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은 거리의 연출자이며, 시선의 설계자입니다.

📍 렌즈는 시선의 언어이고,

📍 거리감은 감정의 밀도입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진은 ‘기록’에서 ‘공감’이 되고,

멀리 물러설수록 사진은 ‘해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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