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신당동에 문을 연 '이에즈(iyèz)'를 방문했습니다. 매장 휴무일이었음에도 대표님께서 흔쾌히 시간을 내어주셨습니다.
이에즈는 단연 주목할 만한 신예입니다. 오픈과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흔히 말하는 '터진 집'이죠. 방문 전 네이버 플레이스와 블로그를 살펴보니, 오픈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미 엄청난 속도로 성장 중인 매장이라는 것을 고객들의 반응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대표님도 이런 뜨거운 반응에 놀라셨다고 합니다. 이제는 매장 오픈 전부터 줄을 서는 손님들도 생겼다고 하는데요. 반지하에 위치한 이 작은 공간이 어떻게 이토록 강력한 흡입력을 갖게 되었는지,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호기심이 솟아올랐습니다.
휴일임에도 대표님께서 직접 음료를 만들어주셨습니다. 메뉴판을 보는 순간, 이 매장이 커피가 아닌 티(Tea)에 집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흔히 아는 우려낸 차가 아닌, '칵테일'에 가까운 독특한 접근법이었습니다. 생소한 조합의 음료들을 보며 '아, 이거 다 먹어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요즘 카페에 가서 새롭다거나 궁금하다는 감정을 느끼기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익숙한 메뉴들이거나, 맛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것들이죠. 하지만 이에즈의 메뉴 구성은 완전히 다릅니다. 맛을 예측하기 어려운, 새롭게 설계된 경험을 제공하기에 메뉴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허니 토마토 피즈'를 주문했습니다. 처음엔 '꿀토마토'라는 이름에서 이자카야에서 먹는 듯한 맛을 예상했으나, 첫 모금에 완전히 다른 맛에 놀랐습니다. 대표님이 설명해주신 맛의 뉘앙스가 정확히 느껴졌고, 무엇보다 맛 자체가 뛰어나서 또 한번 놀랐습니다.
이 경험은 얼마 전 상해에서 방문했던 'o.p.s'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때도 똑같이 세 번 놀랐기 때문입니다. 방문 시기가 2주 차이밖에 나지 않아 ops의 음료 기억이 선명했습니다. ops의 음료는 '커피로서 훌륭하냐'고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만, '음료 자체로 맛있고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단연 그렇다고 답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 상해의 o.p.s가 궁금하다면 이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가장 즐거웠던 건 '커피의 뉘앙스'를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ops가 혁신적이라 평가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커피를 음료의 한 재료로만 다루며, 맛과 향 사이에 숨어있는 '커피'를 찾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죠.
이에즈의 허니 토마토 피즈도 이와 비슷하지만, 재료와 뉘앙스는 확연히 한국적입니다. 잘 음미하면 오미자 같은 맛도 느껴집니다. 평소 음료를 아까워하며 한 모금씩 음미하며 마신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날만큼은 천천히 맛을 음미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음료를 다 마시고 바로 든 생각은 '다른 메뉴도 꼭 마셔봐야겠다'였습니다.
오픈 한 달도 안 된 매장이 이런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이 놀라워 대표님께 여쭤보니, 매장의 컨셉부터 인테리어, 메뉴 구성까지 모든 것을 준비하는 데 1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과정에서 대표님이 직접 각 분야 전문가들을 발굴해 팀을 구성했다는 점입니다. 마치 성공적인 초기 스타트업의 팀 빌딩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런 접근법이 F&B 업계에서는 흔치 않은데, 이에즈 대표님이 유명 F&B 플랫폼 서비스에서 마케터로 일하셨던 스타트업 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새로운 시각과 린(Lean)한 접근이 만나 이에즈가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정말 기대됩니다.
이미 웨이팅이 상당한 공간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신선한 음료 경험과 함께 이 브랜드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으신 분들께 방문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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