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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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 젠슨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에어포스원에서 내렸어요. 장소는 베이징이었어요. 8년 6개월 만의 미중 정상회담에 동행한 거예요.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5월 23일, 그는 타이베이 송산공항에 전용기로 도착했어요.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야쿠르트를 나눠주면서요.
한 CEO가 10일 사이에 미중 갈등의 양쪽 수도를 모두 방문했어요. 이건 컴퓨텍스 참석 일정이 아니에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엔비디아는 지금 미국(규제자)·중국(구매자)·대만(생산자)이라는 서로 충돌하는 세 시장을 동시에 관리하는 전례 없는 줄타기를 하고 있고, 그 비용이 구체적인 숫자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 베이징에서 타이베이까지, 10일의 동선
먼저 지난 열흘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짚어볼게요.
5월 13일, 백악관은 젠슨황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동행한다고 확인했어요. 알래스카에서 에어포스원에 합류한 젠슨황은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이징까지 함께 이동했어요.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민간 기업 CEO가 전용기에 동승하는 건, 그 자체로 강한 정치적 신호예요.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두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어요.
첫째, 엔비디아의 H200 칩 대중 수출을 공식 재확인했어요. 지난해 12월에 허가를 발표했지만 양국 규제 문제로 실제 출하가 이뤄지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거든요. 젠슨황은 올해 GTC 2026에서 "중국 고객으로부터 H200 구매 주문을 받았고, 제조를 재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요.
둘째, 대만을 향한 신호가 있었어요.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에게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직접 물었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트럼프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상세히 논의했다면서도, 결정은 자신이 할 것이라고 했어요.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의 한 조언자는 "이번 방중은 대만이 5년 내 테이블 위로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는 신호"라고 평가했어요.
그리고 열흘 뒤, 5월 23일. 젠슨황이 타이베이에 도착해서 꺼낸 첫 마디가 이거예요.
"Vera Rubin은 대만 공급망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제품이 될 겁니다."
이 두 방문을 따로 떼어놓으면 각각 일상적인 외교 행사와 기술 행사예요. 하지만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 보면, 엔비디아가 놓여 있는 구조적 딜레마가 선명해져요.
🔺 세 개의 시장, 세 개의 딜레마
엔비디아가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세 시장은 각각 완전히 다른 것을 원하고 있어요.
미국 🇺🇸 "팔되, 우리 허가 없이는 안 돼"
미국 정부는 2022년부터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왔어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엔비디아는 중국 전용 성능 제한 칩 H20을 별도로 개발해야 했을 정도예요. 트럼프가 이 흐름을 부분적으로 번복한 게 H200 수출 허가인데, 조건이 까다로워요.
매출의 25%를 미국 정부에 수수료로 납부해야 하고, 상무부가 승인한 고객에게만 판매할 수 있어요. 자국 기업의 해외 매출에 이런 형태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에요. 관세가 아니라 일종의 '수출 허가료'인 셈이에요. 그리고 블랙웰이나 차세대 루빈 칩은 여전히 수출 금지 대상이에요.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이 있어요. 미 외교안보 전문지 CFR(외교관계위원회)의 마이클 호로위츠 연구원은 이번 H200 허가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의 1기 때 만든 수출 통제 체계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고 분석했어요. 안보와 산업 이익 사이에서 미국 정부 자체도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중국 🇨🇳 "사되, 국산이 안 될 때만"
재미있는 건 중국의 반응이에요. 미국이 문을 열었는데, 중국이 스스로 문을 좁히고 있어요.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규제당국은 H200 구매 시 "국산 칩으로 충족할 수 없는 이유"를 소명하는 승인 절차를 논의하고 있어요. 공공 부문은 엔비디아 하드웨어 구매를 아예 금지할 수도 있다고 해요. 젠슨황 스스로도 실적 발표에서 "수출 규제로 중국 AI 시장을 사실상 화웨이에 넘겨줬다"고 인정했어요.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같은 빅테크들은 이미 추론[1] 워크로드 일부를 화웨이 어센드(Ascend) 칩으로 전환했어요. 다만 대규모 모델 훈련[2]에는 여전히 엔비디아 GPU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2025년 들어 95%에서 급락했다는 젠슨황 본인의 발언이 이 상황을 압축해요.
대만 🇹🇼 "만들되, 새어나가지 않게"
대만은 엔비디아 칩의 핵심 생산 기지예요. TSMC가 3nm 공정으로 루빈 GPU와 Vera CPU를 제조하고, 100~150개 대만 협력사가 Vera Rubin 플랫폼[3]에 참여해요. 젠슨황은 "하반기 대만 공급망이 매우 바빠질 것"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대만은 동시에 칩 밀수 차단의 최전선이기도 해요. 젠슨황이 도착하기 이틀 전인 5월 21일, 대만 검찰이 사상 첫 반도체 밀수 단속에 나섰어요. 12곳을 압수수색하고, Super Micro 서버에 탑재된 엔비디아 칩을 위조 서류로 중국·홍콩·마카오에 불법 수출한 혐의로 3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어요.
이건 작은 사건이 아니에요. 올해 3월 미국 법무부가 Super Micro 공동창립자를 $25억(약 3.5조 원) 규모 AI칩 밀수 혐의로 체포한 사건과 직접 연결되거든요. 기소장에 따르면, 이 밀수 조직은 2024~2025년 사이 동남아시아 중개업체를 통해 엔비디아 칩이 탑재된 서버를 조직적으로 중국에 유출했어요.
💰 줄타기의 비용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 줄타기에는 이미 구체적인 비용이 붙기 시작했어요.
매출 구조의 불확실성부터 볼게요. 엔비디아의 연간 매출 가이던스 $780억에는 H200의 중국 매출 회복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애널리스트들은 수출 프레임워크가 정상 작동하면 연간 $35~40억(약 5~5.6조 원)의 추가 매출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중국 정부의 자체 규제와 밀수 리스크 때문에 실현 시점은 불투명해요.
다음은 컴플라이언스 비용이에요. 젠슨황은 대만 도착 직후 Super Micro 밀수 사건에 대해 "엔비디아는 모든 파트너에게 규정을 철저히 설명한다"면서도 "결국 Super Micro는 자기 회사를 스스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어요. 규정 준수 책임을 파트너에게 넘기는 뉘앙스인데, 밀수되는 건 엔비디아의 칩이니까 브랜드 리스크는 결국 엔비디아가 져요. 대만까지 단속에 나서면서, 공급망 모니터링 비용은 앞으로 더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메모리 인플레이션이라는 복병도 있어요. 젠슨황은 대만에서 "메모리 가격 상승이 PC, 그래픽카드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의 원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경고하며, 메모리 공급업체의 조속한 증산을 촉구했어요. Vera Rubin 플랫폼은 차세대 HBM4[4] 메모리를 사용하는데, 메모리 가격이 이미 상승 추세인 상황에서 이 플랫폼의 구축 비용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경쟁 지형의 변화예요. AMD가 대만에 $100억(약 14조 원) 투자를 발표했어요. 젠슨황은 "엔비디아는 이미 그 이상의 자원을 대만 파트너에 투입해왔다"고 응수했지만, 공개적으로 숫자를 밝히지는 않았어요. 중국에서는 화웨이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대만에서는 AMD가 투자 경쟁을 걸어오는 상황이에요.
오스왈드의 시선
솔직히 이야기하면, 저는 이 상황에서 가장 흥미로운 게 기술 스펙이 아니라 젠슨황의 동선 자체라고 봐요.
기술전략을 수립하면서 수없이 봐왔던 패턴이 있어요. 한 시장의 핵심 고객이 다른 시장의 규제 대상이 되는 상황이요. 보통 기업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요. 규제에 맞춰 시장을 포기하거나, 시장을 지키기 위해 규제를 로비하거나요. 젠슨황은 지금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어요.
에어포스원에 타서 규제 완화를 끌어내고, 열흘 뒤 타이베이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 제품을 약속하며 생산 기지를 안심시키고, 동시에 "$2,000억 CPU 시장에 중국이 포함된다"고 말하며 중국 구매자에게 시그널을 보내요. 이건 CEO의 영업이 아니라, 사실상 민간 외교에 가까워요.
이 줄타기가 가능한 건,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제 경험상, "대체 불가능"이라는 포지션은 영원한 적이 없었어요. 화웨이가 중국 시장을 빠르게 채우고 있고, AMD는 대만 공급망에 $100억을 걸었어요. 줄타기의 비용은 올라가는데, 줄 위에서 혼자 설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어요.
마치며
정리하면 이래요.
엔비디아는 미국·중국·대만이라는 서로 충돌하는 세 시장 한가운데서, 25% 수수료·밀수 리스크·메모리 인플레이션이라는 구체적인 비용을 감수하며 줄타기를 하고 있어요. 베이징에서 타이베이까지의 10일은 기술 로드맵이 아니라, 지정학 위에 놓인 비즈니스 전략의 축소판이에요.
젠슨황이 6월 1일 컴퓨텍스 키노트에서 Vera Rubin의 세부 스펙을 공개할 예정이에요. 기술 발표 자체보다, 그 자리에서 세 시장에 각각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지를 주목해 보시길 추천해요. 제 경험상, 제품 스펙보다 발표의 맥락이 전략을 더 많이 말해주거든요. 물론, 제 포지션은 $NVDA 평단 $28.2 (2023년 2월 8일 매수)라는 점을 잊지 마시고...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Michael C. Horowitz, "The Consequences of Exporting Nvidia's H200 Chips to China",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2025.12.9. : H200 수출이 미국 안보 전략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분석한 글이에요. 오늘 뉴스레터의 "미국 시장" 분석의 핵심 근거예요.
- "Nvidia says its forecast for $200 billion CPU market includes China", CNBC, 2026.5.23. : 젠슨황의 대만 도착 직후 발언을 가장 정확하게 정리한 기사예요.
- "Taiwan Seeks to Detain Three in AI Chip Smuggling Crackdown", Bloomberg, 2026.5.21. : 대만 사상 첫 반도체 밀수 단속의 상세 경위예요.
- "Nvidia CEO Urges Super Micro to Tighten Up Amid Taiwan Crackdown", Bloomberg, 2026.5.23. : 젠슨황이 Super Micro 사건에 대해 언급한 대만 도착 인터뷰예요.
- "Nvidia's Jensen Huang predicts China will eventually open market for AI chips", Taiwan News, 2026.5.19. : 방중 직후 Bloomberg TV 인터뷰에서의 중국 시장 전망이에요.
배경 지식
- "트럼프 방중은 대만이 5년 내 테이블 위로 올 신호", 헤럴드경제, 2026.5.17. : 트럼프 조언자의 대만 관련 발언을 다룬 한글 기사예요.
- "Super Micro Co-Founder Arrested in $2.5B AI Chip Case", 2026.3.20. : Super Micro 밀수 사건의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요.
각주
- [1] 추론(Inference): 이미 학습이 완료된 AI 모델이 새로운 입력에 대해 답을 내놓는 과정이에요. 예를 들어 ChatGPT에 질문을 던지면 답변을 생성하는 게 추론이에요.
- [2] 훈련(Training): AI 모델이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하며 패턴을 익히는 과정이에요. 추론보다 훨씬 많은 연산 자원이 필요하고, 고성능 GPU가 수천 개 단위로 투입돼요.
- [3] Vera Rubin 플랫폼: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플랫폼이에요. Vera라는 CPU와 Rubin이라는 GPU를 결합한 구조로, 천문학자 베라 루빈의 이름에서 따왔어요. 기존 블랙웰 대비 추론 성능 5배, 훈련 성능 3.5배를 목표로 하며, 2026년 하반기 양산 예정이에요.
- [4] HBM4 (High Bandwidth Memory 4): AI 칩 옆에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초고속 메모리예요. 기존 HBM3보다 대역폭이 넓어서 대규모 AI 연산에 필수적인데, 생산이 까다로워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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