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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를 훔친 대행사, 'GEO'라는 달콤한 용어

'노출 보장'과 '알고리즘 장악'. 이 두 마디가 사기 신호예요.

2026.07.10 |
from.
안광섭

들어가며

A씨는 링크드인에서 우연히 한 AI 마케팅 대행사의 홍보 글을 봤어요. 그런데 그 업체 홈페이지에, 자기가 속한 금융그룹 로고가 '고객사 사례'처럼 걸려 있었어요. A씨는 그룹에서 협력업체 관리를 맡고 있어서 거래처를 훤히 아는데, 처음 보는 회사였거든요. "어느 계열사와 협업했는지, 로고 사용 허락은 받았는지" 물었더니, 돌아온 건 해명이 아니라 차단이었어요.

구독자님도 요즘 'GEO[1]​ 대행' 제안을 한 번쯤 받아보셨을지 몰라요. 챗GPT나 퍼플렉시티가 답할 때 우리 브랜드가 답변에 노출되도록 해준다는 그 영업이요.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이런 로고 도용과 '노출 보장' 같은 말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GEO는 실재하는 전략이에요. 다만 '보장', '장악', '자리가 하나 남았다' 같은 말이 붙는 순간, 그건 최적화가 아니라 사기 신호예요. 오늘은 그 신호를 구분하는 기준을 정리해볼게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

지난 4일, 한 마케팅 업계 관계자가 공개한 글이 논란이 됐어요. 어떤 GEO 대행사가 대기업 로고를 포트폴리오처럼 홈페이지에 걸어두고, 실제 협업 여부를 묻자 답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어요. 이후 그 업체는 슬그머니 일부 로고를 지웠고요. 글쓴이의 표현이 정확했어요. "GEO라는 최신 트렌드를 방패 삼아, 모르면 속을 수밖에 없는 그럴싸한 포장을 만든 것"이라고요.

이건 한 곳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국내 유명 마케팅 커뮤니티의 뉴스레터에서도 비슷한 제보를 공개했어요. 영업 멘트를 보면 패턴이 반복돼요. "명문대 출신이라 AI 로직을 장악했다", "네이버 핵심 인력과 연줄이 있다"며 전문성을 과시하고, "곧 가격이 오른다", "지금 자리가 1개뿐"이라며 선납과 계약을 압박하는 식이에요.

가장 교묘한 건 성과 보고 방식이에요. 일부 업체는 생성형 AI에 특정 브랜드명을 반복해서 입력한 뒤, 새 채팅창을 열어 그 브랜드가 노출된 화면을 캡처해서 '월간 성과 보고서'처럼 제출했다고 해요. 문제는 생성형 AI 답변이 이용자의 질문 방식, 대화 맥락, 개인화 설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는 점이에요. 화면 한 장은 성과의 증거가 아니라, 그냥 그 사람 화면일 뿐이에요.

여기에 더 무서운 구조도 있어요. 대행사가 자기 소유의 도메인을 새로 만들어 콘텐츠를 쌓아주는 경우, 2년 계약을 다 채우지 못하면 그 도메인과 콘텐츠가 통째로 사라지거나 따로 사들여야 하는 사례도 보고됐어요. 돈을 내고 만든 콘텐츠인데, 소유권은 내 것이 아닌 거예요.

이런 수법이 유독 GEO에서 잘 통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초기 시장에서는 '누구와 일해봤는가', 즉 레퍼런스가 곧 신뢰거든요. 그런데 GEO는 성과를 직접 검증하기가 어려운 영역이라, 홈페이지에 걸린 대기업 로고 하나가 실제보다 큰 신뢰를 만들어내요. 로고 도용이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 이 시장에서 가장 효율 좋은 미끼인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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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지금인가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짚고 갈게요. GEO 자체가 사기인 건 아니에요. 오히려 반대예요. 검색 습관이 진짜로 바뀌고 있어서, 이 시장에 진짜 돈과 진짜 사기꾼이 동시에 몰리는 거예요.

숫자를 볼게요. 2026년 상반기 기준, 구글 검색의 약 68%가 클릭 없이 끝나요.[2]​ AI가 검색 결과 위에서 답을 먼저 정리해주니까 굳이 링크를 안 눌러도 되는 거죠. AI 개요(AI Overview)가 뜨는 검색에서는 이 무클릭 비율이 83%까지 올라가고, 구글 AI 모드는 월 사용자 10억 명을 넘겼어요. 그 사이 많은 사이트의 자연 유입 트래픽은 15~25%씩 빠졌고요. 한국도 다르지 않아요. 챗GPT를 아예 검색처럼 쓰는 사람이 늘었고, 퍼플렉시티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는 생성형 AI 앱 2위에 올랐어요.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안해져요. 사람들이 검색창 대신 AI에게 묻는다면, 그 AI의 답변 안에 우리 브랜드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관리해야 하니까요. 수요는 진짜예요. 그러니 대행 영업도 함께 늘어나는 거고요.

문제는 GEO가 아직 초기 시장이라는 데 있어요. SEO[3]​는 20년 넘게 쌓이면서 검색 순위, 유입량, 클릭률, 전환율 같은 측정 가능한 지표가 정립됐어요. 반면 GEO는 AI 모델마다 답변 방식이 다르고, 같은 질문에도 답이 매번 달라져요. 이걸 비결정성[4]​이라고 부르는데, 바로 이 성질 때문에 '노출을 보장한다'는 말 자체가 원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워요. 개인화까지 겹치면, 특정 화면 하나로 성과를 증명한다는 건 더더욱 무리고요.(애초에, "보장"이라는 말이 너무 수상하지 않나요?)

비유하자면 이래요. SEO는 '이 키워드에서 3위로 올렸습니다'처럼 남들도 같은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험이에요. 반면 GEO에서 '노출 보장'을 파는 건, 응시자마다 문제가 바뀌고 채점 기준도 공개되지 않은 시험에서 '만점을 보장한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해요. 가능하다고 우기는 순간, 그 사람은 시험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파는 거예요.

정리하면 이래요. 진짜 수요 + 아직 없는 측정 기준. 이 틈이 바로 과장 영업과 로고 플레이, 선납 유도가 파고드는 공간이에요.

진짜 GEO는 이렇게 생겼어요

그럼 제대로 된 GEO는 뭘까요. 사실 저는 2년 전, 그러니까 2024년 6월에 이 주제를 한 번 정리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강조한 건 딱 세 가지였어요. 신뢰도, 가독성 있는 구조, 그리고 분산 배포. 믿을 만한 통계와 출처를 분명히 밝히고, 소제목으로 글을 잘 나누고, 커뮤니티와 SNS까지 콘텐츠를 퍼뜨리라는 거였죠.

흥미로운 건, 학계의 결론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프린스턴대와 조지아공대 연구진이 발표한 'GEO' 논문을 보면, 출처 인용을 달고, 통계를 넣고, 전문가 인용구를 추가한 콘텐츠는 생성형 AI 답변에서의 가시성이 최대 40% 이상 올라갔어요. 다만 그 효과는 분야마다 달랐고요. 다시 말해, GEO에 '알고리즘을 장악하는 비밀 기술' 같은 건 없어요. 신뢰할 만한 콘텐츠를, AI가 인용하기 좋은 형태로 만드는 게 전부에 가까워요. 구글 웹마스터에 사이트를 등록하고, 사이트맵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신뢰도 높은 채널에 언급되게 만드는 SEO의 기본기와 뿌리가 같아요.

한 가지 더요. 2년 전 제가 강조했던 분산 배포도 여전히 유효해요. 생성형 AI는 내 홈페이지만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레딧, 쿼라, 커뮤니티 글까지 폭넓게 참고하거든요. 그러니 신뢰할 만한 채널에 자연스럽게 언급되는 것이, 어떤 '비밀 세팅'보다 힘이 세요. 반대로 말하면, 이 과정은 시간이 걸려요. 검색 최적화처럼 오래 걸리는 일을 '단기간에 보장한다'는 말이 왜 수상한지, 여기서도 드러나요.

이 관점을 손에 쥐면, 사기성 영업은 의외로 쉽게 걸러져요. GEO 대행 제안을 받았을 때 던져볼 다섯 가지 질문을 정리해봤어요.

  1. '보장'을 말하나요? '노출 보장', '순위 보장'은 비결정성 때문에 원리적으로 불가능해요. 보장을 약속하는 순간 첫 번째 빨간불이에요.
  2. 수행 범위를 설명할 수 있나요? "무엇을, 어떤 채널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못 대고 트렌드 용어만 반복하면 위험해요.
  3. 레퍼런스가 검증되나요? 로고만 있고 담당자, 계약, 실제 협업 범위가 확인되지 않으면 그건 로고 플레이일 수 있어요.
  4. 선납과 긴급을 압박하나요? '자리가 하나 남았다', '곧 가격이 오른다'는 최적화의 언어가 아니라 세일즈 압박의 언어예요.
  5. 성과를 무엇으로 증명하나요? 새 채팅 캡처 한 장은 증거가 아니에요. 인용 빈도나 AI 유입 트래픽처럼 재현 가능한 지표를 제시하는지 보세요. 덧붙여, 콘텐츠가 쌓이는 도메인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계약 전에 꼭 확인하시고요.

사실 위의 5가지는 흔히 퍼포먼스마케팅이라 부르는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의 기본이에요. 노출과 데이터로 마케팅을 하면서 저걸 대답을 못한다? 의심이 아니라 확신에 가깝게 사기라 말할 수 있어요.

오스왈드의 시선

솔직히 조금 복잡한 마음으로 이 글을 써요. 2년 전 제가 이 블로그에서 GEO를 소개했을 때는, 도메인 파워가 약한 작은 블로그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좀 들떠 있었거든요. 그 낙관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그 사이, 같은 개념이 누군가에겐 방패이자 미끼로 쓰이고 있더라고요.

GTM 전략을 수립해온 경험에서 보면, 이건 아주 익숙한 패턴이에요.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라는 전망은 대체로 맞아요. 그런데 그 변화의 시기와 경로를 파는 사람들은 거의 항상 앞서서 과장을 해요. 검색이 AI로 옮겨간다는 큰 방향은 진짜예요. 하지만 "그러니 지금 당장 우리에게 선납하라"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예요.

제가 보기에 사기꾼이 실제로 파는 상품은 GEO가 아니에요. '초조함'이에요. 시장이 바뀌는 게 눈에 보이는데 측정 기준은 아직 없으니, 그 불안을 파고들어 그럴싸한 캡처 한 장을 파는 거죠. 그래서 방어법도 의외로 단순해요. 초조함을 내려놓고, 원리로 돌아가면 돼요. 좋은 콘텐츠와 분명한 출처, 이 오래된 기본기가 지금은 사기꾼을 걸러내는 리트머스가 됐어요.

마치며

오늘 이야기를 세 줄로 정리하면 이래요.

  • 검색이 AI 답변으로 옮겨가는 흐름은 진짜예요. GEO 수요도 진짜고요.
  • 하지만 '보장·장악·독점 자리' 같은 말은 초기 시장의 모호함을 악용한 사기 신호예요.
  • 방어의 핵심은 비법이 아니라 원리예요. 신뢰도, 구조, 검증 가능한 성과 지표로 돌아가면 돼요.

혹시 GEO 대행 제안을 받으실 일이 있다면, 위 다섯 가지 질문을 그대로 복사해서 상대에게 던져보세요. 세 개 이상에서 말문이 막힌다면,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해보시길 권해요.

그리고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혹시 최근에 받아보신 GEO나 AI 마케팅 대행 제안 중에, "어, 이건 좀 이상한데" 싶었던 문구가 있으셨나요? 


💬 이상하다고 느꼈던 대행 멘트, 댓글로 들려주세요.
📨 GEO 제안을 검토 중인 동료가 있다면 이 글을 전달해 주세요.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배경 지식

 

각주

  1. [1] GEO (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챗GPT,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가 답을 만들 때 내 콘텐츠를 인용하거나 참고하도록 최적화하는 전략이에요. '검색 결과 상위 노출'이 목표인 SEO와 달리, 'AI 답변에 인용되는 것'이 목표예요.
  2. [2] 제로클릭(무클릭) 검색: 검색을 했지만 어떤 링크도 누르지 않고 끝나는 경우예요. AI가 결과 위에서 답을 미리 정리해주면서 크게 늘었어요.
  3. [3] SEO (Search Engine Optimization): 네이버, 구글 같은 검색엔진의 결과 페이지에서 상위에 노출되도록 콘텐츠를 최적화하는 오래된 방식이에요. GEO의 기본기가 바로 여기서 나와요.
  4. [4] 비결정성: 같은 질문을 해도 생성형 AI의 답이 매번 달라질 수 있는 성질이에요. 이 성질 때문에 '노출을 보장한다'는 약속이 원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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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광섭은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OBF(Oswarld Boutique Consulting Firm) 리드 컨설턴트이다. 대학에서 경영데이터 관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통계 및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한편, 현장에서는 GTM 전략과 인공지능 전략 컨설팅을 이끌며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설계하고 있다. AI 대화 시스템의 기억 아키텍처(HEMA) 연구로 학술 논문을 발표했으며, 매일 글로벌 AI 논문을 큐레이션하는 Daily Arxiv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 석사과정와 KMBA을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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