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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영상에 논문을 담을 수 있을까

157년 된 과학 저널이 틱톡에 올라간 진짜 이유

2026.06.11 |
from.
안광섭

들어가며

구독자님, Nature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두꺼운 학술 논문, 까다로운 동료 심사(peer review)[1]​, 수개월에 걸친 게재 과정. 과학계에서 가장 '무거운' 매체의 대명사예요. 그 Nature가 최근 틱톡 계정을 열었어요. 1869년 창간 이래 157년간 동료 심사를 거친 논문만을 게재해온 저널이, 3분짜리 세로 영상 플랫폼에 입장한 거예요.

이건 단순한 채널 추가가 아니에요. 과학계에서 가장 '무거운 그릇'이 가장 '가벼운 그릇'으로 옮겨간 셈이거든요. Nature의 임팩트 팩터는 48.5로, 전 세계 모든 학술지를 통틀어 최상위권이에요. 그런 저널이 60초짜리 세로 영상과 같은 공간에 서게 된 거예요. 출처와 맥락과 한계점이 있어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 과학적 정보가, 과연 3분짜리 영상이라는 그릇에 담길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문제는 '담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빠지느냐'에 있어요.

📊 뉴스를 '읽는' 세대에서 '보는' 세대로

Nature가 이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숫자가 있어요. 옥스퍼드대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가 14년간 추적해온 데이터에 따르면, 18~24세의 44%가 소셜미디어를 주요 뉴스 소스로 꼽고 있어요. 뉴스 웹사이트나 TV가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틱톡과 유튜브가 세상을 읽는 창이 된 거예요.

더 주목할 건 영상 소비의 급증이에요.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영상 시청 비율이 2020년 52%에서 2025년 65%로 올랐어요. 전체 영상 뉴스 소비는 같은 기간 67%에서 75%로 상승했고요. 필리핀, 태국, 케냐, 인도에서는 이미 '읽는 뉴스'보다 '보는 뉴스'를 선호하는 사람이 더 많아요. 미국에서도 처음으로 소셜·영상 플랫폼(54%)이 TV(50%)와 뉴스 웹사이트(48%)를 추월했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게 있어요. 기존 뉴스 브랜드에 대한 세대 인식이에요. 이 세대는 전통 뉴스 매체를 "무관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편향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어요. 반면 개인 크리에이터에 대한 선호는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어요. 팟캐스터 조 로건 같은 인물이 일부 시장에서 전통 매체의 도달률에 맞먹거나 이를 넘어서는 수준이에요.

48개국 약 1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로이터 보고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수치가 하나 있어요. 전체 응답자의 40%가 때때로 또는 자주 뉴스를 '회피한다'고 답했어요. 35세 미만에서 그 이유를 보면 흥미로워요. "기분이 가라앉아서"라는 대답도 많지만, "뉴스가 너무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35세 이상보다 훨씬 높았어요. 영국 기준, 25세 미만의 12%가 뉴스를 이해하지 못해서 회피한다고 했는데 35세 이상은 3%에 불과했어요. 뉴스의 문제가 '접근성'에만 있는 게 아니라 '가독성'에도 있다는 뜻이에요.

Nature의 틱톡 진출은 이 숫자들에 대한 응답이에요. "우리 플랫폼에서 기다리면 독자가 온다"는 전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이에요. 한국도 예외는 아니에요. 국내 조사에서도 15~69세 응답자의 94.9%가 숏폼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고, 유튜브 쇼츠만 해도 하루 약 300억 회 뷰를 기록하고 있어요. 이건 글로벌 현상이지, 특정 국가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 3분짜리 그릇이 담을 수 없는 것들

Nature 스스로도 이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했어요. 에디토리얼에서 밝힌 숫자가 있거든요. 평균 3분짜리 영상에 담을 수 있는 분량은 최대 650단어예요. 영어 기준 A4 한 장이 채 안 되고, 한글로 환산하면 원고지 4~5매 정도예요.

과학 논문 하나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최소한 연구 배경, 방법론, 표본의 크기와 범위, 결과, 해석, 한계점, 그리고 출처가 필요해요. 650단어에 이걸 다 넣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요. 뭔가를 반드시 빼야 하는데, 빠지는 것들이 바로 과학적 검증의 핵심 요소예요.

실제로 이 구조적 한계가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보여주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어요.

포르투갈의 미디어 학자 리카르도 모라이스와 클라라 페르난데스가 2026년 Journal of Science Communication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틱톡 과학 인플루언서들의 영상은 출처를 거의 표기하지 않아요. 이미지 출처조차 밝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연구팀은 "대부분의 주장이 과학적 근거로 뒷받침되지 않으며, 시청자가 정보를 교차 검증할 수 있는 출처 자체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어요. 검증하고 싶어도 경로가 막혀 있는 거예요.

시드니대 브룩 니켈 연구팀이 2025년 JAMA Network Open에 발표한 연구는 더 구체적이에요.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의료 검사(테스토스테론 검사, 전신 MRI, 장내 미생물 검사 등)를 다룬 약 1,000개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85%가 검사의 부작용이나 위험을 언급하지 않았어요. 콘텐츠를 올린 인플루언서의 68%가 해당 검사와 재정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고요. 이 인플루언서들의 팔로워를 합치면 약 2억 명이에요. 연구를 이끈 니켈 박사는 "소셜미디어가 의료 허위정보의 공개 하수도(open sewer)가 됐다"는 공동 연구자 레이 모이니한의 표현을 인용하기도 했어요.

EU가 지원한 SIMODS 프로젝트의 대규모 연구(2025년)도 같은 그림을 보여줘요. 유럽 4개국의 6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약 260만 개 게시물(조회수 합산 약 240억 회)을 분석했더니, 틱톡의 허위정보 비율이 20%로 전 플랫폼 중 가장 높았어요. 5개 게시물 중 1개가 부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는 거예요. 참고로 페이스북은 13%, X(구 트위터)는 11%,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은 약 8%였어요.

이건 '나쁜 크리에이터'의 문제만이 아니에요. 3분이라는 시간 제약, 세로 영상이라는 포맷, 알고리즘 기반 추천이라는 유통 구조가 함께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예요. 출처를 밝히고 맥락을 설명하고 한계를 언급하면 영상의 흡입력이 떨어지고, 흡입력이 떨어지면 알고리즘이 밀어주지 않아요. 포맷 자체가 검증을 '비용'으로 만드는 구조인 거예요.

한 가지 더 흥미로운 현상이 있어요. 미국 젊은 여성 1,02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98%가 틱톡에 허위정보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동시에 '나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은 속을 것'이라고 답했어요. 심리학에서 '제3자 효과'[2]​라고 부르는 현상이에요.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자신은 예외라고 믿는 거예요.

🧭 그래서 Nature는 왜 갔을까

그렇다면 이 모든 한계를 알면서도 Nature가 틱톡에 진출한 이유는 뭘까요?

Nature 에디토리얼의 한 문장이 핵심이에요.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관련성(relevance)을 잃게 될 거라고요. 이건 'Nature가 틱톡에서 잘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에요. '안 가면 더 위험하다'는 위기감의 표현이에요.

로이터 보고서를 다시 보면 이 판단이 이해가 돼요. 18~24세의 뉴스 관심도는 35%에 불과해요. 55세 이상의 52%와 비교하면 17%p 차이예요. 하지만 이 세대가 뉴스에 '무관심한' 건 아니에요. 뉴스라는 형식에 무관심한 거예요. 과학과 기술 주제 자체에는 "특히 젊은 남성층에서" 높은 관심이 확인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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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의 판단은 이래요. 허위정보가 넘치는 플랫폼에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가 더 많이 존재해야 한다. 사실 Nature가 소셜미디어에 처음 발을 디딘 건 아니에요. 이미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잘 정착된 채널을 운영해왔어요. 하지만 틱톡은 차원이 다른 도전이에요. 인스타그램에서는 인포그래픽과 캡션으로 맥락을 보충할 수 있고, 유튜브에서는 10분 이상의 긴 영상으로 깊이를 유지할 수 있었거든요. 3분짜리 세로 영상에서는 그마저도 어려워요.

그럼에도 선례가 있어요. 코로나19 팬데믹 때 세계보건기구(WHO)가 틱톡과 직접 파트너십을 맺어 SARS-CoV-2 관련 허위정보를 줄인 사례가 이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어요.

다만 Nature는 자기네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어요. 에디토리얼은 플랫폼 기업에게도 책임을 요구하고 있어요. 크리에이터에게 과학 커뮤니케이션 모범 사례를 안내하고, 이해 충돌 가능성을 알려주고,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플래그를 다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거예요. 신뢰할 수 있는 과학 기관이 플랫폼 기업과 함께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였어요.

오스왈드의 시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Nature의 결정을 보면서 GTM[3]​ 전략 수립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쳤던 딜레마를 떠올렸어요. GTM 전략을 수립하면서 가장 자주 본 실패 패턴이 있어요. 채널을 옮기면서 메시지도 함께 훼손되는 경우예요. "고객이 모바일로 갔으니까 우리도 모바일로 가자"까지는 맞는데, 모바일에 맞추느라 핵심 가치를 깎아내리는 순간 브랜드는 의미를 잃어요. 실제로 제가 자문했던 한 B2B 기업은 '숏폼이 대세'라며 복잡한 기술 제품 설명을 30초 영상으로 압축했다가, 오히려 고객 문의가 폭주한 적이 있어요. 정보가 충분하지 않으니 고객이 직접 전화해서 물어봐야 했던 거예요.

Nature의 딜레마도 본질은 같아요. 채널 이동(channel migration)과 포맷 전환(format transformation)은 서로 다른 문제예요. 틱톡에 '진출'하는 건 채널 이동이에요. 그런데 3분 영상에 맞추기 위해 출처와 맥락과 한계를 빼야 한다면, 그건 포맷 전환이에요. 과학에서 출처·맥락·한계는 '부가 기능'이 아니라 존재 이유 그 자체거든요.

국내 사례를 잠시 볼까요? 국내 유명 논문/저널 사이트인 DBPia의 경우 최근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면서 무척 좋은 예시를 남기고 있어요. 

저는 이 상황이 모든 전문 지식을 다루는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질문이라고 봐요. 숏폼은 관심을 끌어오는 데 탁월해요. 하지만 관심을 끌어온 다음 어디로 보낼 것인가? 그 '다음 단계'가 설계되지 않으면, 가벼운 그릇에 담긴 정보는 가벼운 채로 소비되고 끝이에요.

다만, 반론도 짚어야 공정해요. CHI 2026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건강 분야에서 전문가가 직접 틱톡의 허위정보를 반박하는 영상을 제작했을 때 시청자의 허위정보 신뢰가 유의미하게 감소했어요. 전문가의 존재 자체가 플랫폼의 정보 생태계를 바꿀 수 있다는 실증 결과예요. Nature의 선택이 무의미하진 않아요. 다만 숏폼이 끝이 아니라 '입구'가 되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마치며

이번 이슈의 핵심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볼게요.

첫째, 정보 소비의 중심이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뉴스 브랜드에서 개인 크리에이터로 이동하고 있어요. 18~24세의 44%가 소셜미디어를 주요 뉴스원으로 쓰고 있고, 이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이에요.

둘째, 3분짜리 영상은 과학적 검증에 필수적인 출처·맥락·한계를 구조적으로 담기 어려운 포맷이에요. 이 한계는 크리에이터의 의지가 아니라 매체의 물리적 제약에서 비롯돼요.

셋째, 그럼에도 Nature가 틱톡에 간 건 '가벼운 그릇이라도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에요. 진짜 과제는 그 다음 단계, 관심을 끌어온 후 깊이로 안내하는 경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예요. 숏폼은 입구일 때 가장 강력하고, 출구가 되면 위험해져요.

이 뉴스레터를 읽으시는 분들께 한 가지 제안을 드리자면, 숏폼에서 흥미로운 과학 정보를 접했을 때 출처가 명시되어 있는지 한번만 확인해보세요. 출처가 없으면, 그건 정보가 아니라 의견이에요. 구독자님은 평소에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에서 접한 정보를 직접 검증해보신 적 있으세요? 아니면 그냥 넘기게 되나요? 구독자님의 경험이 궁금해요 — 댓글로 나눠주세요.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배경 지식

각주

  1. [1] 동료 심사 (Peer Review):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기 전에, 같은 분야 전문가들이 연구의 타당성과 방법론을 검증하는 과정이에요. 과학적 품질을 보증하는 가장 핵심적인 장치라고 볼 수 있어요.
  2. [2] 제3자 효과 (Third-Person Effect): 미디어의 부정적 영향이 자신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믿는 심리적 편향이에요. "나는 괜찮지만 남들은 속을 것"이라는 인식이 대표적이에요.
  3. [3] GTM (Go-To-Market):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할 때의 전략을 말해요. 누구에게, 어떤 채널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를 설계하는 과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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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광섭은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OBF(Oswarld Boutique Consulting Firm) 리드 컨설턴트이다. 대학에서 경영데이터 관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통계 및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한편, 현장에서는 GTM 전략과 인공지능 전략 컨설팅을 이끌며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설계하고 있다. AI 대화 시스템의 기억 아키텍처(HEMA) 연구로 학술 논문을 발표했으며, 매일 글로벌 AI 논문을 큐레이션하는 Daily Arxiv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 석사과정와 KMBA을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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