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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을지로는 어쩌다 힙해졌는가 힙지로 원조 가게 을지면옥이 사라진 날 지금 을지로에서 벌어지는 일 젠트리피케이션 : 서울상권 반복 패턴 을지로는 다음에 뭐가 될 것 인가
"힙지로는 언젠가부터 조롱 비슷한 표현이 됐다" 에스콰이어 코리아 2024년 4월 기사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온갖 기믹이 난무하고 엉성함이나 무성의함을 무심함으로 포장하는 행태가 늘면서 '힙지로'는 언젠가부터 조롱 비슷한 표현이 되었다."
을지로를 취재한 기자가 쓴 문장이다. 힙지로 열풍이 한창이던 곳에서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 다.
같은 기사에서 44년 역사의 을지OB베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젊은이들이 다 떠나고 노가리 골목 자리가 휑해진 걸 보면 마음이 좀 그래요." 그 을지OB베어는 건물과의 사정 등으로 현재 문이 닫혀 있다.
2024년 1분기 지역별 매출액 기준, 서울 18개 주요 상권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숫자는 여전히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 안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을지로는 어쩌다 힙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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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골목이었다 을지로가 원래 어떤 곳이었는지부터 시작해야 한다.
1968년 세운상가가 들어서면서 을지로 일대는 전기·전자·기계·인쇄·공구 산업의 중심지 가 됐다. 1970~80년대 전성기엔 "도면만 갖다주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돌았다. 인쇄소, 공구상, 철공소, 조명 도매상 이 골목을 빽빽이 채웠다.
1990년대 들어 강남 개발 과 용산전자상가 에 밀리면서 쇠퇴했다. 2006년에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전면 철거·공원화 계획이 세워졌다. 2008년 금융위기로 계획이 좌초되면서 애매하게 살아남았다.
그 낙후된 골목 에 2010년대 중반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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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임대료가 만든 구조 예술가, 디자이너, 독립 운영자들이 먼저 들어왔다. 이유는 단순했다. 임대료가 쌌다.
을지로동 통상임대료는 1㎡당 6만 9,600원으로 서울 주요 상권 평균보다 7.6% 낮았다. 초기 투자비용은 약 5,425만 원으로 서울 주요 상권 평균의 절반 수준 이었다.
재개발이 언제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역설적으로 임대료를 눌렀다. 언제 나가야 할지 모르는 곳에서 장기 계약이나 고액 권리금을 주고 들어올 사람이 없었다. 그 빈틈을 망해도 잃을 게 없는 젊은 창업자들 이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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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얼 감성과 SNS 낡은 건물, 노출 콘크리트, 공장 문, 좁은 골목. 요즘세대의 감수성 과 맞아떨어졌다. 새 건물, 깔끔한 인테리어 대신 알아야만 찾을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 을 원했다. 공장 소음과 칵테일바가 공존하는 풍경이 콘텐츠가 됐다.
핵심은 바·술집·포차 중심이다. 카페도 있지만, 을지로를 을지로답게 만든 건 노가리 골목을 중심으로 한 음주 문화와 퓨전 술집들이었다. 낮에는 인쇄소 공장 소리, 밤에는 젊은이들이 골목을 채우는 이중 구조 .
힙지로 원조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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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리 골목 을지로3가역 3번 출구 근처 노가리 골목은 힙지로의 원조 였다. 저렴한 노가리와 생맥주, 야외 테이블, 골목 분위기. 직장인과 젊은이들이 섞였다.
이 골목의 시초가 을지OB베어였다. 44년 역사의 호프집. 한국 최초 생맥줏집으로 회자됐고, 중소벤처기업부 '백년 가게'에 유일한 술집으로 등록 됐다.
그 을지OB베어가 2022년 봄 강제 철거 됐다. 건물주와의 갈등이 이유였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노가리 골목을 지금 점령하고 있는 만선호프 사장이 을지OB베어 건물 지분을 매입한 상태였다.
을지면옥 37년 역사의 평양냉면집 을지면옥도 같은 해 영업을 중단 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 이 이유였다. 영업 종료 이튿날 주변 노포들과 시민들이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을지면옥 건물 철거는 노포를 보존하겠다던 서울시가 재개발 사업자에게 결국 손을 들어주면서 진행됐다. 법원도 재개발 시행사 손을 들어줬다.
을지면옥이 사라진 날 힙지로 서사에서 2022년이 전환점이다.
을지OB베어와 을지면옥, 두 상징이 같은 해에 사라졌다. 이 두 곳은 힙지로 이전부터 있었던 곳들이다. 힙지로 붐을 만들어낸 배경이 아니라, 힙지로가 올라앉은 기반 그 자체였다.
이 사건들이 보여준 건 하나다. 힙지로 붐이 가져온 임대료 상승과 재개발 기대감 이 결국 힙지로를 가능하게 했던 조건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에스콰이어 기사에 나온 표현이 정확하다.
"온갖 기믹이 난무하고 엉성함이나 무성의함을 무심함으로 포장하는 행태가 늘면서 '힙지로'는 언젠가부터 조롱 비슷한 표현이 되었다."
힙지로는 낡음·불완전함·우연성이 만든 공간이었다. 그걸 의도적으로 흉내 내는 가게들이 늘면서 원본의 가치가 희석됐다.
지금 을지로에서 벌어지는 일 54층 빌딩이 들어온다 2025년 5월, 서울시는 세운지구 높이 규제를 완화했다. PJ호텔 부지에 54층 복합공간 조성이 허용됐다.
세운2-1·2-2구역은 2025년 7월 재개발 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지지부진하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이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재개발이 진행되면 을지로 골목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다 . 인쇄소, 공구상, 조명 도매상과 그 사이에 숨어있던 바·카페·갤러리가 함께.
이미 떠난 사람들 에스콰이어 기사에서 을지로 운영자가 말했다. "이제 을지로의 중심부에서 개인이 뭔가를 하기는 좀 힘든 상황 이다."
임대료가 올랐다. 2017년 도시재생 논의 초기부터 을지로 임대료 는 1년 새 평균 20% 올랐다는 기사 가 나왔다. 그 이후에도 계속 올랐다. 초기에 낮은 임대료를 보고 들어온 사람들이 임대료 상승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기 시작 했다.
프랜차이즈 비중이 아직 4.3%라는 건 긍정적 이다. 개성 있는 개인 매장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숫자도 변한다. 성수동 이 그랬고, 홍대 가 그랬다.
젠트리피케이션 : 서울상권 반복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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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에서 벌어지는 일은 새롭지 않다. 서울 상권에서 반복되는 패턴이다.
홍대 상권 : 2000년대 인디 밴드·예술가 중심 상권 → 임대료 상승 → 예술가 이탈 → 프랜차이즈·관광지화 → 핵심 상권이 연남·망원·합정으로 밀려남
가로수길 : 2010년대 중반 패션·라이프스타일 핫플 → 글로벌 브랜드 입점 → 임대료 폭등 → 공실 증가 → 상권 침체
성수동 : 2010년대 후반 팝업·카페 성지 → 2023년 임대료 상승률 서울 1위 → 젠트리피케이션 논란 → 성동구 지속가능발전구역 확대
공통 구조 가 있다.
낮은 임대료 → 독립 운영자·예술가 진입 → 힙함 형성 → 사람 몰림 → 임대료 상승 → 원래 있던 사람들 퇴출 → 프랜차이즈·대형 브랜드 진입 → 힙함 소멸
을지로는 지금 이 사이클의 중간 어딘가에 있다.
을지로는 다음에 뭐가 될 것인가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 번째,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고층 복합 빌딩과 상업시설 이 들어선다. 인쇄소·공구상·조명 도매상이 사라지고, 그 위에 힙한 카페와 프랜차이즈가 들어선다. 성수동과 비슷한 경로다. 을지로의 독특한 공간 경험은 사라진다.
두 번째, 제조업 기반이 일부 남아있는 상태에서 창의산업·메이커 공간으로 재포지셔닝 된다. 다시세운 프로젝트가 의도했던 방향이다. 장인·상인·예술가·스타트업이 공존하는 도심 제조 클러스터.
어느 쪽이 될지는 서울시 정책, 재개발 속도, 임대료 규제, 그리고 지금 을지로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금의 을지로는 과도기 에 있다. 재개발 이전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건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중간인지는 아직 모른다.
"좋은 자리가 우연히 좋은 가격에 나와서 시작했다"는 을지로 운영자의 말이 을지로의 본질을 담고 있다. 우연과 저렴한 임대료가 만든 상권. 그 우연이 계획으로 대체될 때 무엇이 남는지, 을지로가 보여주게 될 것이다.
본 글의 수치는 SK텔레콤 지오비전 데이터 기반 상가정보연구소 분석, 서울 상권분석 서비스, 아시아경제·조선일보·에스콰이어 코리아·매경TV 등 주요 언론 보도(2017~2026년 기준)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임대료 수치는 조사 기관·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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