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 곳은 원래 낡고 오래된 동네였다. 빈 한옥, 철도 관사, 고지대 골목.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공간들이었다. 지금은 주말마다 사람이 넘친다.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는 카페가 생겼고, 인스타그램에 수만 개의 사진이 올라온다.
이 세 곳의 공통점은, 글로우서울이 함께 손을 댄 공간들이 꽤나 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천문우주학과 졸업생이 핫플 제조기가 된 이유
ⓒ 글로우서울(GlowSeoul) 포트폴리오 페이지
유정수는 1979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를 졸업했다. 공간 기획과는 전혀 관계없는 출발이었다. 졸업 후엔 스타트업 개발 엔지니어로 일했고, 책 편집자와 교사도 거쳤다.
2014~2015년, 그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작은 레스토랑 '글로우키친'을 열었다. 부업에 가까운 시작이었다. 당시 익선동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한옥 백여 채가 모여 있는 낡은 동네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곳이었다.
그는 이 공간의 가능성을 봤다. 낡음이 오히려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글로우키친에서 시작해 살라댕방콕, 호텔세느장, 익동정육점, 청수당, 온천집을 연달아 열었다. 익선동은 서울의 새로운 핫플이 됐다.
그 경험이 글로우서울의 출발점이었다. 공간을 바꾸면 동네가 바뀌고, 동네가 바뀌면 사람이 온다는 것을 직접 증명했다. 2018년 법인 설립 이후 글로우서울은 본격적인 공간 브랜딩 회사로 성장했다.
글로우서울이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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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우서울은 스스로를 원스톱 인하우스 브랜딩 파워하우스라고 부른다.
공간 브랜딩이 정확히 뭔가. 단순히 인테리어를 예쁘게 만드는 게 아니다. 어떤 콘셉트의 공간으로 만들지(기획), 어떻게 보이게 할지(디자인), 실제로 어떻게 지을지(설계·시공), 어떤 콘텐츠로 채울지(콘텐츠·마케팅), 어떻게 운영할지(운영)까지. 이 전 과정을 한 회사에서 처리한다는 게 글로우서울의 핵심 경쟁력이다.
사업 구조는 두 축이다.
#외부 프로젝트 : 클라이언트 공간 브랜딩. 대기업이나 지자체가 소유한 공간에 맞는 브랜드·콘텐츠를 기획하고 설계·시공·운영까지 맡는다. 롯데, 신세계, 지자체 등이 클라이언트다. 2024년 기준 글로우서울 전체 매출(633억 원)의 절반 이상인 394억 원이 이 용역 매출에서 나온다.
#자체 브랜드 운영 : 직접 만들고 직접 운영. 청수당, 온천집, 스탠다드브레드 등 글로우서울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브랜드들이다. 유정수 대표는 F&B 직영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이 전체의 10% 미만이라고 밝혔다. 직접적인 수익 기여보다는 브랜드력과 포트폴리오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손대면 뜨는 이유 : 철학과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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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우서울이 만든 공간을 찾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게 글로우서울인 줄 모른다. 그냥 예뻐서, 분위기가 좋아서, 인스타에서 봐서 간다. 그런데 가고 보면 글로우서울이다. 왜 그럴까.
글로우서울의 핵심 철학은 낡음을 지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공간 개발은 기존 것을 허물고 새것으로 채운다. 글로우서울은 반대로 간다. 낡고 오래된 것을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새로운 콘텐츠를 얹는다. 익선동 한옥의 좁은 골목과 낮은 처마, 소제동 철도 관사의 오래된 목조 구조, 창신동 고지대의 가파른 언덕길. 이것들을 없애지 않고 오히려 정체성으로 만든다.
이게 왜 통하는가. 지금 사람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균일한 공간에 지쳐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 대형 쇼핑몰, 분양 인테리어. 전국 어디서나 똑같다. 반면 글로우서울이 만드는 공간은 그 장소에서만 가능한 것을 보여준다. 익선동에서만 볼 수 있는 한옥 안 온천, 소제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철도 관사의 온도. 이 희소성이 사람을 끌어당긴다.
두 번째 철학은 업종의 고정관념을 깬다는 것이다.
온천집은 온천 테마 샤브샤브 레스토랑이다. 한옥 중정에 실제로 온천이 있고, 어느 좌석에서도 김이 피어오르는 온천이 보인다. 익동정육점은 정육점이라는 평범한 업종을 세련된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호텔세느장은 한옥 건물에 파리 센강 변 호텔 콘셉트를 입혔다.
이게 왜 여기 있지?라는 의문이 곧 방문 이유가 된다. 뜻밖의 조합이 호기심을 만들고, 호기심이 발걸음을 움직인다. SNS 시대에 이런 공간은 알아서 퍼진다.
세 번째는 공간이 스토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예쁜 공간은 한 번 가면 끝이다. 글로우서울이 만드는 공간은 그 장소가 왜 여기 있는지, 어떤 역사와 맥락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소제동 철도 관사 마을의 이야기, 익선동 1930년대 한옥 마을의 이야기. 공간에 서사가 붙으면 사람들은 그 공간을 소비하면서 동시에 그 이야기의 일부가 된 느낌을 받는다. 그게 재방문을 만들고, 입소문을 만든다.
이 세 가지 철학이 구체적인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 보면 아래와 같다.
익선동 : 죽은 동네를 살린 첫 번째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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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 한옥마을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지만 오랫동안 방치된 공간이었다. 글로우서울은 이 낡은 한옥들을 하나씩 새로운 브랜드로 채웠다.
살라댕방콕은 태국 요리 레스토랑이다. 한옥 공간에 동남아 감성을 얹는 뜻밖의 조합이 화제가 됐다. 호텔세느장은 파리 센강 변 호텔을 콘셉트로 한 공간이다. 익동정육점은 정육점이라는 평범한 업종을 세련된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청수당은 익선동 한옥과 정원을 결합한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로, 지금도 글로우서울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다. 온천집은 온천을 테마로 한 샤브샤브 레스토랑이다. 중정에 실제 온천이 있어 어느 좌석에서도 김이 피어오르는 온천을 볼 수 있다.
이 브랜드들이 하나씩 오픈하면서 익선동은 서울의 새로운 핫플이 됐다. 한옥의 낡음을 지우지 않고, 그 위에 전혀 다른 나라의 감성을 얹거나,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업종을 집어넣는 방식이었다. 그 뜻밖의 조합이 희소성을 만들었다.
대전 소제동 : 철도 관사 마을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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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소제동은 일제강점기 철도 관사 마을이다. 역사적 가치는 있지만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다. 글로우서울은 이 철도 관사들을 카페·레스토랑·갤러리로 재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소제동은 지금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대전의 대표 명소가 됐다.
철도 관사의 목조 구조와 오래된 질감을 그대로 살리면서, 현대적 콘텐츠를 채웠다. 역사를 지우지 않고 역사를 콘텐츠로 만든 것이다. 이 공간이 대전에 있어야 하는 이유, 소제동이어야 하는 이유가 공간 안에 담겨 있었다.
창신동 : 불편함을 콘텐츠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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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은 종로구 고지대에 위치한 오래된 주거지다. 가파른 언덕길에 낡은 한옥과 좁은 골목이 이어지는 동네였다. 글로우서울은 이 불편한 접근성을 오히려 콘셉트로 만들었다. 운동화를 신고 올라가는 핫플이라는 프레이밍이었다.
접근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도착했을 때의 성취감과 희소성으로 바뀌었다. 힘들게 올라가야 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서사가 방문 이유가 됐다.
롯데 타임빌라스 :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찾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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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롯데쇼핑은 경기도 의왕에 프리미엄 아울렛 '타임빌라스'를 오픈하면서 글로우서울에 콘셉트 컨설팅을 의뢰했다. 대기업이 공간 기획을 스타트업에게 맡긴 이례적인 사례였다.
글로우서울은 'Glass Ville(글라스 빌)' 야외 공간 콘셉트와 브랜딩을 담당했다. 바라산을 배경으로 10개의 통유리 건물이 들어서는 구조였다. 기존 아울렛의 획일적인 레이아웃을 벗어나 공간 자체가 랜드마크가 되는 방향이었다.
롯데가 글로우서울을 찾은 이유는 명확했다. 익선동 · 소제동에서 이미 증명한 게 있었기 때문이다. 글로우서울의 공간 철학, 즉 공간이 스스로 이야기를 가져야 한다는 방식이 대형 유통 시설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스타필드 수원 : 별마당도서관과 펫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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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오픈한 스타필드 수원에서 글로우서울은 별마당도서관과 8층 옥상 펫파크의 설계·브랜딩에 참여했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단순한 책 읽는 공간이 아니라 쇼핑몰의 랜드마크로 만드는 기획이었다. 신세계그룹의 대표 공간 프로젝트에 글로우서울의 이름이 들어갔다.
온천집의 확장과 뉴욕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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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집은 익선동 단일 매장에서 시작해 대전 소제동, 경주 황리단길, 광주로 확장됐다. 압구정에는 스키야키 코스 중심의 프리미엄 라인도 운영 중이다.
2024년엔 미국 뉴욕에도 온천집이 문을 열었다. 뉴욕 코리아타운 인근에 위치한 뉴욕 온천집은 K-다이닝의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우서울의 자체 브랜드가 처음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 사례다.
스탠다드브레드 : 식빵 하나로 만든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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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년 런칭한 스탠다드브레드는 글로우서울의 식빵 전문 브랜드다. 단순해 보이는 아이템이지만, 공간 기획력을 그대로 적용했다. 매장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 경험이 되도록 설계했다. 2024년 글로우서울 실적 개선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언급됐다.
유정수라는 콘텐츠
ⓒ 유튜브, 반지하 유정수
유정수 대표는 <반지하 유정수>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6만 구독자를 넘어섰고, 조회수 수만 회의 콘텐츠들이 쌓여 있다.
내용은 직접적이다. 공간 기획 이야기,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 창업에 대한 생각. 유정수 대표가 직접 출연해 자신의 사업 철학을 이야기한다. 콜로소에서 F&B 창업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이 콘텐츠들이 글로우서울의 영업 채널이 된다. 유정수 대표의 관점과 철학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클라이언트가 되거나, 브랜드를 찾아온다. 대표의 개인 콘텐츠가 회사의 마케팅을 대신하는 구조다.
ETF 베이커리 논란도 있었다. 2025년 8월, 구독자 360만 명의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와 협업해 성수동에서 팝업 <ETF 베이커리>를 열었다. 990원 소금빵, 1,990원 식빵 등 파격적인 가격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빵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자영업자가 폭리를 취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비판이 나왔고, 결국 개점 일주일 만에 영업 중단을 결정했다.(자영업자들의 비판에 팝업을 멈췄다고, 자영업자들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이후 한국제과기능장협회 등과 협의를 거쳐 2025년 12월 서울 안국역에 ETF 베이커리 상설점을 오픈했다. 1,000원대~3,000원대 가격대를 유지하며 재출발했다. 유정수 대표는 "F&B 비즈니스는 전체 영업이익의 10% 미만"이라며 ETF 베이커리가 IPO 마케팅 수단이라는 의혹에 선을 그었다.
수치로 본 글로우서울
연도
매출
순이익/영업이익
2021년
141억 원
순이익 10억 원
2022년
193억 원
순이익 17억 원
2023년
388억 원
순손실 5억 원 (적자 전환)
2024년
633억 원
영업이익 63억 원 (흑자 전환)
2024년 매출 633억 원은 전년 대비 63.1% 성장이다. 2023년 적자에서 영업이익 63억 원으로 흑자 전환도 했다. 직원 수는 2026년 3월 기준 약 119명(4대보험 기준)이다.
현재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2024년 흑자 전환 실적을 바탕으로 기업가치 1,000억 원 이상으로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과 지분율은 비공개다. 정확한 상장 일정은 아직 공식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글로우서울은 플랫폼인가
글로우서울과 비슷한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 있다. 어반플레이는 로컬 콘텐츠와 브랜드를 발굴해 공간 경험으로 확장하는 회사다. OTD코퍼레이션은 F&B·문화·라이프스타일 공간 솔루션을 제공한다. GFFG는 다운타우너, 노티드 등 F&B 브랜드를 직접 만들고 운영한다.
글로우서울이 이들과 다른 점은 세 가지가 한 회사에 있다는 것이다. 외부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대기업·지자체 공간 브랜딩), 자체 브랜드 운영(청수당·온천집·스탠다드브레드), 대표의 콘텐츠 영향력(유튜브·강의·인터뷰). 이 세 가지가 서로를 강화한다.
외부 프로젝트의 성공이 포트폴리오가 되고, 그 포트폴리오가 다음 클라이언트를 부른다. 자체 브랜드가 성공하면 공간 기획력의 살아있는 증거가 된다. 대표의 콘텐츠가 이 모든 것을 알린다. 세 가지가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다.
이걸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전통적인 의미의 IT 플랫폼은 아니다. 그런데 공간과 브랜드와 콘텐츠를 연결해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공간 플랫폼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가장 큰 리스크는 유정수 개인 브랜드 의존도다. 글로우서울의 이름값 상당 부분이 유정수라는 사람에서 나온다. 대표가 빠지면 회사의 브랜드력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지가 IPO 과정에서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이다.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시작한 회사가 2024년 매출 633억 원을 기록했다. 낡은 익선동 골목에서 시작한 공간 실험이 뉴욕까지 이어졌다. 글로우서울의 다음 챕터가 어떻게 쓰일지, 코스닥 상장 이후가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본 리포트의 수치는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 및 주요 언론 보도(이코노미스트, Namdi, 중앙일보, 서울경제TV 등 2024~2026년 기준)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IPO 일정 및 투자 금액은 비공개이며 보도 수준의 추정치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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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덤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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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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