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라는 바나나 우유 제품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바나나는 껍질이 노란색일 뿐 알맹이는 하얗습니다. 오랜 시간 바나나 우유 시장의 1위를 지켜온 '바나나맛우유'의 노란 색에 딴지를 거는 도발적인 제품명으로 이 제품은 처음부터 이목을 끌었습니다.
비슷한 의문을 라면 면발에도 가져볼 수 있습니다. 라면 면발은 밀가루를 주 원료로 합니다. 밀가루는 원래 하얗습니다. 그런데 라면 면발은 왜 주로 노란색을 띄는 걸까요? 기름에 튀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노란색을 띠는 걸까요? 그렇다기엔 사리곰탕 등 일부 제품은 면이 희기도 합니다.
라면은 건강과는 거리가 먼 듯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라면의 영양 구성은 괜찮습니다. 나트륨과 포화지방 함량이 높다는 작은 흠이 있긴 합니다만 전체적으로 부족한 영양소가 없고 3대 영양소도 균형 있게 들어 있어 건강에 많이 나쁘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실제로 50년 가까이 라면만 드시며 장수하신, 안성탕면의 아이콘 박병구 님의 사연도 있습니다. (기사 링크)
라면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1980년대에도 라면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끼니를 라면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갔지만, 영양소가 부족할 거란 인식이 많았습니다. 비타민이 부족하여 라면만 먹다가는 각기병에 걸린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라면 회사들은 매일 라면을 먹어도 영양 상 큰 문제가 없도록, 인식 개선을 위해 라면에 비타민B1, 비타민B2를 첨가합니다. 비타민B2는 리보플라빈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단어의 뒷부분은 노란색을 뜻하는 라틴어 flavus에서 왔습니다. 라면 면발은 이렇게 노란색을 띠게 됩니다. 나아가 흰 면보다 노란 면이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가끔 라면이 SF 소설에 나오는 음식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빠지는 것 없는 영양, 찾아서 먹게 되는 맛, 보관하기 간편한 부피, 6개월에 달하는 유통기한, 빈곤층도 자주 먹을 수 있는 가격, 취향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양성, 어떤 요리와도 무난히 어울리는 조화로움까지 신기할 정도로 장점이 많은 음식입니다. 가끔 우리는 소설보다도 더 멋진 현실을 옆에 두고도 그걸 깨닫지 못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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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맨
마지막 줄이 날아와 박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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