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오늘입니다.
어느새 꽃들도 모두 지고, 푸른 잎들이 빛나는 늦봄/초여름에 진입하고 있는데요. 계절의 변화와 더불어 지난 한 달 사이 서가에 나온 세 권의 철학 신간을 소개드립니다. 이달의 키워드는… ‘독일철학’입니다!
독일은 근대 이후 명실상부한 철학의 중심지로 역할했지요. 현대 이후 미국과 프랑스가 영미권, 유럽권 철학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것도 같지만, 역시나 현대영미철학, 현대프랑스철학의 기저에는 독일어권 철학자들이 있었습니다. (프레게, 비트겐슈타인, 카르납이 한쪽에 있다면 헤겔, 후설, 하이데거가 다른 한쪽에 있는 식으로 말이죠.)
오늘 소개해드릴 세 책은 모두 근대 이후의 독일 철학자들에 관한 책입니다. 하나는 근대부터 현대까지의 여러 철학자들을 다루고, 다른 둘은 특정한 철학자에 대해 다루고 있지요. 역사가 긴만큼 두 철학자 사이의 시간도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현대 철학의 뿌리를 찾아서
《독일 철학 개론: 칸트에서 하버마스까지》
“칸트에서 하버마스”까지라는 부제에서 잘 보이듯, 근대의 탄생기부터 오늘날까지 독일에서 이루어진 철학적 기여들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가 영미권의 연구자인만큼 프레게와 비트겐슈타인, 빈 학파와 같은 이른바 ‘분석철학’의 기원을 독일철학사에 포함한 것이 눈에 띕니다.
저명한 학자들의 추천사와 인터넷에서 보이는 여러 호평들을 볼 때, 믿을 만한 독일 철학사 개론서로 보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책을 확인하고자 몇 번 발품을 팔아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네요. 출판사에서 보다 힘써주시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헤겔의 역사 철학을 재구성하기
《역사는 의미가 있는가》
헤겔 연구자 테리 핀카드는 ‘정의’를 키워드로 헤겔의 역사 철학을 개관합니다. 헤겔의 철학이 거대한 체계를 형성하고 있는 탓도 있겠습니다만, 단지 역사에 관한 헤겔의 언급들을 가져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헤겔의 다양한 주요 저작들을 언급하며 그의 역사철학을 재구성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헤겔에 관한 책을 읽을 때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아마도 그의 까다로운 조어법에 따라 만들어진 개념어들을 이해하는 데에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마도 저자의 역량 덕에, 이 책은 그러한 어려움이 없이 잘 읽히도록 내용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번역 또한 걸리는 부분 없이 무난히 잘 이루어졌습니다.
독일 철학계의 기수를 만나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조용히 아주 많은 책들을 내는 커뮤니케이션 북스, 지난달의 《솔 크립키》에 이어 이번에는 마르쿠스 가브리엘에 관한 개설서를 냈습니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오늘날 독일 철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철학자이지요. 《나는 뇌가 아니다》,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등을 통해 우리에게도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자는 가브리엘의 철학적 문제와 이에 관한 그의 이론들을 간결하고 치밀하게 설명합니다. 그의 존재론과 언어철학으로부터 시작해 인식론과 도덕철학, 그리고 예술철학까지를 폭넓게 다루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저자가 미학 연구가라는 점이 특히 빛을 발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의 두 책이 ‘오늘날 독일 철학사는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면, 이 책에서는 ‘오늘날의 독일 철학계는 어떤 역사를 만들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철학사 속의 독일 철학자들에게만 익숙하셨다면,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을 적극 권합니다.
함께해 주시는 분들 (2024년 4월 27일 기준 멤버십 구독자 및 후원자)
《오늘의 철학》의 운영에 도움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모든 사진은 교보문고 책 정보 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