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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철학

동물, 인간, 그리고 신 — 2025년 12월의 신간 소식

12월에 발간된, 읽어볼 만한 철학 신간들을 구독자 님께 소개합니다!

2025.12.31 | 조회 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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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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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철학 뉴스레터

오늘의 철학을 당신에게

정말 오랜만입니다. 김오늘입니다. 지난 공지를 통해 알렸듯, 《오늘의 철학 뉴스레터》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구독자 님께 이 순간의 철학의 풍경들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구독자 님의 철학적 여정에 함께할 수 있길 바랍니다.

다시, 첫번째로 보내드리는 소식은 지난 한 달의 철학 신간 도서를 소개하는 《이달의 철학》입니다. 한 달 사이 나온 철학 신간들을 꼼꼼히 읽고, 선별해 가져왔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또는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새 마음으로 소개해드리는 책들을 반갑게 만나보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두 책은 모두 독일에서 건너온 책들입니다. 오늘날 철학 서가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마르쿠스 가브리엘, 그리고 오랫동안 한국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철학적 수상들을 전해드립니다.

두 사람은 ‘철학적 대화’를 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서로 겹쳐 있는, 동시에 양 극단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를 건네고 있습니다. 가브리엘은 우리의 ‘동물’ 개념에서부터 시작하고, 한병철은 ‘신’ 개념에서부터 출발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향하는 곳은 결국 같습니다. 인간 사이 윤리의 문제가 그것입니다.

동물과 신에 대해 생각하지만, 두 사람은 통상적인 동물과 신 이해에서 벗어나면서 이로써 인간의 윤리를 다시 세우고자 합니다. 가브리엘은 인간의 자기 투사로서 동물에 주목하며 인간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한병철은 비워진 자리로서 신의 자리에 주목하며 인간이 자연과 사회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가르칩니다.

보다 논증적이고 철저한 가브리엘과, 보다 은유적이고 신비주의적인 한병철의 목소리를 대비해 보는 것도 즐거운 독서 경험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곳에서 출발하지만 같은 문제로 나아가고, 동시에 전혀 다른 말하기 방식을 사용하지만 같은 결론으로 나아갑니다. 어쩌면 이들 각자의 논증 내지는 사유는, 더불어 우리에게 같은 종류의 윤리학을 호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동물 안의 인간, 동시에 동물 밖의 인간

《인간은 동물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저·전대호 역. 열린책들. 25,000원.
마르쿠스 가브리엘 저·전대호 역. 열린책들. 25,000원.

먼저 소개할 책, 《인간은 동물이다》는 이미 여러번 소개한 적 있는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신간입니다. 가브리엘은 이원론적 태도를 취하면서도 전통적인 이원론과는 거리를 두는 독특한 입장을 견지하는 철학자입니다. 뿐만 아니라, 전통철학과 현대 유럽철학, 그리고 현대 분석철학을 아우르는 넓은 배경 위에서 작업을 펼쳐나가는 ‘크로스 오버’ 유형의 철학자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책에서 가브리엘은 ‘동물’의 개념에 주목합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동물의 개념이 인간이 속한 가장 으뜸 개념 중 하나이고, 다른 동물들과의 종차(specific difference)에 따라 인간의 개념이 일종의 ‘제약된 동물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하리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이어온 유서 깊은 생각으로, 전통적으로는 ‘합리적 동물’로 인간을 정의하게끔 하는 단초가 되었습니다.

가브리엘은 이러한 생각에 반기를 듭니다. 그에 따르면, 동물 개념이란 차라리 인간 개념에서 파생된 개념입니다. 인간의 어떤 부분들을 다른 존재들에게 투사해 동물 개념을 형성하고, 그들을 모종의 특성에 따라 분류해 말하자면 ‘생명의 나무’를 만든 것이 인간의 생물 탐구 역사라는 것입니다. 가브리엘 자신이 말하지는 않지만, ’인간 먼저’(human-first)라고 불림 직한 개념론적(ideological) 입장을 취하는 셈입니다.

놀랍게도, 가브리엘은 이러한 발견으로부터 인간 사이의 윤리의 문제를 검토합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이 자신을 다른 동물들과 구분짓는 데 있어 핵심적인 것은, 실천적 합리성을 비롯한 합리적 사고 능력입니다. (이를 가브리엘은 그의 ‘삶꼴’(Lebensform) 개념을 통해 정식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분짓기는 우리로 하여금 모종의 윤리, 특히 ‘침묵의 윤리’를 제기한다는 것이 가브리엘의 논증입니다.

논증이라고는 말했지만, 사실 그가 어떤 논증을 구사하는 것인지는 (그의 앞선 책들에서도 그랬듯)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나아가 그가 어떤 종류의 윤리학을 요청하는 것인지도 뚜렷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방향성과 호소력은 상당합니다. 어쩌면 그의 논증 내지는 아이디어에 기초해, 우리는 정말로 중요한 어떤 발견들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워진 자리에서 신성을 발견하기

《신에 관하여》

한병철 저·전대호 역. 김영사. 16,800원.
한병철 저·전대호 역. 김영사. 16,800원.

한병철의 신간, 《신에 관하여》는 오늘날 왜 종교가 신뢰를 상실했는지 먼저 묻고, 시몬 베유의 목소리를 통해 이에 답하고자 시도합니다. 한병철이 진단하기로, 종교가 힘을 잃은 데에는 우리 사회에 범람하는 수많은 정보들의 탓이 있습니다. 이들이 우리의 주의 집중을 방해하고, 그 결과 주의 집중을 필요로 하는 종교적 삶의 근간이 약화되었다는 것입니다.

그의 많은 책들이 그랬듯, 이번 책에서도 한병철은 풍부한 논증을 제시하기보다 심오한 통찰적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일종의 명상처럼 이어지는 그의 서술은 종교적 상상력의 부재라는 문제로부터 우리를 윤리적 삶과 생태와의 공존의 문제로 옮겨놓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때 다른 사람들 및 다른 존재들과 어울릴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합니다.

시몬 베유에게서 빌려온, ‘비워진 곳’에 대한 그의 강조는 의미심장합니다. 부재를 부재로 두지 못하는 우리의 태도가 종교뿐 아니라 윤리에 대해서도 지나친 인색함을 가져왔다는 것이 그의 통찰입니다. 말하자면, 언제나 양적 균형을 맞춰야만 하며 그것이 곧 정의라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으레 취하는 태도인데, 이는 진정으로 윤리적인 태도를 우리가 취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시작점도, 어조도 다르지만 그의 결론은 가브리엘의 그것과 미묘하게 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뚜렷한 정의의 원칙이 있고 이를 따라야 한다고 보기보다는, 무지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짐으로써 비로소 윤리적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동물에서 출발해 무지의 윤리로 나아간 가브리엘처럼/과는 반대로, 신에서 출발해 무지의 윤리로 나아가는 한병철의 논변은 어딘가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러나 가브리엘과 마찬가지로, 한병철의 논변이 우리로 하여금 어떤 삶을 살라고 하는 것인지, 또한 한병철의 논변의 타당성이 어떻게 확인될 수 있을지는 거의 분명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의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해 모종의 철학적 입장을 조직화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시도 자체가 두 철학자의 관점에 반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오늘 소개한 두 책은 모두 오는 1월 둘째, 넷째 주의 북리뷰를 통해 다시 상세히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그럼 저는 북리뷰에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다른 두 에디터, 연구원 D와 연구보조 J가 전해드릴 《논문 큐레이션》과 《논문 배달왔습니다》도 기대해 주세요.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에도 《오늘의 철학 뉴스레터》와 함께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김오늘 드림.


※ 모든 사진은 교보문고 책 정보 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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