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시작하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오늘 피렌의 습관레터의 주인공은 독일 베를린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바니님입니다.
바니님은 저와의 첫 만남에서 자신을 ‘미룬이, 게으른 완벽주의자’라고 표현하셨어요. 루틴은 아예 없었고, 특히 일을 시작하는 게 어려웠다고 얘기해주셨어요.
“일을 시작하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해야 하는데’ 생각만 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에는 미루고 자책하곤 했어요.”
일을 미루지 않고 시작하기 위해 카페에서도 일해보고, 공유오피스를 이용해보기도 하고, 뽀모도로 타이머도 써봤지만 효과는 늘 잠깐뿐이었고, 결국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고 해요.
미루기에서 시작되는 하루의 악순환
이 이야기는 바니님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많은 분들이 겪는 하루이기도 해요.
아침에 일어나지만 바로 일을 시작하지는 못합니다. 조금만 쉬자며 유튜브를 켜고,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점심이 지나 있죠. “이제라도 해야지” 하고 늦게 일을 시작하면 일은 자연스럽게 밤까지 이어집니다.
늦게까지 일한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듯 핸드폰을 보다 잠드는 시간은 더 늦어지고요. 그렇게 늦게 잠든 다음 날 아침, 또 늦게 일어나고 “또 오전을 날렸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때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하루 중 한 순간도 제대로 쉬었다고 느끼지 못 하는 거예요. 늘 “일 해야 하는데”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요.
그리고 이 흐름을 바꾸기 위해, 바니님은 저와 습관 디자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해결책보다 먼저, 질문부터 던졌습니다
2025년 6월, 베를린의 한 펍에서 바니님과 만나 습관 디자인을 했습니다. 여름의 베를린. 야외 테이블이 특히 매력적인 공간이었어요.
우리는 바로 해결책을 찾기보다 이 질문부터 던졌습니다.
- 어떤 습관이 지금 가장 필요할까?
- 어떤 습관이 삶 전체에 가장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대화 끝에 우리가 정한 건 단 하나였습니다.
‘일을 시작하는 습관’
일을 시작하지 못하게 하던 구조를 바꾸다
가장 먼저 살펴본 건 “도대체 무엇이 일을 시작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가”였습니다. 바니님의 경우, 아침에 일어나서 일을 시작하기 전 유튜브를 보는 습관이 가장 큰 방해 요소였어요.
그래서 저희는 먼저 장소에 변화를 줬습니다. 장소가 바뀌면 기존에 자동화된 행동이 일시적으로 느슨해지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다음으로 한 일은 ‘일을 하자’는 결심을 요구하지 않는 행동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일 해야지”라는 생각이 미루고 싶은 마음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일을 시작하자’가 아니라, 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전환 행동을 설계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행동은 독서였습니다. 루틴은 아주 단순하게 설정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 바로 독서 → 일 시작하기
기록이 먼저 말해준 변화
당시 바니님은 집 문제로 스트레스가 극한에 달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는 뇌가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쓰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거든요.
그런데 습관 디자인 이후 바니님의 기록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 2일 차: “씻으면서 빨리 책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 4일 차: “일어나자마자 씻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 책이어서 신기했다.”
- 5일 차: “씻고 → 책 읽고 → 일한다는 흐름이 생기니까 압박감 없이 그냥 그 행동을 하게 된다.”
보통 첫 일주일 안에 이런 긍정적인 기록이 나오면 습관이 빠르게 자리 잡는 편인데, 아니나 다를까, 한 달 뒤 진행한 습관 점수 평가에서 바니님의 점수는 7점 만점에 5.58점이었습니다. (3.9점 이상이면 습관이 형성된 것으로 판단합니다.)
‘일 시작 습관’이 일상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하나의 습관이 가져온 또 다른 변화들
아침에 씻고 → 독서하고 → 일을 시작하는 습관이 생긴 뒤, 바니님은 이 루틴을 천천히 발전시키셨습니다.
지금은 아침에 청소를 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독서를 한 뒤 첫 번째 업무 루틴을 시작합니다. 오후 업무를 시작하기 위한 ‘차 습관’도 따로 디자인했고요. 최근에는 잘 쉬기 위한 운동 습관도 시작하셨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자책이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이전에는 늦게 일어나면 “아, 늦잠잤네. 오늘은 망했다.”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해요. 그런 날에는 일을 시작하는게 유독 힘들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몇 시에 일어나든, 자연스럽게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루틴이 생기니까, 삶이 안정되더라고요”
최근 이 뉴스레터를 위해 바니님과 다시 인터뷰를 했습니다. 바니님은 이렇게 말씀해주셨어요.
“루틴이 생기니까 삶에 안정감이 생겼어요. 나만의 루틴이 있다는 게 큰 안정감을 주더라고요.”
“예전에는 자책을 많이 했어요. 늘 스스로를 채찍질했고, 자기 발전에 대한 강박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습관 디자인을 하고 습관 기록을 남기면서 저 자신을 이해하게 됐어요. 죄책감도 줄었고, 무엇보다 저 자신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습관 디자인 하기를 너무 잘 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습관 디자인 이후 달라진 바니님의 일상은 아래 유뷰브 영상에서 더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tQUZauWkNf4
P.S.
다음 주 뉴스레터에서는 일 시작 습관을 만들 때 주의해야 하는 점 n가지를 다루어볼게요.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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