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플래닛 탐험가 승주입니다.
오늘은 아주 끝내주는 ‘물’ 탐험을 하려 합니다. 물을 마시면 ‘죽음’을 마시게 된다는, 엄청난 역설의 행성으로 말이죠.
“엥? 물을 마시면 죽는다고요?”
네, 맞아요. 하지만 이 죽음은 우리가 알던 바로 그 ‘죽음’이 아닙니다. Z세대의 반항과 위트로 무장한, ‘리퀴드 데쓰 (Liquid Death)’란 이름의 특별한 생수 이야기이기도 하죠.
“Murder your Thirst (갈증을 살해하라)”
2019년, 혜성처럼 등장한 ‘리퀴드 데쓰’는 기존 생수 시장의 문법을 따르지 않았어요.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 대신, 금빛 해골이 그려진 알루미늄 맥주캔을. 알프스의 청정한 배경 대신, 문신과 헤비메탈이 가득한 펑크 정신에 집중하죠.
“리퀴드 데쓰의 경쟁자는, 다른 생수기업이 아니에요. 우리의 진짜 경쟁자는 위트와 창의성으로 무장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죠.”
2023년 기준, 리퀴드 데쓰의 연간매출은 약 2억 6300만 달러 (한화 약 3500억). 기업 누적가치는 약 1억 4000만 달러 (한화 약 18조)에 이르는데요.
듣기만 해도 ‘억’ 소리 나는 이 특별한 생수의 이야기로, 지금부터 함께 빠져 보실까요?
💀 "평범한 건 싫었어요. 선택할 이유가 없잖아요?"
‘리퀴드 데쓰’의 시작은 창업자 마이크 세사리오 (Mike Cessario)의 ‘남다른 생각’에서 시작되었어요.
"제가 평소에 제일 싫어한 건, 똑같은 치즈 풀샷이었어요. 피자가 맛있다는 걸 말하기 위해 너도 나도 치즈가락을 늘어뜨리는 바로 그 장면이요. 심지어 그 풀샷에 어마어마한 광고비가 들어가는 건, 더 말도 안 된다 생각했죠."
마이크 세사리오는 전직 광고인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였어요. 늘 창의성에 목말라 있었지만, 그 의 작업은 ‘대기업 광고주의 뻔한 취향’에 가로막혀 있었죠. 창의성과 기업가 뿌리를 일치시키고 싶은 욕망이 간절하던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아이템은 다름 아닌 ‘물’이었습니다.
“어느 날 락 페스티벌에 갔는데,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어요. 헤비메탈 연주자들이 에너지 드링크 캔에 몰래 물을 담아 마시고 있었던 거죠. 갈증은 채우고 싶지만, 이미지를 중시하는 이들의 타협적 선택이랄까요? 그때 깨달았죠. 바로 이거야! 뭔가 재밌는 게 발견됐어!”
실제로 그는 이때의 경험을 통해, ‘스트레이트 엣지’란 특별한 타깃을 발견하게 되죠. 헤비메탈과 펑크를 사랑하지만 술과 담배, 약물은 철저히 멀리하는 사람들. 건강을 생각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잃고 싶지 않은 이들이었어요.
“제가 딱 그 ‘스트레이트 엣지’였어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고등학교 때는 펑크밴드에서 활동했죠. 보통 밴드에서 활동한다고 하면 술과 약물에 찌들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전 달랐어요. 알프레드 뉴먼을 좋아했고, 광고학을 전공했고, 가끔 옥수수밭에서 음악을 연주했죠. 유기농 음식을 즐겨 먹었고요.”
결국 이런 경험들은 ‘리퀴드 데쓰’의 정체성을 만들었습니다. ‘건강하지만 반항적인 물’이라는 서로 다른 교집합이 새로운 캐릭터이자 카테고리를 탄생시켰죠.
“솔직히 제품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저는 광고인으로서 제일 잘 하는 걸 해야 했어요. 답은 딱 하나였어요. 도발적인 마케팅. 일단 제품만 만들면, 그 이후는 어떻게든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죠.”
🤘 실패,실패…최악의 순간에서 ‘반등’을 만들다
하지만, 실행은 쉽지 않았어요. 마이크 세사리오는 초기에 두 명의 동업자와 사업을 시작했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죠.
“동업자가 제시한 브랜딩은 마치 평범한 대기업 결과물 같았죠. 그 안들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직장을 잃고 싶지 않아! 부끄럽게 내 엉덩이를 보이고 싶지 않아!”
결국 마이크 세사리오는 동업자와 헤어졌고, 다시 돈을 벌기 위해 광고 에이전시들을 전전했어요. 심지어 한 에이전시에서는 해고되는 최악의 경험까지 했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 그는 마음을 다잡았어요.
“색다른 것을 만들겠다”는 그만의 욕망은 꺼지지 않았거든요.
평소 마이크 세사리오는 버진 항공사를 창립한 ‘리처드 브랜슨’을 좋아했다고 해요. 비행기 좌석에 최초로 TV를 단, 그의 모험정신을 동경했죠.
그는 생각했어요. ‘최근 흥미로운 일이 하나도 없는 카테고리가 뭐지?’, ‘심지어 200억개 넘는 제품이 포진한 대중적 시장은?’ 결론은 다시 생수였고, 그는 다시 몰입하기 시작했죠.
마이크 세사리오는 일단 디자인부터 정비했어요. TV 애니메이션 <미스터 피클>을 그린 애니메이터에게 인스타 DM으로 연락해, 지금의 리퀴드 데쓰의 시그니처 마크가 된 ‘해골 디자인’을 만들었죠. 그리고 플라스틱 생수병이 아닌, 알루미늄 캔에 디자인을 그려 넣었어요.
“리퀴드 데쓰는 악마의 물이에요. 동시에 ‘플라스틱에게 죽음을 (Death to Plastic)’ 말하는 생수이기도 하죠. 전 플라스틱에 생수를 담기 싫었어요. 건강과 환경을 함께 생각하는 물. 하지만 그 말을 뻔하지 않게 하는 반항적인 물을 말하고 싶었죠.”
처음엔 “물로 대체 뭘 하겠다고?” 의심을 품던 사람들도, 제품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디자인이 천재적인데?”, “이건 마치 해비메탈을 들으며, 힙한 건강을 마시는 것 같군.”
점차 반응이 달라지자, 마이크 세사리오는 전 직장 상사들을 찾아다니며 사업자금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자금을 바탕으로 ‘리퀴드 데쓰’에, 진짜 알프스 산맥의 청정수를 채워넣을 수 있었죠. 그는 그 순간을 이렇게 회고해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아이디어를 반대할 겁니다. 심지어 그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본 적 없는 창의적인 것일수록요. 하지만 이것만 기억하세요. 딱 한번. 그 처음의 설득만 통과한다면, 지루하게 죽는 대신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요.”
⚡️ “재미 or 죽음!”, 재기발랄함으로 뭉친 똘끼!
여기서부터 진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시작되요. 리퀴드 데쓰의 시장진입 전략이 정말 특별했거든요.
보통의 생수 브랜드라면? 대형마트나 편의점부터 공략했겠죠. 하지만 리퀴드 데쓰는 달랐어요. 바로 ‘문신가게’에서 판매를 시작했거든요.
“물을 어떻게 문신가게에서 팔아?”
하지만 이게 바로 리퀴드 데쓰의 특별한 전략이었어요. 문신가게, 스케이트숍, 펑크록 바 등, 리퀴드 데쓰가 표방하는 ‘해비메탈’의 정신을 그야말로 충실히 구현했죠.
“저희의 마케팅 목적은 딱 하나였어요. 기존 생수 업계의 모든 관행을 깨뜨리자! 확실히 주목을 끌자!”
마케팅도 충격적이었어요. 2022년 슈퍼볼 광고는 전설이 됐죠. 임산부가 캔을 들이키고, 어린이들이 술집에서 건배를 하는 충격적인 장면 때문에요. “아니, 임산부와 아이들이 맥주를 마신다고?” 소셜미디어는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죠. 하지만 마지막에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거 말이죠. 그냥 건강한 물인데요?”
실제로 리퀴드 데쓰 캔이 너무 맥주 같이 생겨서, 편의점에서 미성년자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는 해프닝도 있었대요. 리퀴드 데쓰는 이런 해프닝을 놓치지 않고, 'ID Please'라는 캠페인을 만들었죠.
SNS에서는 더 대담했어요. “물 광고가 너무 선을 넘는 거 아니냐?”는 안티팬들의 분노에 찬 댓글을 모아 ‘Greatest Hates (최고의 헤이터들)’ 앨범을 발매했는데, 이게 또 대박이 났어요. 헤이터들의 댓글을 헤비메탈 가사로 만든 이 앨범은, 아이튠즈 차트 1위까지 기록했죠.
틱톡에서는 #LiquidDeathChallenge가 시작됐어요. “갈증을 죽이는 가장 창의적인 방법”을 공유하는 이 챌린지에는, 무려 100만명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고요.
심지어 ‘영혼 판매 계약서’까지 등장했어요. 리퀴드 데쓰 물을 마시면, 영혼의 소유권이 브랜드로 넘어간다는, 장난스러운 계약서였죠. 이 신선한 마케팅 덕분에, 팬들은 실제로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너도나도 적극적인 SNS 인증을 시작했죠.
토니 호크와 협업한 ‘피의 스케이트 보드’ 프로젝트는 또 어떻고요. 리퀴드 데쓰는 계약서에 서명을 전설적인 스케이트 보더 토니 호크의 피를 섞어, 한정판 스케이트 보드를 만들었어요. 이 스케이트 보드는 100개 한정판이 20분만에 완판되고, 중고가는 10배까지 치솟았죠.
안티팬들의 조롱마저도, 유머와 반항으로 승화한 ‘리퀴드 데쓰다움’을 만든 순간이었어요.
🌍 화려한 쇼 뒤에 숨은, 지구를 생각하는 진정성
하지만 리퀴드 데쓰의 진정한 힘은, 파격적인 쇼 그 뒤에 있어요.
"우리가 진짜 죽이고 싶은 건, 플라스틱 쓰레기예요."
리퀴드 데쓰는 출시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플라스틱 병을 사용한 적이 없어요. 100% 재활용이 가능한 알루미늄 캔만을 고집했죠. 여기엔 분명한 이유가 있었어요.
"매년 3천5백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가요. 우리가 물을 마시는 용기가, 정작 물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되어버린거죠."
2023년, 리퀴드 데쓰는 이 아이러니를 정면으로 다룬 'Plastic Surgery'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마치 호러 영화를 연상시키는 이캠페인은 플라스틱 중독에 빠진 현대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풍자했죠.
영상 속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플라스틱 물병을 소비하다가, 결국 자신의 피부가 플라스틱으로 변해가는 것을 발견해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가 줌아웃되면, 거대한 플라스틱 섬으로 변해버린 지구가 모습을 드러내죠.
"플라스틱은 당신의 얼굴만 바꾸는 게 아니에요. 지구의 얼굴도 바꾸고 있죠."
이 충격적인 메시지는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어요. 환경 단체들은 이 대담한 접근법을 극찬했고, Z세대들은 영상을 자발적으로 공유하기 시작했죠.
리퀴드 데쓰의 창업가, 마이크 세사리오는 말해요.
"우리가 '죽음'이란 이름을 선택한 것처럼, 때론 충격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바꿔야 해요. 하지만 그 충격은 단순한 자극이 아닌,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한 것이어야 하죠."
📍 오늘의 브랜드 탐험 요약
리퀴드 데쓰가 보여준 반란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첫째, '카테고리의 고정관념'을 깨세요. 물은 깨끗하고 순수해야 한다는 편견이 오히려 기회였어요. 여러분의 브랜드가 속한 카테고리에도, 깰 수 있는 고정관념이 있지 않나요?
둘째, '팬덤'을 디자인하세요. 리퀴드 데쓰는 제품이 아닌 문화를 만들었어요. 팬들이 자발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브랜드, 자신의 정체성으로 내세우고 싶은 브랜드. 그게 바로 진정한 브랜딩의 힘이죠.
셋째, '진정성'을 무기로 삼으세요. 환경을 위한 리퀴드 데쓰의 노력은 결코 포장된 게 아니었어요. 그들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플라스틱 사용을 거부했고, 이는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죠.
✏️ 오늘의 '탐험'을 정리하며
리퀴드 데쓰는, 마치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여러분의 브랜드도 충분히 반항적일 수 있어요. 다만 그 반항이 의미 있는 것이어야 하죠. 그리고 그 의미는, 브랜드만의 진정성에서 나와야 해요."
그래서 오늘도 변함없이, 이 슬로건을 외쳐봅니다.
"Against Gravity! 중력을 거슬러라"
"Explore your Unique Planet! 너만의 플래닛을 탐험하라"
여러분의 브랜드에도 분명, 숨겨진 반란의 씨앗이 있을 거예요. 그걸 열심히 찾아 키우는 일. 그게 바로 우리의 탐험이 되겠죠?
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또 다른 '탐험'으로 만나요! 그때까지 조금 더 도발적이고, 조금 더 펑키하며, 틀을 깨는 한 주를 즐기시길.
당신의 플래닛 탐험가, 승주 드림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