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새롭게 만드는 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에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새로운 조합을 찾는 거죠."
안녕하세요, 플래닛탐험가 승주입니다.
최근 SNS에서 AI 아트를 자주 마주합니다. DALL-E, Midjourney, Stable Diffusion... 정말이지 수많은 AI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죠.
하지만 작품보다 놀라운 건, 그 창의성을 만드는 '단순한 원리' 때문이에요. 마치 오래 전, 한 천재 디자이너가 이야기했던 말처럼요.
"새로운 것을 만들 때는 기존의 것을 3%만 바꾸세요. 그게 가장 이상적인 비율이에요."
바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말입니다. 시카고 거리의 젊은 건축학도에서 루이비통의 수장이 되기까지, 그가 보여준 건 완벽한 '믹스(Mix)'의 미학이었죠.
그는 2021년 41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누구보다 시대를 앞서간 '믹스의 천재'이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버질 아블로의 믹스 철학을, 차근차근 함께 들여다 볼게요.
👨🏾🎨 건축에서 패션으로, 첫 번째 믹스
"저는 건축을 공부했지만 패션이 좋았어요. 그래서 건축의 원리를 패션에서 실현했죠."
일리노이 공대 시절. 버질은 건축 설계도 대신, 후드티 스케치를 하곤 했습니다. 건축가 렘 쿨하스의 '해체주의' 건축을 연구하면서, 동시에 나이키 조던의 디자인을 분석했죠. 교수들은 그의 이런 '크로스오버' 성향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버질은 자신만의 길을 고집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그의 실험은 운명적인 전환점을 맞습니다. Fendi 인턴십 중 만난 카니예 웨스트가 그의 독특한 시각에 매료되었던 거죠.
"넌 건축과 패션을 따로 보지 않더라?"
카니예 웨스트의 바로 이 말은, 버질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버질 아블로는 DONDA(카니예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그의 실험은 본격화됩니다.
"완벽한 새로움은 없어요. 모든 아이디어는, 이전 것의 변주일 뿐이죠. 그래서 전 DJ처럼 믹스를 시작하기로 했어요."
🎨 실험적 믹스(Mix)의 시작
2012년, 버질의 첫 브랜드 Pyrex Vision은 패션계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버질은 4달러짜리 랄프로렌 플란넬 셔츠에 'PYREX 23'을 프린트 했고, 이를 550달러에 판매했죠. 마약 제조에 자주 사용되던 유리 브랜드 'Pyrex'와 마이클 조던의 등번호 '23'의 조합은 네이밍만으로 믹스의 시작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은 이 티셔츠가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팔린다며 비난했지만, 버질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게 바로 현대 예술의 철학이에요. 마르셀 뒤샹이 변기에 사인해 예술품으로 만든 것처럼, 전 의류에 새로운 맥락을 부여한 거죠. 우리가 믿는 '가치'란 게 대체 뭔가요? 브랜드? 재료? 아니면 맥락?"
이 도발적인 실험은 대성공을 거뒀고, 2013년 그는 더 큰 도전을 시작합니다. 바로 패션 브랜드 'Off-White(오프 화이트)'의 설립이었죠. 고급 패션과 스트릿 문화를 믹스한 이 브랜드는, 버질의 주장한 '3% 법칙'이 만든, 가장 완벽한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나이키와의 "The Ten" 프로젝트에서, 버질 아블로는 또 한번 그의 미학을 정점으로 끌어올립니다.
에어맥스, 에어조던, 베이퍼맥스... 나이키의 10가지 클래식 모델을 '해체'하고 '재구성'한 이 프로젝트는, 스니커즈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받았죠.
"그는 에어조던1의 스우시 로고를 떼어 옆으로 살짝 움직이고, 'AIR' 글자를 따옴표로 묶었어요. 솔직히 그게 전부죠. 하지만 이 작은 변화가 완전히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냈어요."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버질 아블로의 마법에 완전히 홀리고 있었죠.
⚡️ 하이엔드를 뒤흔든 믹스의 미학
그리고 드디어 2018년. 패션계에 역사적인 순간이 찾아옵니다.
버질 아블로가 177년 전통의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맨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거죠. 솔직히 '스트리트 웨어 디자이너'가 '럭셔리 브랜드'의 수장이 된다는 건, 그 자체로 가장 파격적인 '믹스'이기도 했습니다.
"말도 안 돼. 버질 아블로가 명품 브랜드를?"
일부 사람들은, 이 파격적 행보에 대해 회의와 의심을 보냈죠.
하지만 2018년 6월, 파리 팔레 루아얄 가든 패션쇼에서, 그는 대중들의 이런 우려를 한번에 날려버립니다.
그의 데뷔 컬렉션 'COLOR THEORY'는, 또 한번 패션계에 충격을 줬습니다. 17개의 순백색 룩으로 시작된 쇼는 마치 백지에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선언 같았죠. 3,000명이 넘는 게스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키드 쿠디, 스티브 라시드와 같은 뮤지션들이 모델로 나섰고, 패션쇼 내내 하이엔드 패션과 스트릿 문화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져 있었습니다.
루이비통 창립 164년 만의 첫 흑인 디자이너. 버질은 이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패션의 새 지평을 열어갔죠.
"우리는 더 이상 '럭셔리'나 '스트릿'이란 경계에 갇혀있을 필요가 없어요. 중요한 건 문화적 맥락과 시대정신이에요."
💫 세상을 DJ처럼 바라보다
버질 아블로는 말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DJ와 같아요. 새로운 음악을 작곡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음악들을 새롭게 믹스하는 거죠. 중요한 건 그 믹스가 얼마나 신선하고 의미 있느냐는 거예요."
2020년 시카고 현대미술관의 'Figures of Speech' 전시는, 버질의 창의적 여정을 집대성한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건축 설계도, DJ 믹스테이프, 패션 컬렉션, 그래픽 디자인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창의적 전시는, 한 사람의 예술가가 얼마나 다양한 '믹스'를 시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증명이기도 했죠.
"우리 세대는 더 이상 하나의 분야에 갇혀있지 않아요. 건축을 공부한 사람이 DJ를 하고, 그래픽을 전공한 사람이 패션 디자이너가 되죠. 그리고 이런 크로스오버가 바로 우리 시대의 완벽한 특징이자 가능성이에요."
🌟 AI 시대가 주목하는 믹스의 미학
2021년, 버질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철학은 AI 시대에 더욱 빛나고 있습니다.
ChatGPT가 시를 쓰고, Cling이 영상을 만드는 시대. 하지만 진짜 본질은 AI라는 도구가 아니라, AI가 가져다 준 새로운 '믹스'의 가능성이죠.
만약, 버질이 살아있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을까요?
"결국, 창의성의 본질은 새로운 시각이에요. 같은 현상도 다르게 보고, 새롭게 조합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능력이죠. 그걸 알고 실행하는 사람만이, 시대를 리드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새로운 관점의 조합'이라는 말이겠죠?
📍 오늘의 브랜드 탐험 요약
오늘은 성공 브랜드 사례를 음미하며, 버질 아블로가 남긴 세 가지 통찰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새로움의 환상'에서 벗어나세요. 혁신은 기존의 것을 새롭게 보는 시선에서 시작됩니다. 버질이 4달러짜리 셔츠를 550달러의 가치로 만든 것처럼요.
둘째, '3% 법칙'을 기억하세요. 작은 변화가 만드는 신선한 충격, 그게 바로 진정한 창의성의 시작입니다.
셋째, 'DJ처럼 믹스하세요'.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건, 만드는 능력이 아닌 조합하는 능력.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새로운 관점과 조합'이니까요.
✏️ 오늘의 '탐험'을 정리하며
그래서 오늘도 변함없이, 이 슬로건을 외쳐봅니다.
"Against Gravity!" 중력을 거슬러라
"Explore your Planet!" 나만의 플래닛을 탐험하라
해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가 좀 늦었습니다. 하루 늦게 보내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리고요. 저는 다음주에 더 좋은 콘텐츠로 찾아뵐게요. 늘 감사합니다.
당신의 플래닛 탐험가, 승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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