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4] 🍄 음악 들으러 영화관 가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번 주는 로이🍄가 인사드립니다. 평안한 하루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지난 한 주 동안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며칠 전부터 목이 아프고 몸살 기운이 있는 것 같아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해봤는데, 두 줄이 나오지 뭐예요? 그 길로 선별진료소에 방문해 PCR 검사를 받았으나 역시나 똑같은 결과였답니다. 저는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안일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초기엔 기침과 몸살로 아주 힘들었어요. 이런 병을 어르신, 아이들, 중증 환자가 겪었을 걸 상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기도 했어요.

가진 것이라고는 젊은 몸뚱아리-사실 그마저도 이제 운동 없이는 못사는-라서 하루 이틀 정도 지나고 나니 점점 괜찮아지더라고요. 그동안 스스로를 집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밖에 너무나 나가고 싶었어요. 특히, 영화관을 가고 싶었답니다.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김에 이제 슈퍼 항체를 가진 사람으로 진화(!)했으니 영화 한편을 보러 가고 싶어요. 아무리 OTT 플랫폼과 콘텐츠가 대세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대형 스크린과 빵빵한 음향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특별한 맛이 있지요.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제가 좋아했던 영화 속 음악들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영화관에서 꼭 듣고 싶었던 음악, 이전에는 몰랐지만 n회차 관람에서 뒤늦게 알게된 음악, 그리고 기대감을 불어 일으키는 음악까지! 구독자님은 마음 속에 특별히 오랫동안 남는 영화 속 음악이 있나요? 그렇다면, 아래 댓글 또는 의견을 통해 남겨주세요. PRIIISM은 언제나 구독자님과 소통하고 나누고 싶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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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페이(王菲) - 몽중인(夢中人)

누군가는 중2병 같다, 허세로 가득찬 영화다, 이해하기 힘들다 등의 혹평을 내놓지만 나는 이런 영화가 좋다. 모두에게 사랑 받는 영화보다는, 얼마 안 되지만 지독한 팬을 만들어내는 영화 말이다. [중경삼림(1994)]은 그런 영화다. 사랑의 유통기한을 만년으로 하겠다는 찌질과 로맨틱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의 남자, 짝사랑하는 사람의 집에 몰래 들어가 청소를 하는 주택침입 혐의의 여자. 그리고 이들의 삶이 펼쳐지는 번잡하고 때 묻은 구룡반도까지. 매력 한가득이다.

세련된 영상미와 몽환적인 스토리,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빛나는 영화이지만 나에게 [중경삼림]의 백미는 마지막 크레딧과 함께 올라가는 이 영화의 OST <몽중인>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몽중인>은 아일랜드의 록 밴드 '크렌베리스(The Cranberries)'의 <Dreams>를 번안한 곡이자, 중경삼림의 배우 중 한 명인 왕페이가 부른 노래다. 크렌베리스의 보컬리스트 돌로레스 오리어던(Dolores O'Riordan) 못지 않은 청아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곡인 동시에 청춘의 낭만과 고독, 혼란 등이 느껴지는 듯하다.

몇 년 전 나홀로 홍콩 영화 로케이션지 탐방이라는 콘셉트로 홍콩을 다녀온 적이 있다. 청킹맨션도 다녀오고 홍콩 섬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락 내리락하기도 했다. 물론 <몽중인>을 들으면서. 마치 나 자신이 경찰223(금성무 분), 경찰663(양조위 분)이 되는 듯 했다. 영화 시퀀스 속에 존재하는 듯한 경험을 했다. 노래 제목처럼 꿈 속의 존재가 된 기분을 느꼈다. 음악의 힘이란 참으로 위대하다. 늦깎이에 이렇게나 지독한 중2병에 다시 빠지게 하다니.

🍄 Arcade Fire - Wake Up

어쩌다 보니 2주 연속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 노래를 소개하게 되었다. 그것도 같은 앨범에서다. 양해 말씀을 드린다. 그만큼 요즘 아케이드 파이어에 푹 빠졌다. 여러분께도 강력하게 추천 드린다. 특히 1집 [Funeral(2004)]은 꼭 들어보시길 바란다. 아케이드 파이어만의 유치하지만 정직하고 솔직한 무드를 오롯이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Wake Up>은 1집 앨범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트랙이자 지금까지도 아케이드 파이어를 대표하는 곡이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는 많은 분들이 인생 영화로 꼽는 명작이다. 나는 예전에 극장에서 한 번 관람하고 최근에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다. 그런데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아케이드 파이어의 노래가 영화 속에서 울려 퍼지는 것 아닌가? 바로 이 곡 <Wake Up>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월터(벤 스틸러 분)가 세상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순간,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삶의 정수가 울려 퍼지는 그 순간이었다.

To see the world, things dangerous to come to, to see behind walls, draw closer, to find each other, and to feel. That is the purpose of life. 매거진 라이프(LIFE)의 모토이자 이 영화 속 메시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찰떡처럼 <Wake Up>이 울려 퍼진다. 마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이 장면과 노래를 생각한 것만 같다. 나도 이 노래를 듣자마자 당장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혹시 삶이 무료하게 느껴지는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으신가? 그럼 다시 한 번 월터의 여행에 동참해보길 바란다. 이 노래가 나오는 그 장면도 반드시 챙기시길! 

🍄 David Bowie - Starman

마지막으로 소개 드릴 영화 음악은 올해 6월 개봉 예정인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버즈 라이트이어(2022)]의 주제곡이다. 개봉도 전에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그 유명한 노래 <Starman>이 쓰여서 화제를 몰고 있다. 영화는 토이 스토리의 주인공 중 한 명이었던 버즈를 꼭 닮은 인간 버즈 라이트이어의 우주 모험을 다룬 영화다. 

사실 토이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어린 시절 나에겐 토이 스토리는 감동 보다는 기괴함에 가까웠다. 장난감이 살아있다니! 생명이었다니! 공포스러웠다. 그럼에도 토이 스토리의 캐릭터를 이어 받은 이 영화가 기대되는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이 주제곡 때문이다. (광고 아니에요... 광고 들어왔으면 좋겠...)

우주 영화 마니아로서 언젠가 꼭 <Starman>을 찬란한 우주 속 장면과 함께 들어보고 싶었는데 마침내 기회가 생겼다. 게다가 오케스트라 스타일로 편곡을 했다니! 반드시 놓치지 않고 영화관에서 아름다운 영상, 웅장한 사운드와 더불어 느껴야겠다. 영화 스토리나 완성도는 어찌되었든 상관 없다. 고품질의 사운드로 <Starman>을 들을 수 있다면야. 아, 근데 픽사가 우리를 실망시킬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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