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4] 🥦 따뜻한 포옹 같은 곡을 나눠요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새해를 맞아 지인들과 복을 주고받았건만 정초부터 날씨가 영 좋지 않네요. 미세먼지 지수가 높게 치솟은 요 며칠입니다. 거기 더해 업무도 밀려오니 기분도 덩달아 매캐한 느낌인데요. 내일부터는 몹시 추워진다고 하죠. 아무렴 액땜이라 여기고, 구독자 님도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셔서 몸도 마음도 건강한 한 해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구독자 님은 새해 목표를 세우셨나요? 벌써 작심삼일이라고요? 괜찮습니다. 다시 작심하면 되니까요. 우리에겐 음력이 있습니다. 설이 오기 전까진 2021년이니 명절에 세배하고(가능하면 세뱃돈도 좀 받고) 떡국까지 먹어줘야 진짜 2022년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우겨봅시다. 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러닝을 매주 거르지 않는 것을 비롯해 몇 가지를 목표로 정했답니다.

며칠 전 지인에게 "올겨울은 덜 추운 것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가요? 지난 계절이 어땠는지 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거든요. 서울이 40도에 육박했던 2018년 여름 정도를 제외하면 예전에 얼마나 추웠고 얼마나 더웠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으레 겨울이면 추워했고 여름이면 더워했겠죠. 제가 너무 무감각한 걸까요.

여하튼 여전히 겨울입니다. 콜록, 기침 한 번만으로 의심과 경계의 시선을 받는 시국이니 더더욱 감기 조심합시다. 잘 챙겨입고 되도록 목도리도 두릅시다. 음악도 포근하고 따뜻한 곡으로 챙겨 듣는 게 어떨까요. 이번 PRIIISM은 그런 곡으로 꾸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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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ul McCartney - No More Lonely Nights

그런 날이 있다. 밤공기가 그다지 춥지 않고 오히려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지는 겨울밤이 있다. 길가에 눈이 꽤 두텁게 쌓였고 시간도 늦었는데 왜 그럴까. 술을 한잔 했기 때문일까, 그냥 그때 내 마음이 따뜻했기 때문일까. 1984년에 나온 <No More Lonely Nights>는 그런 따뜻한 겨울날에 어울린다.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가 쉬폰 케이크마냥 포근한 목소리로 곡을 연다. 연신 '더 이상 외로운 밤은 없다며(No More Lonely Nights)' 사랑을 애원한다.

애석하게도 <No More Lonely Nights>을 부른 이의 사랑은 아마 비극으로 끝나지 않았을까. 3분 30초경에 주목해보자. 기타 솔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곡조가 바뀐다. 방금까지 로맨틱했던 분위기가 심상찮아진다. 사랑의 기쁨보다는 어긋난 인연에 어쩔 줄 몰라하는 쪽에 어울려 보인다. 가만 듣고 있자니 기타 톤이 낯설지 않다. 기타를 연주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ur),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그 데이빗 길모어 맞다. 아무래도 비극이 틀림없어 보인다.

1970년에 비틀즈(The Beatles)가 해체한 이후 어언 50년도 더 지난 현재까지 폴 매카트니는 현역이다. 왕년의 노래에 기대 공연만 하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집에만 머물게 되자 개인 스튜디오에서 혼자 곡 쓰고, 노래하고,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 등을 모조리 연주해서 솔로 가수로서만 무려 열여덟 번째 정규앨범 <McCartney Ⅲ>를 내놓았다. 폴 매카트니의 위대함은 비단 젊었을 적에만 머물지 않는다. 어쩌면 한국 나이로 올해 여든인 지금까지 여전한 그 모습에 더 경의를 표해야 하지 않을까.

🥦 Mateo Stoneman - Alma Con Alma

이 곡을 처음 들은 순간이 지금도 선연하다. 햇수로 4년 전 서울에 살던 시절,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독립서점에서였다. 이런 저런 책을 들춰보고 있는데 재생 목록이 끝났는지 정적이 흘렀다. 얼마나 지났을까, 새 음악이 나왔다. 느릿한 피아노 소리에 빈티지한 로파이(Lo-Fi) 질감이 그득했다. 이윽고 노래가 시작되었다. 목소리가, 뭐랄까, 다소곳한 하품―침대에 널브러진 주말에 기지개를 켜면 나올 것 같은― 같았다. 뭐지 이 감성. 서점 주인과 나뿐인 작은 서점에 온기가 채워지는 것만 같았다.

"저 혹시…지금 나오는 노래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서점 주인에게 물었다. 서점 주인이 말 없이 한쪽에 몇 장 놓인 CD를 가리켰다. 마테오 스톤맨(Mateo Stoneman), 처음 들어보는 가수였다. 첫 소절부터 단박에 꽂히는 곡은 그리 흔하지 않은 법, 망설일 것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 손에는 책 한 권과 마테오 스톤맨 앨범이 들려 있었다. 할 일 없는 주말에 산책 삼아 간 서점에서 얻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마테오 스톤맨은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주 활동 무대는 쿠바이고 스페인어로 노래한다. <Alma Con Alma>를 영문으로 옮기면 'Soul to soul'이라고 한다. 영혼(내지는 마음)과 영혼이 만나 사랑하고 싶다는 노랫말을 담고 있다. 이 곡은 2012년에 발매된 그의 두 번째 앨범 [Mi Linda Havana]의 첫 번째 곡이다. 사실 이 앨범 전체를 권하고 싶다. 느긋한 주말에 이 앨범을 틀어놓으면 그 공간에 따뜻함과 평화로움이 그득해질 것이다.

🥦 PJ Morton - I Can't Wait

나는 새로운 걸 고를 때 이름에 영향을 받는 편이다. 가령 새로운 가수를 찾을 땐 가수명, 좋아하는 가수의 새로운 곡을 찾을 때 앨범이나 노래 제목을 먼저 본다. 이름에서 느낌이 빡 오면 들어본다. 반대로 이름이 끌리지 않으면 제쳐둔다. 특이하다면 특이한 이런 방법 때문에 이름이야 진즉 들었지만 정작 음악은 한참 뒤에 접하는 뮤지션이 많다. 그 대표격이 언니네 이발관인데 이 밴드명을 왜 이상하게 생각했는지는 나중을 기약하고 지금은 넘어가자.

피제이 모턴(PJ Morton)도 그런 경우다. PJ? DJ, BJ도 아니고 PJ는 뭐냐, 모턴도 철자가 모건(Morgan)이랑 거의 비슷해서 그런지 뭔가 금융 냄새(JP Morgan)가 나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따라서 피제이 모턴의 노래는 제쳐졌다. 그로부터 한참 지나 우연히 <I Can't Wait>라는 곡을 듣게 되었다. 어이가 없었다. 이 좋은 곡이 피제이 모턴 곡이라니! 금융이 아니라 따스한 겨울 냄새가 풍기잖아! PJ는 그저 폴 모턴 주니어(Paul Morton Junior)라는 본명에서 맨 앞뒤 이름 철자를 딴 것이었다.

알고 보면 피제이 모턴은 이미 생각보다 친숙할 것이다. 적어도 아주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피제이 모턴은 마룬5(Maroon 5) 키보디스트다. 투어 공연에 같이 서는 객원 멤버로 시작해서 2012년부터 정식 멤버가 되었다. 몇 년 전부터는 그래미상을 타는 등 솔로 뮤지션으로서도 확실히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룬5가 아무리 현재 세계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밴드 중 하나라지만 백킹 보컬하고 연주만 하기에는 그의 음악성이, 특히 빼어난 보컬이 너무나 아깝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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