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5] 🍄 지금, 너무나도 반해버린 그 노래들

안녕하세요, 로이🍄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것 같아요. 아마 요 며칠간 지겹게 들으셨을 것 같지만,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복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잖아요? 

저는 지금 제주에 와 있어요. 애월읍 근처에 숙소를 잡아 일주일간 머물기로 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도 유연한 원격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덕분에, 저도 워케이션(workaction)이라는 것을 해보고 있답니다. 숙소에서, 카페에서 일하기도 하고 퇴근 후에는 제주의 이곳저곳 멋진 곳을 다니면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어요. 

눈발이 휘날리는 본토와는 다르게, 이곳 제주는 날씨가 따뜻해요. 햇볕이 비추면 외투를 벗어도 될 정도랍니다. 덕분에 이런저런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요. 감귤밭에서 요가를 했고, 차귀도 앞바다에서 배 낚시를 해보기도 했어요. 오늘은 의귀리에서 승마를 하고 숲길 트래킹도 할 수 있었답니다. 모두 처음 해보는 것들이에요. 새해가 밝아서 그런지 무엇이든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용기가 생겼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노래 만큼은 계속 듣던 노래를 틀게 돼요. 제주로 날아오는 비행기에서도, 운전하며 해안도로를 달릴 때도 요 며칠간 아니, 요 몇 주간 계속 늘 같은 플레이리스트였답니다. 사실, PRIIISM은 구독자님께 새로운 노래를 찾아드리고 추천해드리려는 목적이 아니었죠. 지금 로이🍄, 콜리🥦, 숑🌻 저희 세 명이 가장 즐겨 듣고 있는 노래를 그 순간의 감동을 담아 소개하기로 했어요. 

지금 제 마음을 사로잡은 노래들을 소개해 드려요. 아마 익숙한 아티스트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미 소개되기도 했고, 지나가며 언급되기도 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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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오키 - 내 이야기는 허공으로 날아가 구름에 묻혔다. (Feat. 서사무엘)

첫 도입부의 색소폰 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노래가 끝나고 난 뒤에는 먹먹한 눈물이 흘렀다.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린 건 참 오랜만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나 음미하며 들었던 음악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고 또 듣고 있다.

7분 20초라는 긴 재생 시간에 비해 몇 마디 안 되는 가사이지만, 이 곡의 모든 연주 하나하나가 다 가사로 들릴 만큼 어떤 감정을 담아 작곡했는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또렷하게 전해진다. 강렬한 인상으로 진작 김오키라는 아티스트의 존재는 알고 있었으나, 그의 음악을 제대로 들은 것은 처음이다. 이토록 무게가 느껴지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었다니, 괜한 명성이 아니었다.

백미는 연주가 절정으로 치닫는 후반부, 5분 22초경. 바다같이 묵직한 트럼펫 연주에 파도 같은 기타 소리가 얹히자, 심해 속부터 차오르는 감정이 마음으로 소용돌이가 되어 휘몰아친다. 그리고 5분 44초. 토해내듯 Goodbye를 말하는 김오키의 목소리. 여기가 나에게 있어 이 노래의 정수다. 아무리 좋은 기억만 남기려 해도 후회만이 자꾸 떠오르는 지난날을 반추하는 것만큼 찌질하고 낭만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유튜버 리플레이(LEEPLAY)의 말처럼, 앞으로는 와인 대신 김오키의 음악을 마셔야겠다.

🍄 신온유와 김강 - chocolate trip

때로는 특정 가사 한 마디 만으로 노래에, 아티스트에 빠지기도 한다. 나에겐 '신온유와 김강'이 그랬다. 이들을 알게 된 건 숑🌻의 지난 PRIIISM 33호 덕분인데, 이들이 발표한 노래 모든 곡을 들어보니 '고운 우리말 가사의 무해한 아름다움'이라는 숑🌻의 표현만큼 아름다운 노래들로 가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소개하는 <chocolate trip>은 가장 많은 외래어가 쓰인 노래 같지만, 그럼에도 노랫말 중 "그런 게 달콤해요, 달빛에 속아주는 말"이라는 단 하나의 표현이 마음에 '쿡'하고 박혔다. '달빛에 속아주는 말'이라니! 그 여름 날(이 노래가 발매된 계절), 불확실한 부유 같은 마음마저도 사랑이라 믿게 하는 이 감정을 달빛 탓으로 넘겼다. 이 얼마나 귀엽고 낭만적인 표현인가!

단숨에 요즘 나의 최애 밤 노래(?)가 되었다. 위에 소개한 김오키의 노래와 이 노래가 단연 투 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김오키의 노래는 어두운 방 안 조명을 켜놓고 와인 대신 마실 만한 것이라면, 신온유와 김강의 이 노래는 달빛을 조명으로 둔 어느 벤치 혹은 공원에서 소주 한 잔에 딱 어울릴 테다.

🍄 백예린 - Lovegame

또예린, 백예린이다. 이 기회에 고백하자면, 나에겐 지난 2019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국내 여성 아티스트 중에서 그녀가 단연 원 탑이었다. 아마도 나의 애플뮤직 재생 횟수 중에서 그녀의 노래가 가장 많을 것이다. 지금 여기 제주에서도 낮과 밤,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어떤 무드에서도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다. 

한국대중음악상을 여러 번 수상할 만큼 이미 대중성은 물론, 예술성까지 갖춘 독보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있기에 대표곡 외에도 많은 곡이 알려졌는데, 오늘은 그중에서도 요즘 가장 많이 듣는 <Lovegame>을 가져왔다. 요즘 트렌드답지 않게(!) 볼륨감 있는 정규 앨범을 선보이는 백예린의 2집 [tellusboutyourself]의 포문을 여는 첫 곡이다.

어느 앨범이든 타이틀 곡보다는 첫 번째에 이름을 올린 곡을 먼저 들어보곤 하는데, <Lovegame>은 무엇보다 이 앨범에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곡으로 매우 충분하고 탁월했다. 특히, 마지막 2분 30경부터 시작되는 후주가 가장 매력적이다. "You deserve something sweeter, not this fxxking stupid love game"이라 외치며 흘러나오는 비장의 신시사이저 멜로디에 세련된 베이스 리듬! 와 미쳤네? 백예린!

기왕 앞선 두 곡을 술로 마무리했으니, 이 곡도 술과 페어링해보자. 이건 쓰디쓴 맥주 한 캔 마시고 테이블에 내리치며 한마디 하는 데 어울리겠다. "야! 그딴 X끼더 이상 만나지 마! 넌 더 좋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어" - from 알쓰 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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