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02] 🌈 이백호 특집! 프리즘 3인의 인터뷰 대공개

한 주도 잘 지내셨나요? 지난 주 예고한 것처럼 이번은 이백 번째 레터를 기념하는 특집호입니다. 이백 번째...! 1년이 52주인데 200주째 레터를 부치고 있다니, 새삼 신기한 거 있죠. 2021년 5월에 시작한 저희 PRIIISM은 다음 달이면 벌써 4주년을 맞아요. 그래서 더 새삼스럽긴 하지만 200이란 숫자는 괜히 특별하게 보이니까 QNA를 준비해 봤습니다. 1주년 특집호에서 소소한 TMI를 나눈 이후 저희에 대한 이야기는 오랜만인 것 같아요. 일부 질문은 구글 폼을 통해 구독자 분들께서 실제로 여쭤봐 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사실 저희 셋은 오프라인으로 자주 모이지 않는 편인데요. 지난 주엔 마침 전주에 사는 콜리가 공연 관람을 위해 서울에 와서, 우리들의 아지트에 잠깐 모여 실로 간만의 대담을 나눴습니다. 현장감을 위해 질답은 반말 모드로 작성해 봤습니다. 즐겁게 읽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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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mbC - It's the 2 n 4 n tambourine

일단 상큼한 노래 한 곡 들으면서 시작하자. 지난 주말 벚꽃 구경을 다녀왔다(화개장터로 유명한 경남 하동과 전남 구례 벚꽃길 정말 좋더라! 언젠가 꼭 가보길 권한다). 내 차로 움직이기로 했고, 그러므로 오고가며 들을 음악도 내 몫이었다. 친구들 취향도 반영하고 내가 듣고 싶은 곡, 계절에 어울리는 곡을 수시로 채워 넣었다. 넣을 건 다 넣은 것 같네, 하고 보니 총 재생 시간이 무려 8시간 46분(목적지까진 편도로 약 1시간 반 소요...). 인정한다. 욕심이 과했다. 하지만 노래가 일찍 동나서 들은 걸 또 듣거나(난 한 곡 무한 반복하는 유형이 아니다), 대충 아무거나 듣는 것보단 넉넉한 게 낫지 않은가!

날씨부터 적당한 먹을거리와 사람 밀도까지, 하동-구례 벚꽃 나들이는 무척 좋았다. 다만 램씨(LambC)의 <It's the 2 n 4 n tambourine>은 돌아올 때까지 재생되지 않은 점이 못내 아쉬웠다. 바람에 살랑이는 벚꽃길을 지나갈 때 이 곡이 나왔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노래를 너무 많이 담았다. 과유불급이었다. <It's the 2 n 4 n tambourine>은 요맘때가 제철이니 남은 봄날에 많이 들을 참이다. 리드미컬한 건반 소리가 춘곤증에 나른해진 몸을 깨운다. 뮤직비디오처럼 춤까지는 아니더라도 귀엽고 앙증맞은 음악에 어느새 몸이 리듬을 타게 된다. 짧은 봄날을 만끽해보자. - 콜리🥦

로: 사실 나와 콜리는 인연이 오래 됐지. 대학생 때 ROTC 동기였거든. 서로 음악 취향도 비슷하고 음악 듣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빠르게 친해졌고,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어. 콜리와 숑은 블로그로 먼저 알게 된 사이였지?

콜: 맞아, 2018년쯤 정확히는 노엘 갤러거와 책 취향 덕분에 친해졌어. 록 밴드 공연도 같이 갔고.

로: 그 덕에 나도 숑과 알게 되었지! 셋이 처음 만난 날도 홍대에 음악 공연을 보러 갔던 것 같아. 이렇게 보니 콜리와 음악이 우리 셋의 연결고리였네.

로: 내 제안으로 시작했어. 세 사람 모두 음악을 탐구하길 좋아했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주는 걸 정말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거든. 특히, 숑과 콜리는 각자 개인 블로그에 음악에 대한 글을 종종 쓰고 있었어. 블로그는 누군가 찾아오는 형태의 플랫폼이잖아? 둘의 글이 아깝다는(!) 생각에 뉴스레터를 통해 사람들에게 먼저 찾아가 보자고 제안했어.

숑: 셋이 모였을 때 로이가 지나가듯 제안했는데, 며칠 뒤에 본격적으로 작성한 기획안을 보내주는 거야 ㅋㅋㅋ ‘PRIIISM’ 이름도 지어져 있었고. 너무 재밌어 보이잖아. 안 할 이유가 없었지.

로: 솔직히 요즘 나는 음악과의 접점이 적은 편이야. 운전하면서 유튜브 팟캐스트를 자주 듣거든. 워낙 잡식성 취향이라 종교, 역사, 스포츠, 시사... 뭐 대중 없이 들어. 그러다 보니 요 음악만 들으면 지루하달까(?!) 일이 바빠지다 보니 새로운 음악을 탐구하기가 힘들기도 해. 멋진 공간에 가는 횟수도 줄어들고. 콜리는 어때?

콜: 난 음원 플랫폼에서 30곡 다운로드 월 정기 결제를 해 놓았어. 다운 받을 정도로 좋은 노래가 있어야 하니까, 별 일 없으면 주말마다 음악을 찾아 들어. 1분 미리 듣기로 들어보고 맘에 들면 다운 받아서 본격적으로 듣는 거야.

숑: 벌써 본격적이다...

콜: 예를 들어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새로운 노랠 들어볼까’에서 시작했다 치면 자연스럽게 그가 몸담았던 밴드 크림(Cream)으로 넘어가는 거지. 이렇게 관련 뮤지션으로 타고 넘어가는 게 기본적인 흐름이고. 재작년부터였나 '존 메이어 with Life'라는 라디오에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주는 음악도 참고하고 있어.

로: 오! 나도 팔로우 해봐야겠다.

콜: 유튜브 음악 콘텐츠(추신: 음악 좋아하는 분들에게 ‘릭 비아토(Rick Beato)’ 채널 강추!)를 자주 보다 보니 알고리즘에 음악 콘텐츠가 자주 뜨기도 해. 그렇게 접하기도 하고, 가끔 인기 차트를 조회해 보기도 하고, 그래미나 한대음 같은 시상식 시즌엔 후보작들을 들어보기도 하고.

숑: 내 경우는 주변에서 힌트를 많이 얻는 편이야. 블로그나 인스타 스토리에 친구들이 올리는 음악 있잖아. 마치 믿는 친구가 추천한 책은 꼭 읽어 보듯이, 감성에 공감하던 친구가 올리는 음악이면 믿고 들어보는 거지. 타율이 꽤 좋은 편이야. 거기서부턴 나도 콜리처럼 그가 영향 받았거나 언급한 뮤지션으로 타고 넘어가는 식이지.

로: 진짜? 난 숑과 콜리를 제외하면 주변에 음악 얘기 나눌 만한 친구들이 적은 편.

콜: 나도 그래...

숑: 로이는 그런 것 치곤 새로운 노래를 자주 소개하는 것 같아.

로: 안 그래도 최근에는 릴스 보다가 이탈리아 가수 노래를 들었는데, 디스코 풍인데 가사가 따뜻하고 아름답더라고. 너무 좋아서 눈물이 다 났어.

숑: 나는 레터 쓸 때마다 매번 비슷한 노래를 소개하는 느낌이라 그렇게 폭넓은 취향이 부러워.

콜: (머뭇) 사실.. 꽂히지 않으면 안 듣기도 하지..

숑: 우린 서로 취향이 좀 다르긴 한 듯. 물론 교집합도 있지만.

로: 갑자기 내부 피드백 같은 느낌이긴 한데, 우리 프리즘의 조회수가 정체된 이유도 여기 있다고 생각해. 각자 취향이 너무 뚜렷해서 무난하게 퍼지기보다 매번 별미 같은 느낌?

숑: 조회수라... 주변에서 듣기로는 한번에 몰아서 읽는 구독자 분들도 있다던데.

로: 난 혼자 '뉴스레터라는 형식이 음악 추천에 맞지 않는 건가' 하는 생각도 했어. 뉴스레터는 보통 인사이트 목적으로 많이 구독하니까.. 우리도 공연이나 신보 발매 소식 같은 정보를 갖춰야 하나 싶고.

숑: 근데.. 난 지금 우리들 방식도 좋아. 물론 더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겠지만, 최소 200분 이상 매주 꾸준히 지켜봐 주시는 일도 쉽지 않지!

콜: 22222... 나도 당장 크게 변화를 주고 싶진 않아.

로: ㅋㅋㅋ 우리들 개인의 삶도 있고, 지금보다 크게 리소스를 들일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

숑: 난 콘텐츠 업계에서 일해서 그런지, 주변에 애독자 친구가 많아! 회사 분들도 많이 구독해주시는 걸로 알고 있고(회사 게시판에 홍보한 적 있음).

콜: 나는... 솔직히 정말 드물어. 주변 지인들한테 그나마 듣는 반응이라면 '너 그거 지금도 하냐? 대단하다' 정도. 블로그 이웃 분들이 가끔 피드백 줄 때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지(보고 계십니까? 고맙습니다).

로: 난 이직하고 나선 줄긴 했는데, 구독해주는 친구들이 꽤 있어. 무엇보다 계속하는 것의 힘을 믿기 때문에 주변 반응이 적더라도 밀고 나가볼 생각이야. 아, 친구들 중엔 음악 성격이 너무 ‘긱(gig)’하다는 반응도 있어.

콜: 아, 그런가. 사실 우리 욕심으로 추천하는 곡들도 있지.

숑: 조회수가 적더라도 일부러 대중적인 곡으로 소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로: 근데 우리 이걸 대담이라고 할 수 있나? 그냥 자기위로 같은..

숑: 분위기가 슬프게 흘러가는데요...

콜: 나에게 프리즘은 취미생활의 연장선. 개인적으로 음악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고. 그래서 로이의 제안으로 시작할 때도 별 어려움은 없었어.

로: 비즈니스의 마중물. 어떻게 하면 나중에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ㅋㅋㅋ) 언젠가 ‘록정원’이라는 이름의 음악 공간을 만들고 싶거든.

숑: 내겐 글쓰기의 연장선이야. 물론 좋은 노래를 추천하고 싶은 맘도 있지만, 그 노래에 요즘의 내 생각과 가치관을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편. 노래에 얽힌 저마다 다른 감상을 접할 때마다 너무 흥미로운데, 내 글도 그렇게 읽히길 바라.

콜: 글쓰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 모두 각자 블로그가 있잖아. 내 경우엔 프리즘을 시작하고 블로그 발행이 줄었어. 아무래도 글쓰기 총량이 있나봐. (숑: 공감)

로: 난 글을 정말 안 쓰는 편인데, 프리즘 덕분에 3주에 한번은 글을 쓰는 점이 만족스러워. 3주에 하나의 글, 그걸 3년 이상 했다? 엄청난 거지.

숑: 그럼그럼! 그리고 난 콜리와 로이의 글도 매번 재밌어. 프리즘 에디터의 가장 큰 특권이라면 이들이 소개하는 음악과 글을 제일 먼저 읽는다는 점이라고 생각해. 후후!

숑: 가끔 바쁜 현생과 마감 겹칠 땐 마음이 쫄리기도 하는데, 아직까지 발행에 빵꾸난 적 없다는 데 자부심을 느껴. 이 정도면 일상에 즐거운 부담이라고도 생각해. 앞으로도 프리즘이 내게 지금처럼 좋은 루틴이 되어 주길!

콜: 처음부터 지금까지처럼 취미로 부담 없이 재미 있게 하는 데까지, 듣고 즐기고 나눠보자!

로: 좀 더 도전적이고 재미있는 활동을 해보려고 해. 언젠가 여유가 되면 더 많은 것을 해보려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절대 여유는 생기지 않더라고. 그러면 시간을 내서라도 해야지!

아무 말 대잔치를 나름대로 정리해 봤는데 흥미롭게 읽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셋은 지금까지 그래 왔듯 저희만의 속도와 취향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4시, 어김없이 메일함을 두드릴게요. 레터를 읽고 스쳤던 생각이나 짧은 감상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메일 아래의 구글 폼 링크로 보내주세요.📩

그럼 다음 주 레터에서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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