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03] 🥦 배움과 변화의 봄날에 함께하고 있는 음악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구독자 님은 요즘 배우고 있는 게 있나요? 저는 최근 요가원에 등록했어요. 이전에 단발성으로 몇 번 경험해보면서 요가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거든요. 이번에 한 달 치를 결제하고 수업을 듣고 있는데 배우길 참 잘했다 싶습니다. 수업을 아직 열 번도 채 듣지 않았지만 제 몸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었거든요. 막연하게 뻣뻣한 걸로만 생각했던 몸이, 어디가 비대칭이고 어느 근육이 짧아서 숙이고 구부리는 자세가 잘 나오지 않는 거구나, 발견하게 된 것이죠. 특히 요가(이완)은 헬스, 러닝 같은 다른 운동(수축)과의 조합도 좋지 싶습니다.

새로 배우고 있는 게 하나 더 있는데요. 일입니다. 장장 63개월만에 부서를 옮기게 되었거든요. 하는 일의 내용도 방식도 이전과 상이하게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신입사원마냥 동료들한테 하나하나 물어가며 조금씩 진도를 빼고는 있는데, 달리는 열차에 뚝 떨어진 것 같은 기분입니다. 한창 사업이 진행 중일 때 부서를 옮기게 되어서 아무래도 더 그런 것 같아요. 누구나 변화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 과정에서 불안하고 걱정되는 게 어쩌면 자연스러울 일일 테고요. 지금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자고 차근차근 해보자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있답니다.

벌써 4월 중순을 지나 하순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날씨가 심히 오락가락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요. 계획하지 않았더라도 야외 활동하기 좋은 날엔 시간을 내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새 무더운 계절이 찾아오고 돌아다니기 어려워질지 모르니까요. 이번 PRIIISM은 배움과 변화의 봄날을 지나고 있는 요즘 자주 듣는 곡으로 꾸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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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dplay - Paradise

당분간 눈을 크게 뜨고 다니자. 어쩌면 콜드플레이(Coldplay)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 무대 밖에서 말이다!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 콜드플레이가 무려 6회에 걸쳐 내한공연을 갖는다. 세계 유수의 음악 축제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거물급 밴드가 이렇게 여러 번 공연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저 기간 중에 공연 없는 날이 나흘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콜드플레이 멤버들이 휴식도 취하되 여기저기 관광하러 다닐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그러니 당분간 눈을 크게 뜨고 다니자.

내 경우 이번 공연엔 가지 않지만 2017년에 이들의 공연을 봤다.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의 <O Mio Babbino Caro>이어 멤버들이 무대에 들어섰고 두 시간 여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다. 여태 갔던 공연 중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큼 환희에 젖었다(이번 내한공연에 가지 않는 이유 중엔 당시 기억을 간직하기 위한 것도 포함돼 있다). 당시 공연에서 좋았던 순간이 너무나 많지만 최고의 한 곡을 꼽으라면 내 선택은 <Paradise>다.

<Paradise>는 이번 공연에서도 연주될 것으로 무난히 예상해볼 수 있는, 대형 야외 공연에 참 잘 어울리는 곡이다. 웅장하게 터지는 음악에 맞춰 노래 부르고 수만 명과 함께하다 보면 그 순간은 정말이지 곡 명처럼 천국, 낙원 그 자체가 된다. 보통 라이브 공연에선 후반 부에 음악이 티에스토(Tiesto) 리믹스 버전으로 치달아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2017년 공연에선 이때 크리스 마틴이 <강남스타일> '말춤'을 췄다). 이렇게 당시 기억을 회상하고 공연을 상상해보니 공연 가는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공연 어땠는지, 무슨 곡이 가장 좋았는지 소감 좀 공유해주시라.

🥦 Toto - Stop Loving You

처음엔 별 감흥 없다가 나중에서야 반하게 되는 곡이 있다. 토토(Toto)의 <Stop Loving You>가 내게 그렇다. 몇 년 전 처음 들었을 때와 달리 올해 우연히 이 곡을 다시 듣고서는 눈이 번쩍 뜨였다. 어디에 반했는지 짚자면 도입부에 잠시 정적 후 울리는 제프 포카로(Jeff Porcaro)의 드럼에 가슴이 뛰었다. 이후 등장하는 키보드, 기타, 베이스 등 악기에 어떤 기대, 설렘이 느껴진다. 청량하게 뻗는 조셉 윌리엄스(Joseph Williams, 영화 음악계의 거장 존 윌리엄스의 아들이다)의 보컬도 일품이다.

요즘 괴상할 만큼 날씨가 오락가락하다(벚꽃에 흰 눈이 쌓일 줄이야). 그래도 이젠 정말 봄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Stop Loving You>는 따스하고 화창한 봄날에 참 잘 어울린다. 후렴구에서 "I can't stop loving you / Time passes so quickly and chances are few"하는 노랫말은 마치 이 짧은 봄날을 어서 만끽하라고 기분 좋게 재촉하는 것 같다. 벚꽃은 대부분 졌지만 아직 즐길거리는 많다. 연둣빛 새싹을 보자. 꽃이라면 장미, 라일락이 있고 그 다음엔 수국과 연꽃, 능소화도 기다리고 있다.

🥦 Ludovico Einaudi - Primavera

마치 대자연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이탈리아 현대 음악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Ludovico Einaudi)의 음악을 듣다 보면 그런 인상이 들 때가 많다. 푸른 새싹이 트고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지는, 계곡에서 물이 떨어져 천이 되고 강이 되어 바다로 흐르는, 햇빛이 물과 눈에 부서져 반짝반짝 빛나거나 무지개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그려지곤 한다. 아예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 의뢰로 노르웨이의 어느 빙하 앞에서 '북극을 위한 엘리제(Elegy for the Arctic)'를 연주했던 걸 보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닌가 보다.

나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를 2019년 TV 광고를 통해 알게 되었다. 추락과 상승을 격정적으로 오가는 바이올린 소리에 매료되어 알아보니 바로 <Primavera>였던 것. 이 곡은 따라가기 쉽다. 먼저 피아노가 이 곡의 주제 멜로디를 들려준다. 긴장감을 조성하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은 현악이다. 터질 듯 터질 듯 애간장을 태우다 마침내 바이올린이 전면에 등장해 상승과 하강, 비상과 추락을 반복한다. 한바탕 휘몰아치고 나면 다시 피아노가 이야기를 이어가고, 이렇게 기승전결 뚜렷한 드라마, 서사시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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