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01] 🌻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4월의 날씨

한 주도 잘 지내셨나요? 숑🌻입니다. 왜인지 설레는 4월의 첫 번째 목요일입니다. 추운 기운이 제법 물러갔습니다. 날이 흐린 날도 있었지만 길가 곳곳을 가로등처럼 비추는 꽃들의 얼굴을 보면 '봄이 다 왔구나' 실감했어요. 늘 다니던 길도 조명을 켠 것처럼 환해져서 요즘은 새로운 곳보다 익숙한 길을 걷는 기쁨이 더 큰 나날 같습니다.

구독자 님은 계절마다 꼭 챙기는 루틴이 있으신가요? 저는 언젠가의 봄부터 매년 4월이면 문학동네에서 출간하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챙겨 읽고 있어요. 한 해도 거르지 않게 된 지도 어느덧 8년째가 됐는데요. 솔직히 매년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이제는 벚꽃 사진을 찍어 저장하듯 자연스러운 봄의 일상이 됐어요. 매년의 봄을 기대할 무언가가 있다는 건 새삼 설레는 일 같습니다.

✋ 잠깐! 그러고 보니 지난 주가 PRIIISM 200호였는데 그냥 지나가냐구요? 반 발짝 늦게나마 저희 셋이 머리를 맞대고 특집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4/10) 레터에서 세 에디터의 TMI 토크를 비롯해 레터에 대한 이런저런 소회를 풀어 보려고 해요. 혹시 PRIIISM 레터 또는 저희에게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아래 링크로 알려주세요. 함께 읽고 다음 주 레터에서 답변 드릴게요!

🌈 200+a호 기념! 프리즘에게 몽땅 물어보아요 👉🏻 https://forms.gle/fCh3VBhXtHCCkaci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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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 - Ever Ever (Feat. 계피)

너무 자주 쓴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보컬을 단 하나 꼽으라면, 가을방학의 멤버였던 계피의 목소리다. 봄바람처럼 산들거리다가도 가끔은 서늘할 만큼 담담하고, 수면양말처럼 포근하게 마음을 감싸주기도 한다. 어떤 계절에 제일 어울린다고 정의하기도 어렵다. 사계절 가리지 않고 손이 가는 음료처럼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귀에 꽂을 뿐이다.

<Ever Ever>는 프로듀서와 작곡가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 보이(Voy)가 여성 보컬을 모아 만든 앨범의 수록곡이다. 앨범 이름부터 [Voy meet girl]이다. 계피 외에도 오지은, 안신애, 한희정 등 언뜻 접점이 없어 보이는 반가운 인디 보컬들의 곡들이 실렸다. 모든 계절 찾게 되는 계피의 목소리지만 이 곡은 유독 계절과 계절 사이, 절기의 테두리에 찾아 듣곤 한다. 아무래도 '창문을 닫아도 계절은 오고'라는 노랫말로 시작하기 때문일 거다. 두 눈을 감아도 꽃과 나무가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계절이 왔다.

🌻 장들레 - 모르겠어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은 일생의 숙제다. 직장에서는 좋은 동료가 되고 싶고 부모님에게는 좋은 자식이, 오랜 벗에게는 좋은 친구가, 무엇보다 스스로를 비춰 봤을 때 이 정도면 괜찮다고 말할 만큼 좋은 어른이고 싶다. 하지만 그런 어른이 되는 방법은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부모님도, 세상의 어떤 현인도 지금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솔루션을 뚝딱 내어줄 수 없을 거다. 일단 좋은 사람의 기준부터 서로 다를 테니까.

장들레의 <모르겠어요>를 듣고 있으면 좋은 사람, 마음, 사랑 같은 것들에 대해 오래 고민한 이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 그나마 요즘의 내가 내린 결론이라면, 이 곡의 노랫말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지만, 재고 따지는 마음보다 진심을 건네는 빈도가 높은 이에게서 좋은 사람의 힌트를 얻게 된다는 거다. 매일 하나의 선택씩만 노력해 본다면 나도 좋은 사람에 가까워질 수 있으려나. 여전히 정말 모르겠지만 말이다.

🌻 Q the Trumpet - 낮에 마시는 맥주

날씨가 낙원처럼 따사로울 땐 실내에 있기 아까운 기분이 든다. 늘상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지만 오늘따라 엉덩이가 들썩들썩, 수요일만 돼도 마음은 이미 콩밭 아니 주말에 가 있다. (하물며 PRIIISM 레터가 도착하는 목요일 오후 4시란, 딴짓 게이지가 절정을 찍는 시점!) 그 시간에 밖을 나간다고 해도 대개 거창한 계획은 없다. 그냥 느릿느릿 걸으며, 정수리를 따땃하게 내리쬐는 올해의 봄볕을 식물의 말단 신경처럼 구석구석 빨아들이면서 "아~ 좋다~" 중얼거리는 일 정도.

최근 봄날의 산뜻한 기분을 끌어올리고 싶어 이런저런 연주곡을 뒤적거리다 우연히 큐 더 트럼펫(Q the Trumpet)을 알게 됐다. 언젠가 김오키의 음악을 소개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가사 없는 음악의 제목이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일단 <낮에 마시는 맥주>라니, 언제든 농땡이를 피우고 싶어 드릉거리는 내 맘에 쏙 든 제목인 데다 연주의 분위기도 제목이 주는 기대감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이름처럼 그는 트럼펫 연주를 기반으로 두 장의 정규앨범뿐만 아니라 드렁큰타이거, 10cm 등 여러 뮤지션의 트럼펫 세션으로도 활동했다. 편안하고 기분 좋은 연주자를 알게 되어 한동안 마음이 넉넉했다. 듣기만 해도 딴짓의 기분을 이렇게나 붕붕 띄워주는 음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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