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로 주제로 들어가 볼께요.
리더의 역할과 책임은 한도 끝도 없는 것 같지만 앞의 세 케이스에서 해당 리더들이 이것만큼은 반드시 했어야 했고 이것만큼은 절대 해서는 안 되었다 할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Case 1.
A는 다른 팀에서 ★팀으로 로테이션을 했던 케이스입니다. ★팀도 팀장이 교체되었는데 이전에 있던 팀장(L이라 할께요)이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A를 데리고 왔어요. A는 똑똑했지만 사고방식이나 언행에서는 말이 많았던 사람이었습니다. 본인은 스스로 우월하단 생각이 있었고 리더나 조직이 자신을 잘 쓰지 못한다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조직문화에 정답은 없다지만 당시 조직의 분위기 하에서는 튀면서 이해받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걸핏하면 몸이 아프다며 피곤해 하고 병원 다녀온다, 상담 받는다 등으로 이탈하던 거라든가 선배들을 무시하고 책이나 강의를 언급하며 가르치려 든다든가, 이런 일 할 사람 아니란 태도로 업무를 대충한다든가, 회식이나 팀 회의에서 그냥 가버린다든가요. (물론 소위 꼰대같은 사람도 있었고 비효율적인 업무처리 방식도 없진 않았지만) 스스로는 실적이 좋았다 했지만 사람들의 평가는 달랐고, 딱 시키는 것만 하는 케이스였습니다. 그래서 팀에 융화되지 못한 채 겉돌았고 리더도 다른 곳으로 보내고 싶어했어요.
어학도 스펙도 좋았던 A를 L팀장이 너무 데리고 오고 싶어 했어요. A도 ★팀에 오고 싶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 했고 ★팀 사람들에게도 종종 본인을 어필하던 참이었습니다. 이전 ★팀 팀장에게도 강하게 어필했어요. ★팀 팀원 모두가 A를 좋지 않게 보았기에 반대했지만 당시 ★팀의 거의 모든 팀원과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던 팀장은 반대를 뚫고 자기 사람을 데리고 오고 싶어했습니다.
앞선 케이스에서 교체 후 부임한 ★팀의 팀장이 2년 후부터 A를 변화시켰던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왜 교체 전 팀장 이야기냐 하면..
이런 케이스를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애초부터 단추를 잘못 낀 거 말이에요. 해마다 부서 이동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제법 쏟아져 나옵니다. 사이트, 직무, 관계 등 여러 이유로요. 그런데 배경을 파고들면 단순히 거리나 직무 문제인 걸 떠나 본인이 희망하든 아니든 갈등 때문에 이동을 희망할 때가 많아요. 특히 리더와의 관계가 문제일 때죠. 저성과자나 태도 불량일 때엔 리더가 더 적극적이기도 합니다. 직접적이든 둘러 말하든 의도는 다르지 않아요. 다른 부서에 보내고 싶다는 거.
하지만 저성과자가 다른 부서로 이동해서 환골탈태 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가장 오래 혹은 많이 한 일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전혀 다른 직무에 가서 새롭게 배우고 적응하며 성과까지 내기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더구나 평판 마저 떨어진 사람을 받는 부서가 있긴 합니다. 리더가 해당 사람과 친분이 있거나 호감인 경우도 있고 고사리 손이라도 당장 사람이 필요해 울며 겨자먹기처럼 받는 경우죠. 그래도 거기까지는 괜찮아요. 어쨌든 조직이 필요로 해 영입했고 탁월하진 않아도 도움이 되면 됩니다. 하지만 L팀장이 간과한 점이 있었습니다.
굳이 부연 설명 하지 않아도 구독자분들은 끄덕이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신규든 아니든 채용이란 운용계획이 있고 그에 따라 보수적으로 따져보며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일이지요. 더구나 스태핑의 핵심은 적재적소. 채용실패야 빈번하니 같이 일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지만 심지어 저성과자를 영입할 때엔 몇 배의 고민과 세심한 배려, 계획이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L팀장은 그렇지 못했어요. 백 번 이해한다 쳐도 최소한 ★팀원들에게 설득까지는 아니어도 왜 굳이 데리고 오려 하는가에 대한 설명이라도 했어야 했습니다.
가뜩이나 L팀장에 대한 반감이 극심했던 팀원들이었고, A에 대해서도 이미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었기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A의 영입으로 팀원들은 어떤 생각이었을까요? 크게 세 가지였어요.
"의견을 뭐하러 물어봤어?", "대체 왜 데리고 오는 거야?", "와서 뭐 한대?".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한 상태의 영입은 모든 게 낯설고 어려울 A의 연착륙은 커녕 오히려 잘 해도 소용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A는 의욕적이었지만 하루 아침에 일하는 방식이나 태도가 변할 리 없고 싸늘한 공기와 믿고 온 L팀장의 지원 없음에 "대체 뭐지?"였어요.
그렇게 1년이 지났고 그 사이 L팀장은 리더십 이슈로 면직되었습니다. 이미 최악이었지만 떠나는 순간까지도 A를 케어하지 않았고 될 대로 되란 식으로 후임 팀장에게 넘겨졌구요. 심지어 신임 팀장에게 A를 데리고 오긴 했는데 별로여서 후회한다는 말까지 남겼습니다.
글 박스 안의 1~6. 반드시 했어야 할 일이자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던 거에요.
#2.
B를 거친 모든 리더가 B를 다른 부서로 보내고 싶어했습니다. B도 본인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 않았어요. 초반엔 어떻게든 만회하겠다는 의욕이 넘쳤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부서가 바뀔 때 잠깐의 의욕은 점점 더 짧아졌습니다. 언젠가부터는 무기력해지기도 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도 애매해져 버렸죠. 리더들이 무책임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할 건 했구요. 하지만 몇 년이 흐르며 평판은 굳어져 버렸고 누구도 B에게 기대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최악의 리더는 M팀장이었어요. 이미 오랜 기간 평판이 떨어진 B는 진급 대상이었습니다. 이미 재차 누락된 경험도 있었고 기본적으로 진급의 최소 평균고과 요건을 채우려면 그냥도 안 되고 무조건 S나 A정도는 받아 줘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때문에 혹독하게라도 일을 주고 옆에서 봐주며 성과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M팀장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본인 관심영역도 아닌 일을 담당하는 B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고 가끔 그거 어떻게 되냐, 왜 그렇게 하냐 정도였습니다. 옆에서 팀의 선임사원들이 B에 대한 걱정을 하고 어떻게든 성과를 내게 하려 수습해주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팀장에게도 이런저런 의견을 내고 좀 더 강하게 푸쉬해서라도 성과를 내게끔 하시라며 직언 하기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하지만 일 년 내내 어떤 케어나 육성도 하지 않던 M팀장은 연말 평가 시기, 진급 심의를 한 두달 앞둔 지점에 와서야 선임사원들을 불러 B가 성과가 없다, 하지만 이번에도 누락하면 나가란 얘기 아니냐며 팀에 할당된 높은 고과를 그래서 밀어주겠다고, 당신들이 이해를 해달라 이야기 한 것이었습니다. B도 다른 팀에서 또 한 번 현재의 팀으로 이동한 케이스였습니다. 현재 팀의 결원이 생기며 급하게 사람이 필요할 때 B의 이전팀의 보내고 싶어하는 마음과 고사리 손이라도 필요했던 팀의 니즈가 맞아 이동된 것이었어요. M팀장은 새로 부임했는데 이전 팀장 때 이동했죠.
일 년 내내 M팀장의 리더십이나 성과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B의 사례에만 국한해서 볼 때 L팀장과 다를 바 없었죠. 여기에 하나 더해 최악은 팀원에게 "나였으면 B 안 받았어"란 말을 했다는 겁니다. 회피보다 더 나쁜 건 비겁하다라고 밖에 할 수 없어요.
B는 결국 상위 고과를 받고 진급을 했습니다. 모두가 알았죠. 하지만 묵인했습니다. B의 진급 막차를 위해 훨씬 잘하던 다른 대상자가 누락되었죠. 이 역시 다 알았습니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진급은 했지만 B는 스스로 떳떳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고대하던 진급이라 기뻤지만 큰 축하를 받지도 못했고 받아도 티를 내기도 애매해졌죠. B 때문에 누락된 사람을 더 안타까워 하는 분위기였구요. M 팀장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쳤고, 진급심의에 들어간 다른 팀장 모두 비판받았습니다. 성과 중심이니 역량이니 하면서 정작 눈감아 버린 팀장들을 어느 팀원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꾸준히 B의 성과 방안에 대해 제안하고 늘 수습하던 팀원은 퇴사를 했습니다. 완전히 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죠. 그런 M팀장을 외면하는 조직, B의 진급을 묵인한 조직에 희망을 가지기 어려웠다 합니다. 나쁜 선례도 남겼습니다. 아무리 자격이 안 되어도 기다리면 차례는 온다는 선례, 아무리 문제여도 팀장은 안 자른다는 선례, 인사평가와 진급에 대한 불신의 선례, 열심히 해봐야 소용 없다는 선례.
실행하며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선례가 무서운 건 앞으로 유사한 케이스가 또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때문입니다. 선례대로 하면 하는 대로, 그렇지 않으면 또 그렇지 않은 대로 형평성과 공정성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니까요. 그래서 선례는 대단히 중요하고 신중해야 하는 거구요.
C팀장의 사례도 저성과자가 팀원이냐 팀장이냐의 문제일 뿐 다르진 않아 굳이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C팀장에게도 상위 임원이 리더로 있으니 다르지 않아요. 다만 리더가 무능하고 갈등이 극에 달하여 팀을 이끌 수 없는 상황이라면 팀장 스스로 결단을 해야 합니다. 스스로 내려올 것인가, 다른 기회를 고민할 것인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리더에서 면직된다의 의미는 그게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정서상 쉽지 않습니다. 팀장이 되어야 인정 받는 거 같단 인식도 크지만 팀장이 되었다가 내려 놓는다는 건 커리어가 끝나고 큰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것 같이 되어 버리니까요. 그 외에도 스스로 팀장 자리에 집착하는 면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팀장은 되는 순간부터 처절한 자기 객관화가 더더욱 요구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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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프로브톡에서는 제도 측면에서 저성과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에요. 많은 회사들이 저성과자 문제를 고민합니다. 성과개선 프로그램, 저성과자 개선, 아웃플레이스먼트, 권고사직 등이 대표적이죠. 프로그램명을 그럴싸하게 포장하지만 다들 이런 프로그램이 뭘 의미하는지 모르지 않습니다. 포기 보다는 그래도 같이 가고 싶단 진심도 많아요. 하지만 이 또한 다들 경험상 압니다. 결코 쉽지 않고 결국은 그 끝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요.
지난 시간 레터에서 저성과자와 일하며 당시 당사자, 조직, 리더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떠올려 보셨음 한다 했는데 오늘 레터까지 읽고 난 후 구독자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다음주 레터에서 다룰 조직 차원의 생각은 또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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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 글로만 읽어도 뭔가 스트레스가..... 그런데 저렇게 규모가 있는 곳이 아닌 제가 지금 일하는 10 -> 40명 ->100명 되는 스타트업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 고민했어요. 스타트업이라는 곳이 분명 빠르게 성장하고 싶은 우수한 사람들이 모여있기도 하지만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작은회사이기도 하니까요. 2-3년 업무하다가 회사가 확장되면서 팀장이 된 경우 정말 어렵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팀장은 사람에 대한 부분이 추가되기 때문에 정말 내일 잘하는 것과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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