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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디지털 천국, 특이점 이후의 사후 세계

- 메타버스는 정말 모두를 위한 장소가 될 수 있을까?

2022.09.07 | 조회 9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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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 PICK

예술로 미닝아웃하는 다양한 관점을 나눕니다.

지난 7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물리학자가 죽음을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했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죽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생명체인 인간이 오히려 독특한 사태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사후에 원자의 상태로 영원히 존재하므로 물리적 형태가 치환 되었을 뿐 여전히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인간이 넘어서지 못한 미해결의 비극인 죽음, 이렇게 각자의 사유능력으로 죽음을 받아들인다.[1] 한편, 2020년 초에는 한편의 VR 휴먼다큐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눈시울을 적시며 기술에 인간의 온도를 더했다. 혈액암으로 7살 딸을 잃은 엄마가 생전의 딸을 가상공간에서 생전의 모습으로 재회하는 모습은 기술이 인간의 상실을 어루만지고 위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2] 이렇게 새로운 기술이 인간사에 내려앉으면, 바닥에 잠들어 있던 오랜 갈망은 고개를 다시 들어 또다른 차원으로 그 양식을 전환시켜 추동해나간다.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MBC, 2020.2.6.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MBC, 2020.2.6. 

    인간의 사후세계를 메타버스로 치환하여 현재 우리 사회에 내재된 다양한 문제의식을 반영하는 흥미로운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2020년에 방영 된 아마존 프라임 SF드라마 "업로드(Upload)”다. 머지 않은 2033년이 배경이며 디지털 기술의 힘으로 생사가 공존하며 현실 세계에서의 죽음은 더이상의 영원한 이별이 아니다. 숨을 거두기 전에 업로드를 선택하면 인간의 의식은 가상세계로 전송되고 죽는 순간의 모습 혹은 자신이 원하는 전성기의 상태로 존재와 의식을 연장해나간다. 이런 생명 연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호라이즌’이 제공하는 무대는 바로 “레이크 뷰”.  캐나다 휴양지를 모델로 구현 된 이 세계에서 생활하는 아바타들은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고 취미생활도 하며 일상을 영위하며 현실 세계와 통화도 할 수 있다. 마치 고급 실버 타운을 닮아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디지털 천국이다. 주인공인 27살의 전도유망한 사업가 네이선은 어느 날 갑자기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로 죽음의 위기에 놓인다. 응급실로 실려간 그는 여자친구의 강력한 요구로 수술과 업로드 중에 업로드를 선택하게 되고, 가족과 인사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업로드 된다. 네이선의 사후의 삶은 무한 데이터를 지불하고 계정의 권한을 얻은 여자친구가 주권을 갖는다. 레이크 뷰에서 생활하며 입을 옷도 여자친구가 고르는대로 입어야한다. 그의 장례식은 여자친구의 기획으로 진행되며, 유리 패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줌미팅을 하듯 스크린 앞에서 지인들과 안부를 나누며 생전을 추억을 공유한다. 

Upload, 2020 @amazon prime 
Upload, 2020 @amazon prime 
Upload,  2020 @amazon prime 
Upload,  2020 @amazon prime 

      업로드 된 주인공의 모든 의식과 기억을 데이터화 하여 관리하는 매니저는 “천사”로 불린다. 이들은 호라이즌에 근무하는 직원으로 아바타와 그들의 데이터를 관리하며 직무능력을 평가받고 적정 점수가 되면 본인 가족을 업로드할 때 할인 혜택을 받는다. 호라이즌은 사람들에게 레이크뷰의 서비스를 소개하는 쇼케이스도 운영하며 홍보도 진행하는데, 이 모습은 현재의 상조회사 광고를 닮아있다. 가끔 영생을 얻은 아바타가 지루함에 우울증이 오는데, 그렇다면 마음에 드는 동물을 골라 심리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호라이즌 직원이 대행하는 서비스다. 레이크 뷰에 있는 모든 서비스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사람은 무제한 데이터로 업로드 되었을 때 뿐이다. 그리고 별도의 서비스는 인앱결제를 해야만 한다.      

      디지털 사후 세계에도 취약성은 존재하는데 기술적 버그로 인해 한번 셋팅된 아바타는 스스로의 외양을 바꿀수 없고, 가끔은 그래픽 오류로 엉뚱하게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변이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전반적인 버그가 발생하면 아바타를 모두 재우고 대대적 업데이트를 진행하여 복구를 시킨다. 흥미롭게도 아바타들은 하나의 데이터이므로 ‘토렌트’라는 공간으로 빨려들어가면 소멸한다. 또한 호라이즌의 감시가 닿지 않는 ‘그레이존(Gray Zone)’을 건너가면 레이크 뷰로 돌아왔을 때 활성화 되는 다양한 불법 코드를 거래하는 블랙마켓도 존재한다.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이 가상의 사후세계는 반드시 부자가 아니더라도 진입할 수 있다. 한달에 2G 데이터만 사용할 수 있는 최하층 계급, 통칭하여 2G라고 불린다. 주인공 네이선도 여자친구의 지나친 간섭을 벗어나기 위해 2G로 옮긴다. 레이크뷰는 고사하고 정신병원 같은 좁은 공간에 거주하며 모든 서비스는 부분만 체험할 수 있다. 창문 밖 풍경도 제공되지 않고, 책도 체험판만 읽어볼 수 있다. 만약 지나치게 복잡한 생각을 하면 데이터가 빨리 소진되어 다음 달까지 그대로 냉동되어버린다. 이렇게 디지털 사후세계도 현생의 자본의 논리가 철저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천국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기술이 선사할 미래가 과연 더 많은 가능성과 행복을 선사할 것인지 회의가 몰려온다. 

Upload, 2020 @amazon prime 
Upload, 2020 @amazon prime 
Upload, 2020 @amazon prime 
Upload, 2020 @amazon prime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술 권력의 중심이 되는 실리콘 밸리 문화의 뿌리는 히피문화에서 왔다. IT전문가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싶어하는 축제는 통신이 차단되며 그 어떠한 가능성도 실험할 수 있는 사막 위의 클라우드, 버닝맨(Burning Man)이다. 1999년에 설립된 버닝맨 프로젝트는 네바다 주 블랙록(Black Rock City) 사막 위에 매년 8월 마지막 월요일부터 9월 첫 월요일까지만 환영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코로나로 3년만에 사막 위로 돌아온 축제는 약 8만명이 모였고 지난 9월 5일에 막을 내렸다. 이 행사는 축제라기 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실험하는 기회로 볼 수 있다. 기업의 스폰서십은 원천적으로 금지되어있고 금전을 통한 거래를 모두 금지한다.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것은 스스로 해결하고 나머지는 물물교환을 통해 조달한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창작한 물건을 통해 교환 한다. 규모가 성장하면서 초호화 캠핑카도 등장했고, 비판의 소리가 있지만 기본 원칙은 변함이 없다.  버닝맨의 오랜 10개의 핵심철학을 살펴보면 이 오랜 임시 공동체의 문화를 가늠해 볼 수 있다.  


  1. 근본적 포괄성(Radical Inclusion) : 누구나 버닝맨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사람을 활용하고 존중하며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참여하기 위한 어떤 전제조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2. 선물(Gifting) : 선물을 주는 행위에 큰 의미를 부여, 대가를 바라거나 바라지 않는다. 선물의 가치에도 조건이 없다. 
  3. 비상업화(Decommodification):  선물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상업적 협찬, 거래, 광고에 영향을 받지 않는 영향을 만든다. 참여문화가 소비문화로 대체되는 것을 반대한다. 
  4. 근본적 믿음과 자립(Radical Self-reliance) :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스스로 발견하고 훈련하며 그것을 믿고 의지해 나갈 것을 장려한다.
  5. 근본적 자기표현 (Radical Self-expressing) : 개인이 가진 고유재능에서 시작한다. 협력 관계가 아니라면 누구도 자신을 대신해 내용을 결정할 수 없다. 창작자는 그들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6. 공동의 노력(Communal Effort) : 버닝맨 커뮤니티는 창의적 협력과 공동작업을 중시한다. 상호협력을 돕는 소셜네트워크, 공공 공간, 작품,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개발하고 촉진하며 보호한다.
  7. 시민의 책임의식(Civic Responsibility) : 버닝맨은 시민사회를 중시한다. 행사를 준비하는 멤버들은 공공복지에 책임을 지고 참가자들에게도 성숙한 책임의식을 인지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행사를 운영할 때는 지역, 주, 연방의 법을 준수할 책임이 있다. 
  8. 흔적 남기지 않기(Leaving No Trace) : 버닝맨 커뮤니티는 환경을 존중한다. 사람들이 모여 활동이 이뤄진 모든 곳에 어떤 물리적 흔적도 남기지 않아야한다. 언제나 깨끗하게 정리하며 가능하다면 처음보다 더 나은 상태로 개선하고자 노력한다.
  9. 참여 (Participation) : 한명 한명의 진정한 참여를 통해야만 개인과 사회의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실천을 통해 실현된다. 이 실천이라는 놀이에 모두를 초대한다. 마음을 여는 실천을 통해 버닝맨의 세계를 실현한다. 
  10. 즉시성(Immediacy) : 즉각적 경험은 버닝맨 문화의 가장 중요한 가치다. 내면의 한계, 우리를 둘러싼 현실, 인간과 자연사이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이 노력은 즉각적 실천과 도전을 통해 이뤄질 수 있으며 어떤 철학도 이 경험을 대체할 수 없다. [3]

@Burning Man, 2022
@Burning Man, 2022
Black Rock City @Burning Man
Black Rock City @Burning Man

      버닝맨은 참여자인 ‘버너’들의 재능과 창의성을 존중하고 참여를 통한 커뮤니티, 개방된 환경과 협력을 중심으로 30여년간 이어져 왔다. 새로운 서비스의 테스트를 위한 무대가 되기도 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고 상상이 현실로 튀어나오는 현실 너머의 현실이다. 구글맵, 테슬라의 전기차 시제품을 테스트 했고, 솔라시티에 대한 아이디어도 이 행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매년 다른 주제가 주어지며 올해의 주제는 “Awake Dream” 이었다. 꿈은 예술장르에서 시대를 초월한 모티브다. 초현실주의자들도 꿈에서 영감을 받아 미술사의 흐름을 전복하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재난이 닥치면 우리는 내재된 의식에 주어진 것을 재료 삼아 창조의 자원으로 삼는다. 우리는 깨어있는 삶에서 작은 전환을 통해 의식의 질서를 뒤집고, 꿈 속에서 펼쳐지는 내러티브를 통해 다른 차원의 경험을 구성해나간다. 버닝맨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가지지 못한 선한 영향력을 기본 철학으로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사고 실험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매년 사막 위에 세워지는 조형물과 사막위를 달리는 기상천외한 디자인의 아트카는 도시의 삶에서는 불가능했던 창의적 실험을 허락하며 올해도 어김없이 다종다양하게  등장했다.  

@Burning Man, 2022
@Burning Man, 2022
Paradisium by Dave Keane & The Folly Builders @artnet news
Paradisium by Dave Keane & The Folly Builders @artnet news

     버닝맨과 같은 축제가 단지 예술 조형물이나 새로운 기술산업의 샘플링을 테스트하는 무대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메타버스의 공동체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디지털 디바이드로 생겨나는 시민사회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소하는 사회의 방법론 또한 실험하는 장이 될 수 있다. 버닝맨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모든 정보를 기록하며 이 기록물의 투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30년에 걸쳐 쌓인 자료는 버닝맨의 철학이 보여지고 이것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 생생한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오직 이 버닝맨 사이트를 통해서만 공개되는 자료도 많으며 행사와 관련한 수익구조도 자체 환경평가인 EA(Environmental Assessment) 라는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다. 모든 데이터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예측하며 분석해 축적해 둔 아카이브는 누구나 접근 가능하며 열람할 수 있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까지 나서서 공개하는 열린 태도가 스스로의 문화를 유지하며 지금까지 존재해 온 이유가 아닐까. 가능한 시나리오를 상상하면서 과정을 기록하고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개되며 악성코드가 발생했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는 문제해결능력만 있다면 어떠한 도전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급격히 변화해나가는 시대 위에 공존하며 살아남아야하고, 모든 차원에서 끊임없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내야하는 사명이 있다.

 


강은미 / PUBLIC PUBLIC 콘텐츠 디렉터

virginiakang@gmail.com 


 [1]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김상욱 교수 편, 유퀴즈 온 더 블럭, 161화 <개척자들>, 2022. 07.13 

 

[2] “그리운 사람 볼 수 있다면…‘기억’을 가상현실로 만나”, 경향신문, 2020.02.06 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002062313005

[3] 최형욱, 버닝맨,『혁신을 실험하다』,스리체어스, 2018,pp.77-78. 버닝맨 공식웹사이트 burningman.org

[4] Artnet News, “See the Art of Burning Man 2022, From a 40-Foot Steel Goddess to a Temple That Transports Viewers to ‘Crystalline Timelines”, September 2, 2022 https://news.artnet.com/art-world/burning-man-2022-art-2168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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