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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 공적 영역에서의 예술, 비평이 어려운 이유

2023년 PP의 과제이자 미션

2023.02.13 | 조회 5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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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미닝아웃하는 다양한 관점을 나눕니다.

계묘년 새해의 첫 달을 재정비의 시간으로 갖고, 다시 아티클 발행을 시작합니다. 올해는 매월 3회의 아티클이 발행될 예정이며, 참여적이고 사회 실천적인 예술에 관한 이슈와 논의거리를 공유드리도록 할게요. 올해는 더욱 라이트하고 재밌는 이야기들로 한 해를 함께 만들어 보아요!    


작년 12월 발행한 아티클 ‘공공예술이 뭔가요?’에서는 공공예술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도시의 공간들과 예술의 관계를 살펴보았다.(공공예술이 뭔가요?(1)- 도시 공간의 성격에 따른 공공예술의 분류 참고) 그럼에도 이 예술들은 여전히 (혹은 오히려 더)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낄지도. 그런데 당신만 그런게 아니다! 당신보다 (10년도 전에) 여러 비평/이론가들이 이미 왜 이토록 이 예술들을 연구하고 비평하고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지를 토로하고 있으니까. 2023년 첫 발행은 그들의 목소리를 빌어서 한걸음 더 이 예술들에 다가가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공공예술 비평, 어려운 이유 

미술비평은 주로 갤러리나 미술관 전시장 안에 머무는 작업들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화이트 큐브”에서 일시적으로 발표되는 예술들은 보통 예술가나 큐레이터의 자율성(autonomy)을 담보 받는다. 이와 대조적으로 정부나 행정조직, 주요민간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의뢰된 예술은 대체로 비평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비평가들과 이론가들, 심지어 저널의 편집자들 사이에서 공공예술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 북유럽 아트저널 Kunstkritikk의 편집장 요나스 에케베르그(Jonas Ekeberg)는 2016년 기고글에서 다음과 같이 몇가지로 나눠 그 이유를 분석한다.[1] 

 

우선 첫번째로 공공예술은 제작되는 과정에서의 다양한 주체가 관여하기 때문에 결과물에 관해서도 누구의 목소리가 반영되었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다양한 맥락과 식별하기 어려운 과정성 때문에 제대로된 비평을 하기 꺼려진다.

둘째로  공공 조형물의 경우는 특히 장식적이고 물리적인 공간의 효과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작품훼손이나 안전성, 시민대중과 주민의 미감을 고려해야만 하는 공적 측면에서 예술적 표현의 한계를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기에 심미성이나 조형성의 경우도 화이트 큐브에서의 작품과 비교하면 부족한 경우가 다수이다.

현대미술 비평은 개념미술, 제도비평, 사회예술 등에 보다 집중되어왔으며, 비판적인 관점을 보여주는 예술에 대해 쓰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보편적으로 공원이나 기차역이 아닌 갤러리, 미술관, 비엔날레에서 이러한 예술작업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것이 공공예술 비평이 부족하고 담론 생산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진 세 번째 이유가 된다.

 

Elmgreen & Dragset <han>(Denmark Elsingore, 2012) [사진: 디자인붐]
Elmgreen & Dragset <han>(Denmark Elsingore, 2012) [사진: 디자인붐]

 

그러나 요나스 에케베르그에 따르면 공공예술에 관한 편협한 시각은 점점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예술은 영구적이거나 반영구적이거나 일시적일 수 있으며, 유동적이거나 프로세스 지향적일 수 있으며, 특정 장소나 구조로부터 자율성의 정도는 다양할 수 있다. 심지어 디지털 또는 디스커버리 공간에서 열릴 수도 있고, "대중"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는 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 그것이 제도적 비판을 포함하거나 개념적 또는 사회적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공공 조형물 역시 이제 북유럽의 공공 영역에서 사회적 의제를 촉발하는 매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예로 엘름그린&드라그셋(elmgreen & dragset)의 <han>(덴마크어로 ‘그’라는 의미)을 살펴보자. 2012년 Elsingore 시와 덴마크문화예술위원회에서 의뢰하여 제작된 이 작품은 젊은 남자가 인어공주의 자세로 앉아있는 조각상이다. 반짝이는 표면을 가진 스테인레스 스틸로 제작되었으며 유압장치로 1시간에 한번씩 눈을 감는다. 브론즈로 제작된 기존의 “여성적” 인어공주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 조각상은 덴마크에서 남성성에 대한 대중적인 논쟁을 촉발시켰다.[2] 

주지하다시피 공공예술은 더 이상 정부의 프로파간다를 설파하는 도구이거나 도시의 미화를 위한 장식물이 아니다. 오히려 제도, 비평, 자본이 융합된 독특한 장으로서 도시와 지역사회의 이슈를 함의한다. 비평은 공적 영역의 예술이 지닌 맥락을 읽어내고 의미를 발견하도록 새로운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이러한 주장의 최전선에 있는 학자로는 그랜트 케스터(Grant Kester)가 있다.

 

현대미술 비평의 한계, 그리고 공적 영역에서의 예술  

e-flux의 2013년도 기고글 The Device Laid Bare: On Some Limitations in Current Art Criticism에서 그랜트 케스터 역시 전통적으로 훈련된 비평가들이 사회적 또는 참여적 예술을 비평적으로 다루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실토한다. 그가 밝힌 이유는 무엇일까?[3]

공적 영역의 예술이 지닌 독특한 대화적 실천(dialogical practice) 방식은 작품의 본질을 명료하게 포착하는데 어려움을 준다. 지역사회 안에서 진행되는 복잡하고 장기적인 프로젝트의  경우 비평가의 지식은 피상적일 수 밖에 없다. 그는 커뮤니티와 1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된 Tania Bruguera의 <Immigrant Movement International(IMI)>(2011)에 관한 한 비평 사례를 예로 들면서, 작업의 디테일에 관한 묘사와 관찰 대신에 추상적인 이론으로 채워졌다고 비평한다. 그러면서 “지젝(바디유, 들뢰즈, 랑시에르, 낭시, 아감벤, 데리다)에 따르면”과 같은 비평의 관행들을 지적한다. 

 

Tania Bruguera <Immigrant Movement International(IMI)>(2011) [사진: CREATIVETIME] 
Tania Bruguera <Immigrant Movement International(IMI)>(2011) [사진: CREATIVETIME] 

 

참여적이고 협력적인 예술실천은 지난 20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해왔다. 그리고 예술 본연의 경계를 허물면서 대중과 제도적 네트워크를 의도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한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따라서 추상적이고 일반화된 미적 가치 개념에 의존하는 기존 미술비평의 관행을 그대로 따라서는 안된다.

케스터는 협업 또는 대화형 예술 관행을 연구할 때, 관객과 참가자가 응답하는 프로젝트를 다룰 때, 그리고 그러한 응답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품 자체를 재구성하고 변형시킬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다룰 때, 상호소통에 대한 보다 미묘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비평에 있어서 가상의 응답자를 의식하며 작품의 효과를 상상하는 복화술의 형태에 인식하고, 그 의미 구조를 밝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Stephen Willats's Model of an Existing Artist-Audience Relationship(1973) [출처: e-flux Journal]
Stephen Willats's Model of an Existing Artist-Audience Relationship(1973) [출처: e-flux Journal]

 

이제 비평가들은 이론의 저명성 보다는 작품의 전개 과정에서 진정한 대화자로서 그곳에 자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필자 역시 동의하는 바이다. 동시대 예술의 비평에서는 관객과 예술가, 사회 및 세상과의 상호작용에 의한 예측 불가능한 유동적인 관계를 관찰하고 밝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혹자는 이 과정이 진정한 미적 경험을 희생시킨다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그런지는 새로운 비평의 지평이 열린 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노르웨이의 퍼블릭아트 조직 KORO에서 2013년 진행한 공공예술 세미나 Critical Issues in Public Art에서 나온 질문 몇가지를 소개한다.[4] 이 질문들은 10년이 지난 현재에도 유효하다. PP는 이 질문들을 되새기며 한국 예술들의 대화자로 활동하며 올 한해도 계속 응답을 보낼 것이다.

  1. 오늘날 공공예술이란 무엇인가? What is Public Art today?
  2. 우리가 말하는 대중은 누구인가? Which publics are we talking about? 
  3. 공적 영역에서의 예술을 해석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를 어떻게 개발하고 있는가? How do we develop critical tools for the interpretation of art in public space?  
  4. 예술가들은 공적 영역에서 예술이 의뢰 받고 제작되는 방식이 타 예술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가? Do artists understand public art commissions different from other artistic practices?
  5. 공공예술에서 예술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How do we ensure the artistic sensibility to current interests in public art?
  6. 자금이 조달되는 방식은 적절한가? Why is this production financed the way it is?

 


[1] Kunstkritikk은 2003년 창간된 북유럽 아트저널이며, 요나스 에케베르그(Jonas Ekeberg)의 글 Public Art and Criticism(2016.06.04)의 전문도 여기서 확인 가능하다. (텍스트 링크

[2] 이에 관한 내용은 디자인붐(designboom)에서 진행한 작가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확인해보라. elmgreen & dragset: han public sculpture in elsinore, denmark installed (2012.5.13.) (기사 링크

[3] 그랜트 케스터(Grant Kester)는 샌디에고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미술사 교수로, 집단적 협업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동시대 예술에 관하여 지속적으로 연구 및 비평하고 있다. 주요 텍스트로는 『The One and the Many: Contemporary Collaborative Art in a Global Context』(2012), 『대화적 작품: 현대 미술에서 나타난 커뮤니티와 커뮤니케이션(Conversation Pieces: Community and Communication in Modern Art)』(2004) 등이 있다. 그의 기고글 전문은 e-flux에서 확인 가능하다. The Device Laid Bare: On Some Limitations in Current Art Criticism (2013.12.)에서 확인 가능하다. (텍스트 링크)

[4] 2016년 퍼블릭아트 노르웨이 KORO에서 진행한 Critical Issues in Public Art 시리즈 중 그랜트 H. 케스터 발제 내용을 참고해 보면 좋을듯. (영상 링크) 


이경미 / 독립기획자, PUBLIC PUBLIC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mia.oneredba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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