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리보기]
part ①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이 당연해지는 과정"
part ②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도구로서의 성장"
part ③ "컴포트 존과 그로스 존 사이의 사이클"
part ④ "성장을 돕는 환경과 새로운 도전"
어제의 너보다 오늘의 네가 더 발전하고 있고, 그 속도와 방향성이 일정한 궤도를 가지게 되면 우리는 그에 대해서 인정하는거에요. 더 나아졌기 때문에
- 송길영 작가(최성운의 사고실험 인터뷰 중)
우리는 일하는 순간 외에도 새로운 시도와 경험을 통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어떻게, 어디로 나아갈지를 고민하면서도 성장할 수 있죠.
구독자님은 지금 성장에 대한 선명한 이유와 목표가 있으신가요? 정체된 성장 때문에 조급하거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계신가요?
오늘은 크리에이터이자, 커뮤니티 빌더, 그리고 당근에서 프로덕트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계신 하조은님의 인터뷰를 건네드리려고 합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려고 했는지 돌아보고, 나만의 성장을 이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성장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성장이란 당연한 일을 늘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작년까지는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하는게 당연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그걸 일상적으로 쓰고 있고 어렵지 않게 쓰고 있다면, 그건 성장했다고 볼 수 있죠.
이건 개발자적 관점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 적용됩니다. 인터뷰 스킬이 될 수도 있고, 친구와의 관계에서 더 잘해주는 것일 수도 있고, 언어 능력일 수도 있어요. 다양한 관점에서 내가 당연하게 해내는 일이 늘어나는 것, 불편하던 일이 이제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그걸 얘기하는 게 굉장히 쉽고, 당연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성장은 스스로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에 피드백을 받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가 흔히 좋은 회사를 일컫는 기준 중에 하나가 피드백 잘 주는 회사, 피드백에 대해 열려 있는 회사라는 얘기를 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도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프로세스적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찾아가야 합니다.
Q. 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성장이 모든 사람에게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지금도 잘 살고 있는데 왜 성장해야 하지?', '내 삶의 의미를 이미 찾았는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굳이 스스로에게 압박을 주면서까지 성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성장은 스스로를 알아가는 도구에요. 당연하지 않은 일들을 당연하게 해내는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를 찾고,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내가 무엇으로 인정받을지도 결정할 수 있게 되는거죠.
두 번째로 성장하면 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영어를 아예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어떤 불편함을 느끼는지 몰라요, 문제를 인식할 수조차 없습니다. 그런데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외국인들의 옆에서 직접 통역을 해주거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도와줄 수 있어요.
다시 말해 당연하지 않았던 것을 당연하게 해내는 과정에서 스킬이 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납니다. 그러면서 내가 가지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내가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일에 보람을 느끼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서, 크게 보면 성장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보람을 찾아가는 여정이죠. 하지만 우리가 종종 삶의 의미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과의 비교 때문입니다. 단순히 올라가기 위한, 커지기 위한 성장이 아니라 오히려 '네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갈 수 있는 도구’로서 접근하면 좋겠어요.
Q. 성장의 이유, 더 나아가서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려운 이유가 뭘까요?
성장의 속도는 사람마다 다 다르거든요. 꽃으로 비유하자면, 누군가는 겨울에도 피는 동백꽃처럼 일찍 피어 있는데, 또 누군가는 벚꽃처럼 4월이 되어야만 피는 거예요. 아직 꽃을 피울 시기가 오지 않았으니 자신이 꽃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모르는 상태인 거죠. 그런데도 동백꽃처럼 빨리 피고 싶어 하니까 조급해지는 겁니다.
우리는 마치 게임의 테크트리처럼 인생의 경로를 정해두고 싶어 해요. '이거, 이거, 이거 하면 이렇게 됩니다'라고 누군가 알려주길 기대하는 거죠. 그게 주는 안정감이 있으니까요. 이 나이쯤에는 취업을 해야 하고, 이 나이쯤에는 결혼을 해야 하고, 특정 시기가 지나면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식으로요.
하지만 결국 삶의 의미에 대한 고민은 고통을 동반하는 문제예요. 그 고통을 감내할 자신이 있어야 삶의 의미를 찾는 고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고통을 피하고 싶으면 남들이 정해준 길을 따라가게 되는거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해준 길을 따라가다 보면 또 다른 식으로 고통받게 됩니다.
비교와 경쟁이라는 고통은 언젠가는 반드시 겪게 되어 있어요. 하지만 내 나름의 속도로, 내 나름의 방식대로 살겠다고 결심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 결심을 위한 고민의 고통은 크지만, 비교하는 고통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 같아요.
Q. 성장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질까요?
저는 성장이 컴포트 존(comfort zone)에서 그로스 존(growth zone)으로 가는 사이클의 반복이라고 생각해요. 이 사이클을 계속 반복하는 거죠. 예를 들어, 1년 차 개발자에게는 모든 것이 그로스 존입니다. 모든 것이 피어 존(fear zone)이고, 모든 것이 배움의 영역이죠. 이런 환경에서 하나하나씩 영역을 정복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모든 것이 컴포트 존이 됩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부터 중요한 역량이 나오는데요. 결국 이 컴포트 존을 놓고 다시 새로운 그로스 존을 찾아나갈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이걸 해야 한다는 동기도 필요하고요. 저는 이게 '믿음'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 마인드셋 같은 거죠. 내가 여전히 가능성이 남아 있고, 아직 내가 모르는 세상이 많다는 믿음을 갖는 게 1차적으로 중요합니다.
만약 이런 믿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1년 차 엔지니어가 모든 걸 완벽하게 마스터하는 데 보통 3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는데, 그 3년 차의 수준에서 멈춘 상태로 10년 차가 될 수도 있어요. 성장의 사이클을 반복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기만 하면 말이죠.
최근에 시니어 분들과 이야기해 보면 재밌는 점을 발견했어요. 주니어 분들이 "지금 제가 몇 년 차인데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요?", "뭘 더 해야 할까요?"라고 질문하면, 시니어분들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나도 지금 그런 고민을 하고 있어."라고요.
저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앞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시니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주니어와 같은 수준으로 자기도 계속 불안해하고 있다는 거니까요. 어쩌면 이런 불안은 계속 새로운 성장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반대로 "내가 지금 이 정도면 충분하고, 나는 더 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다"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굉장히 안정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안정감은 성장의 끝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계속 성장하는 사람은 주니어와 같은 고민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게 현실이고, 좋은 시니어가 되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Q. 성장에 대한 믿음은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하세요?
제 주변의 친구들 중에는 어릴 때 스티브 잡스에게 영감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을 지켜보면, 비록 지금 당장은 잡스처럼 되지 못했더라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그런 선한 영향을 끼치고 싶다'라는 생각을 품고 있어요. 그들에게는 계속해서 자신의 영향력 범주를 넓히고 싶은 욕심이 근원적으로 있는 것 같아요.
이 친구들은 잡스가 세상에 끼친 영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나도 그처럼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죠. 하지만 현실의 자신을 돌아보면 "아직 멀었다",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다음 단계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고통도 기꺼이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 같아요.
이런 믿음은 "될 거야"라는 확신에서 오는 것 같아요. 심지어 설령 그 목표에 완벽히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의미 있고 자신이 갈 수 있는 최대치까지 가보자는 마음이죠. 우리가 목표를 일부러 크게 잡으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잖아요. 목표를 작게 잡으면, 사실 더 나아갈 수 있는데도 그 근처에서 멈춰버리는 기회를 놓치게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목표를 의도적으로 크게 잡아요. 주변에서 "너 충분해", "너 정도면 잘했어", "이제 쉬어도 돼"라고 말해줘도, 그들 스스로는 "아니야, 내가 처음 생각했던 건 이게 아니야"라고 생각해요. "나는 잡스가 되고 싶었어", "나는 일론 머스크처럼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었어"라는 마음이 그들 안에 깊이 자리 잡고 있어요.
이것이 바로 그들의 삶의 의미이자 존재 이유라고 믿고 있는 거죠.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계속해서 리스크를 감당하고, 고통스러운 성장의 길을 기꺼이 걸어가는 것 같아요. 다시 말해서 성장에 대한 믿음은 자신의 삶에 부여하는 의미와 목적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완벽주의보다 완성주의라는 말씀이 인상 깊었는데, 완벽에 대한 집착을 어떻게 버릴 수 있을까요?
저는 유튜브도 하고 글도 많이 쓰는데, 항상 그 과정에서 깨닫는 게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완벽'이라는 기준을 스스로 충족시키기가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하는 상황이 와요.
그래서 저는 접근 방식을 바꿨어요. 이제는 모든 걸 '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새 영상을 올릴 때도 "이건 테스트야, 세상이 이 영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보는 거야"라고 생각하죠. 글을 퍼블리시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냥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거예요. 그리고 만약 사람들이 그 콘텐츠를 좋아한다면? 그냥 비슷한 걸 하나 더 만들면 되는 거죠.
이런 관점은 굉장히 해방감을 줘요. "실험이다", "테스트다", "완벽한 정답은 없다"라는 마음가짐이요. 사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내가 생각하는 '완벽'을 사람들은 소비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생각이 너무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시기를 놓치기 쉬워요.
완벽을 고집하면 남들이 10개를 만들 동안 자기는 1개를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과연 그 하나가 다른 10개보다 10배 이상의 임팩트를 낼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사실 굉장히 낮아요. 우리 사회에는 이미 콘텐츠와 정보, 서비스, 새로운 가치들이 넘쳐나고 있거든요. 이런 환경에서 완벽한 것 하나로 살아남기는 정말 어려워요.
결국 중요한 건 빈도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만날 수 있는 접점, 표면적을 넓히는 게 중요해요. 내가 완벽을 추구하면 필연적으로 콘텐츠의 빈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빈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하고, 그게 바로 '완성'이고 '실험'이라고 생각해요.
제 경험을 예로 들자면, 예전에는 쇼츠나 영상 하나 만들 때 정말 많은 공을 들였어요. '폼'을 좀 올리려고 인트로 부분에 특별히 힘을 쏟거나, 자막에 예쁜 컬러를 넣는 등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죠. 하지만 그런 작업들이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먹고, 영상을 만드는 데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게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Q.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 나와 맞는 사람은 어떻게 찾고 만날 수 있을까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티를 내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 추구하고 싶은 방향이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고, 살고 싶은 삶이 있잖아요. 이런 것들을 드러내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내게 모여들 수 있어요.
꽃이 향기를 내서 벌을 불러모으는 것처럼, 나만의 특별한 가치관과 지향점을 드러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소셜 미디어 활동을 많이 하는 걸 권해요. 그런 활동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넓혀주거든요.
직접 내 콘텐츠를 본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이 사람 너랑 생각이 비슷해", "이 사람 구독해 봐", "팔로우 해 봐", "한번 연락해 봐"라고 말해줄 수 있는 거죠. 이렇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본인도 그런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해요. 만나려고 의식적으로 행동해야 하죠. 저는 이직이 이런 측면에서 좋은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처럼 특정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좋은 환경을 찾아 서로 모이는 경향이 있어요.
업계에는 항상 "그런 사람들이 여기 모였다더라"라는 소문이 돌잖아요. 그러면 나도 거기 가서 한번 경험해보고, 그 환경에 속해보려고 노력하는 거죠. 이직을 하거나, 심지어 해외로 나가보거나, 내가 원하는 삶의 스타일을 살고 있는 방식이 있는 곳으로 몸을 옮겨보는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직은 단순히 커리어 발전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환경과 사람들을 찾아가는 좋은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자신을 드러내고,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이 두 가지가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해요.
Q. 성장 과정에서 정체를 느낄 때가 있는데, 어떻게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을까요?
먼저 저는 오히려 성장이 계단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에도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리니어하게 성장하면 그 각도가 완만하게 계속 올라가다 보니 이전의 성장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완만한 지점에 서 있으면 마치 평면 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죠.
길게 보면 분명 상승하는 추세인데, 당장 그 포인트에 있으면 그걸 인지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오히려 성장 과정에 분명한 변화 지점이 있는 게 좋을 때가 있어요. 과거의 내가 이만큼 확 뛰었다는 걸 체감하기 쉬우니까요. 한 달 전, 두 달 전과 지금을 비교해서 차이가 없으면 지칠 수 있지만, 확 성장하는 순간이 있으면 그게 정말 짜릿하거든요.
결국 이건 내가 어느 지점과 나를 비교하느냐의 문제예요. 과거의 내가 상상도 못했던 것을 지금의 내가 해낼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성장한 거죠. 지금 당장은 수평선을 달리는 것 같아도, 성장했던 과거를 돌아보면 나중에 또 뛸 거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오히려 문제는 '내가 어디로 가야 할까'라는 질문이에요. 미래의 방향이 보여야 성장에 대한 믿음이 강화되니까요. 저는 그래서 저보다 한두 걸음 앞서 있는 선배들과 커피챗을 자주 해요. "요즘 어때요?", "요즘 어떤 고민을 하세요?"라고 물어보면서, 그들의 경험을 통해 "아, 나도 저런 가능성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보는 거죠. 내가 갈 법한 길에 이미 서 있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만나는 겁니다.
만약 직접 만나기 어렵다면 책이나 인터뷰 글을 찾아보기도 해요. 내가 어디로 갈 수 있을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를 계속 찾아보는 거죠.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아마 이미 미래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분들일 거라고 생각해요.
또 하나 큰 도움이 되는 방법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마치 남의 일처럼 객관화해서 보는 거예요. 웃긴 건, 후배에게 조언할 땐 세상 쿨하게 정답을 아는 것처럼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같은 상황에 처하면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내가 나를 멘토링한다면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해요. 나와 똑같은 상황의 후배가 찾아왔을 때 내가 어떤 조언을 해줄지 생각해보는 거죠. 일종의 롤플레이인 셈이에요.
제가 쓰는 글들도 사실은 모두 저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예요. 예를 들어, 제가 쓴 글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글 중 하나가 '코드를 사랑하지 마세요'인데, 사실 저는 코드에 엄청 집착하고 코드 변경을 싫어하는 사람이거든요. 그 글은 제가 저 자신에게 주는 조언이었고, 그게 또 저에게 큰 타격이 됐어요. 스스로 "아, 그러지 말아야지. 잘 알면서 왜 그래"라고 느끼게 된 거죠.
결국 내가 나의 가장 좋은 멘토가 될 수 있어요.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3자의 시선으로 나를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방법이 큰 도움이 됩니다.
Q. 지금 다양한 방향으로의 성장을 시도하고 계신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일단 재밌어요. 그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삶이 재밌어지니까요.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우리는 왜 여행을 좋아할까요? 보지 못했던 풍경을 보고, 겪지 못했던 상황을 경험하고,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을 맛보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잖아요. 우리 삶에도 이런 '여행'의 요소를 넣을 수 있어요.
제가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 그건 저에게 완전히 낯선 환경으로 들어가는 경험이었어요.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글을 쓰면 전혀 모르던 사람이 댓글을 남겨주고, 그건 마치 여행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 됩니다. 새롭고 낯설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요. 이런 경험들이 제 다양한 활동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다양한 시도를 통해 얻는 것들도 많아요. 예를 들어, 영상 하나만 올려도 '유튜버'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고, 그 영상은 웹상에 남아서 계속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영상을 만드는 스킬도 늘어나고요.
새로운 기회들도 계속 생겨요. 최근에는 쇼츠 광고 제안도 받았어요. 물론 수락하진 않았지만,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온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죠. 이런 과정에서 '내가 다른 것도 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과 새로운 기회들이 계속 열리는 것 같아요.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수익도 기대할 수 있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생판 모르던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이에요. 이를 통해 '이런 영역이 있구나', '이런 기회가 존재하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런 사람들을 계속 만나면서 세계가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결국 이런 다양한 시도에서 오는 즐거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새로운 연결과 기회들이 제가 계속 다양한 방향으로 성장을 시도하는 이유입니다. 삶이 더 풍요로워지니까요.
Q. 여러 시도를 하다보면 오히려 깊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지 않나요?
타당한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완전히 동의하는 부분이 있어요.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면 어느 정도는 깊이를 포기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볼 질문이 있어요. "깊이가 얼마나 깊어야 할까?", "그 깊이가 어디까지 의미가 있을까?" 라는 거죠.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넓혀 나가다 보면 오히려 새롭게 깊어지는 영역이 생기기도 한다는 겁니다.
깊이를 계속 더하려면 그 깊이를 더할만한 '동인'이 필요해요. 그 동인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오히려 넓이가 필요한 경우가 있어요. 내가 이 깊은 지식이나 기술을 써먹을 기회들을 찾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분야를 접하다 보면 "아, 이 분야에서는 더 깊이 파볼 가치가 있겠구나"라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거든요.
또 요즘 AI 시대에는 이런 고민이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한 가지만 깊게 파는 것은 AI가 정말 잘하는 영역이니까요. 저는 오히려 얇더라도 재미를 추구하거나, 얼핏 보기에 의미 없어 보이는 영역이 AI가 아직 잘 하지 못하는, 더 인간적인 영역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좀 더 본능적으로 접근하려고 해요. 내가 재미있는 것, 보람을 느끼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기회를 넓히는 것들이요. 이런 접근이 효율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정말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것은 인공지능이 더 잘하니까, 우리는 좀 더 인간적인 부분에 집중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많은 분들이 조은님의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사실 저도 이 질문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결국 '공감' 때문인 것 같아요.
특히 제가 글을 쓸 때는 저만의 고충과 실수들을 이야기하는데, 지금 보니 그런 경험들이 누구나 할 법한 것들이더라고요. 다만 저는 그것을 저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연습을 꾸준히 해왔고,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또 운이 좋게도 시기적으로 잘 맞았어요. 스타트업 씬과 개발자라는 키워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시기였고, 저는 그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이 업계에 들어와서 경험을 쌓았죠. 그래서 제가 그런 이야기를 글로 풀어냈을 때, 많은 분들이 지금 추구하는 것들과 맞닿아 있었던 거예요. 어떻게 보면 제가 쓰는 내용이 많은 분들의 '추구미'에 딱 걸쳐있는 셈이죠.
영상 콘텐츠도 아직 많은 분들에게 크게 어필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제 이야기를 하나의 스토리라인으로 의미 있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아마도 제가 살고 있는 이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운 좋게 한발 먼저 이런 삶에 들어와 있고, 그 모습을 공유하다 보니 "나도 저 사람처럼 지내보고 싶다", "저 사람과 같은 기회를 얻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제 이야기를 따라오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 관심이 제 이야기에 계속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성장에 대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나는 언제쯤 만족할까?", "만족의 기준은 무엇일까?"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할 텐데, 어느 시점에서 잠깐 멈춰 서서 삶의 방향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선배들이 좋은 환경에 있으면서도 왜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살다 보니 사람은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계속 바뀌더라고요. 저도 곧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 같아요.
그렇다고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바쁜 사람이 더 생산적이고,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니까요. 바쁜 사람이 책도 많이 읽고, 시간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짜투리 시간을 내서 이것저것 많이 하는 거죠. 슬픈 얘기지만 바쁜 사람이 덜 아프다는 말도 있잖아요. 긴장을 계속 늦추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다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해나가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나중에 가정이 생기고 아이가 생기면, 삶의 우선순위도 많이 바뀔 테니까요. 그때 가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질지 미리부터 고민하고 있어요.
사실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제가 지금 하고 있는 활동들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많은 분들이 제 글과 영상을 보면서 공감해주시고, 제가 살아가는 방식에 관심을 가져주시니까요. 다만 앞으로도 계속 이런 방식으로 갈 수 있을지, 아니면 잠시 멈춰서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할지, 그 타이밍과 방법을 찾는 게 제 현재 가장 큰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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