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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으러 호텔 밖으로 나서다가 발걸음을 돌린다.
로비 한쪽 귀퉁이에 마련된 작은 테라스에서 아침 식사를 주문한다.
눈웃음이 꼭 푸우를 닮은 할머니가 계란은 어떻게 익혀줄지 물어온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스크램블 에그를 외친다.
동시에 내 눈은 그의 턱에 나 있는 길고 가느다란 흰 수염에 자꾸만 눈길이 닿는다.
그는 우리가 세 번이나 다시 찾은 이 오래된 호텔의 지배인이자 총괄 쉐프다.
내가 시킨 <블랙 커피 한 잔과 잉글리쉬 블랙퍼스트>는 시크한 이름에 걸맞지 않게 참으로 푸근한 맛이다.
집 앞에서 키운 듯한 작고 쫀득한 바나나가 함께 나오고,
커피와는 별개로 열대과일이 무럭무럭 자라는 나라답게 눈 앞에서 갓 짠 진짜 오렌지 쥬스도 맛볼 수 있다.
분명 선택은 했지만 그와 내가 눈웃음을 주고 받는 횟수만큼 할머니 쉐프의 서브는 계속 된다.
그간 아침을 먹기 위해 호텔 밖을 헤맨 것이 머쓱하게 느껴질 정도로 신선하고 만족스럽다.
곧이어 엘레베이터가 없는 2층 계단에서 우당탕탕 소리가 들린다.
젖은 머리를 앞뒤로 휘날리며 하이, 굿모닝 하고 뛰어나오는 한 친구가 보인다.
특유의 털털하고 넉살좋은 인사를 날리는 그는 이 오래된 호텔의 사장님이자 할머니의 외동딸이다.
얼핏 호텔을 물려받은 외동딸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티비에서나 본 것 같은 고상하고 우아한 모습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에게 호텔을 물려받은 딸의 이미지란, 사치다.
밤낮으로 프론트를 지키며 웃는 얼굴로 손님을 상대하는 그에게는 절대적 휴식의 시간이 필요해보이기만 하다.
마침 그가 오늘은 프론트를 지키지 않고 이른 아침부터 호텔을 나선다.
입구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까만 차를 타고 어디론가 황급히 사라진다.
그를 보는 두 개의 시선이 겹쳐진다.
바로 할머니와 나.
어디로 가는 걸까 나혼자 상상하다 푸히히히 하고 그냥 웃고 만다.
문득, 나처럼 이 오래된 호텔을 찾은 사람들이 궁금해진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도 저기도 나이가 지긋한 백발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영어와 프랑스어, 국적을 알 수 없는 느릿한 언어가 테이블 위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그들의 주름진 손에는 담배가 들려있거나 책이 들려있을 뿐이다.
손님들의 아침을 모두 챙긴 할머니 쉐프의 손에도, 이제는 책이 들려있다.
나는 관찰하기를 멈추고 조용히 그들 사이로 들어간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여기는 치앙마이 북쪽, 노스게이트.
오래된 멋을 품고 있는 창프악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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