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X
- Intro - 잘 배운 다정함 💚
- 저속노화와 도파민, 지속가능한 자극 🍾
- 우리가 오해하는 집중력, 사실은 지루함을 견디는 힘 🏃🏻
- 공공성에 개인이 기여하는 한 가지 방법과 표창장 (feat. KRDS) 🎖️
- UT를 했다고 사랑받을까? 그럼에도 롱런하는 서비스에 필요한 것, UX 리서치 🧑🏻🍳
- 우리는 왜 태풍의 이동경로를 보면서 또 오해할까? 🌀
- Outro - 매달 하는 모임 <리서치 하는데요> 📖
구독자님, 방콕의 우기를 닮은 날씨에도 어김없이 한 달을 보내느라 애쓰셨습니다.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소진되는 것을 유난히 느꼈던 8월, 어려웠지만 다정해야겠다고 다짐했던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다시 봤던 메모로 뉴스레터를 시작합니다. 어쩌면 다정함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애를 쓰는 상태가 아닐까요? 동료의 다정함과 흔쾌함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대신, 애를 써주는 모습에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만으로도 조금 괜찮아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날씨에 취약해지는 제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환경과 행동의 함수라는 것을 체감했던 8월. 이번 달에 제가 관심 있게 봤던 것들을 모아 8월의 마지막 월요일에 보냅니다.
#1. 저속노화와 도파민, 지속가능한 자극 🍾
지속가능한 자극에 대한 단상
1️⃣ 인간의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이 떨어집니다. 30대 후반부터 전두엽 기능이 서서히 나빠지기 시작해요. 전두엽은 합리적인 판단을 도와주거든요. 전두엽이 힘을 쓰지 못하면, 공감 능력과 복합적 사고 능력이 떨어져요. 이성적으로 다른 의견을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쓸데없이 화도 많아지죠.
2️⃣ 과정에서 충분히 즐겁지 않은 이유
수영, 러닝, 웨이트 같은 운동만 해도 도파민이 나와요. 하지만 그 과정에 사람들이 충분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요.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즐거움을 준다고 믿거든요. 삶의 목표를 자동차, 집, 지위, 돈으로 정하고 매달립니다.
3️⃣ 루틴은 흔들리는 삶에서 '닻' 그리고 선순환
생활 습관은 내 마음의 중심에 단단히 내리는 ‘닻’이라고 생각해요. 배는 흔들리고 이리저리 움직이겠지만, 결국 중앙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정갈하게 먹고, 술을 줄이고, 잘 자고 운동하는 거죠. 그럼 점차 화도, 스트레스도, 번뇌도 줄어들어요. 잠깐 화가 나서 흔들리더라도 금방 내 페이스를 찾을 수 있어요. 그런 개인적인 선순환을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4️⃣ 결국엔 이 쉽고 뻔한 자극에도 끝이 있다는 의식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입니다. 모든 생애 주기를 연결하면 결국엔 죽음에 다다릅니다. 저는 죽음을 상시 생각합니다. 때론 끝이 있다는 게 고맙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뭐랄까, 인생을 함부로 살지 않고 싶어져요.
5️⃣ 굵고 짧게 사는 삶은 없습니다
"차라리 짧고 굵게 살겠다"라는 말에 대하여.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굵고 짧게’ 살 수가 없어요. 노화를 관리하지 못하면 ‘가늘고 짧게’ 사는 겁니다. 몸과 뇌가 충분히 건강하지 않으니 여러 병을 앓으며 가늘게 살게 되고요, 건강한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빨리 죽으니 짧게 사는 겁니다.
저속노화 정희원 : 수명도 마통처럼 미리 쓰실 건가요?
#2. 우리가 오해하는 집중력, 사실은 지루함을 견디는 힘 🏃🏻
집중력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집중력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힘이 아니다
좋아하는 레고 시리즈 조립에 하루종일 몰두하는 것이 집중력일까요? 아닙니다. 진정한 집중력은 싫어하는 일도 견디고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충동을 조절하고 불편함을 참아내는 힘, 그게 바로 집중력의 본질입니다. 일상을 무던하게 반복하는 것이 집중력일 수 있습니다.
2️⃣ 중독과 몰입의 집중력의 양면성
비슷해 보이지만 중독과 몰입의 본질은 다릅니다. 능동적인 선택과 계획이 있을 때 중독이 아닌 몰입으로 이어집니다.
- 중독: "어, 또 시간 가네..." (수동적)
- 몰입: "이번엔 꼭 마무리 짓자!" (능동적)
3️⃣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성인 ADHD일까?
성인 ADHD는 갑자기 생긴 게 아닐 수 있습니다. 대부분 어릴 때부터 있었을 수 있죠. 마치 오래된 퍼즐의 빈 조각을 뒤늦게 발견한 것처럼 어릴 때부터 있었는데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울증, 조현병, 치매 초기 증상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전문가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는게 중요합니다.
4️⃣ 일상에서 집중력 높이는 3가지 팁
- 일을 잘게 쪼개기 (코끼리도 한 입씩 먹는다)
- 일정관리를 위해 스케줄 관리 앱 활용 (두뇌에 부담을 덜 주기)
- 스스로에게 멀티태스킹 강요하지 않기 (욕심을 버리면 오히려 효율이 오른다)
5️⃣ 올림픽 선수들이 집중하는 방법
"하던 대로 하자!"가 핵심입니다. 과도한 욕심은 오히려 독. 자신의 능력을 믿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 그게 바로 진정한 집중력의 모습이죠. 4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낸 선수들의 공통점은 "하던 대로 하는 것"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매일 같은 양의 훈련을 해내며 수년의 시간 동안 지루함과 싸우고 나태함을 이겨낸 것이 집중력입니다.
#3. 공공성에 개인이 기여하는 한 가지 방법과 표창장 (feat. KRDS) 🎖️
제가 2023년부터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대한민국 디지털정부 UI/UX 가이드라인 'KRDS'가 공개되었습니다. 행안부 홈페이지에서도 정책자료 > 참고자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KRDS(디지털 정부서비스 UI/UX 가이드라인) 바로가기
완벽하지 않지만 공공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이 더 나아지는 시작점이 될 거라는 마음으로 저는 자문위원 자격으로 1년 넘게 가이드라인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모든 가이드라인은 완벽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시작하면 시작되듯, 가이드라인 v1.0을 시작으로 기관과 이해관계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돌이켜보면 제 자문은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며 유공 표창을 받은 김에 다시 한번 KRDS를 살펴보고 널리 소개합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한 배경과 고민했던 지점, 활용방안과 KRDS 특징에 대해서는 아래 레드버스백맨 홈페이지 글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더 나은 도시생활'을 만들기 위해 오프라인까지 UX 리서치 영역으로 넓히는 과정에서도 '더 나은 공공 디자인'을 위해 자문을 해왔던 것은 스스로 1명의 디지털 정부 서비스의 사용자로서 목소리를 더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선의에 대해 정부로부터 유공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일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큰 자기 효능감입니다.
레드버스백맨 - 대한민국 디지털정부 UI/UX 가이드라인 (feat. 표창장)
#4. UT를 했다고 사랑받을까? 그럼에도 롱런하는 서비스에 필요한 것, UX 리서치 🧑🏻🍳
유저 리서치에 대한 2명의 PM의 생각
먼저 UX 리서치와 UT(Usability Testing, 사용성 검증)는 동일한 개념이 아닙니다. UT는 가장 대중적이고 리서처가 수행하는 리서치 방법론 중 가장 빈번하게 진행하기 때문에, 또 프로덕트 디자이너 등 다른 직군에서도 직접 수행하기 때문에 익숙한 용어이지만 UX 리서치 중 정성조사이면서 사용자 행동을 관찰하는 한 가지의 방법입니다. 즉 UT는 UX 리서치 중 하나의 방법일 뿐입니다.
뉴스레터에서 소개드리는 Ep9 아티클의 저자 2분은 전문 UX 리서처가 아닙니다. 스스로 PM이라고 밝히고 있고 기획자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유저 리서치를 업무를 하는 동안 지속하고 있고 실제로 현업에서는 전문 리서처가 아니더라도 여러 방법론을 활용해서 사용자 조사를 진행합니다. 엄격히 말하면 '유저 리서치(사용자 조사)'와 'UX 리서치(사용자 경험 조사)'에도 차이가 있지만 아래 내용에서는 2가지를 구분하지 않고 활용하고 있음을 먼저 소개합니다.
1️⃣ 유저 리서치를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
2️⃣ 정확한 처방을 위해 필요한 유저 리서치
3️⃣ 여러 주제를 오간다고 인사이트가 아니라는 점을 경계하기
4️⃣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내는 것이 리서치의 본질
5️⃣ 사용성에 대한 오해와 제품감
#5. 우리는 왜 태풍의 이동경로를 보면서 또 오해할까? 🌀
1️⃣ 8월 태풍 종다리 북상 중 소멸
태풍 종다리가 서해상에서 소멸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세력을 늘리지 못한 상태에서 빠르게 북상하면서 바다 위에서 소멸되었다는 기상캐스터의 설명을 들으며 태풍 경로를 그린 지도를 살펴봅니다. "아, 저 지도에 그려진 부분이 피해를 받을 뻔했는데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2️⃣ 태풍의 경로를 표현하는 방식, 콘(Cone)
태풍의 경로를 그리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아래 뉴욕타임스 기사에 딸린 썸네일 이미지의 빨간색 영역처럼 '콘(Cone)'을 그리는 것입니다. 콘 안의 점은 '태풍의 중심'입니다. 통상적으로 3~5일 정도의 이동경로를 쉽게 표현하기 위해 '콘'을 사용합니다.
3️⃣ 태풍의 경로는 태풍의 영향범위가 아닐 수 있다
여기서 해석의 오류가 생기는 지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콘이 태풍의 크기를 나타내지 않습니다. 콘은 정직하게 태풍의 중심을 기준으로 이동할 것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진로를 보여줄 뿐입니다. 즉, 태풍이 반드시 빨간색 콘으로만 이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태풍의 중심 위치를 확률적으로 계산해서 약 2/3(66%) 확률로 태풍이 콘 내부를 지나가는 것이고 1/3(33%) 확률은 태풍 중심이 콘 바깥을 지나갈 수 있는 거죠.
4️⃣ 태풍의 경로를 보면서 주의할 점, 2가지
즉, 태풍의 이동경로를 보면서 2가지 주의가 필요합니다. 첫째, 태풍의 이동경로가 1/3 확률로 틀릴 수 있다는 점. 둘째, 콘 바깥 지역도 태풍으로 인한 폭우, 홍수, 해일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 그러니 태풍의 크기와 강도는 태풍의 이동경로와 별도로 고려해야 합니다.
5️⃣ 태풍에 대해 사용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강도와 예상 피해 지역
작은 태풍과 큰 태풍은 크기가 다르지만 이동경로를 표현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콘으로는 동일한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동일한 중심에 있더라도 큰 태풍은 콘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죠. 게다가 태풍의 크기와 강도는 주변 기후나 지형에 따라 변하는데 이동경로를 태풍의 중심으로 표현한 콘은 동적인 변화를 포함하지 못합니다.
Outro - 매달 하는 독모임 <리서치 하는데요> 📖
<리서치 하는데요> 8월 모임에서 함께 이야기해서 고민할 수 있었던 지점들
1️⃣ 파인딩과 인사이트, 그리고 아이디어에 대하여
책에서 저자는 데이터에서 발견한 '패턴'을 파인딩, 패턴 뒤에 숨은 더 깊은 의미를 '인사이트'라고 부릅니다. 일할 때 우리는 어떤 것을 파인딩, 또 어떤 것을 인사이트라고 부르는지. 아이디어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에 대해 생각을 나눴습니다. 현업에서 파인딩 없는 인사이트가 있을까요? 그렇다면 리서치를 해야만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는게 아닐까요?
2️⃣ 제품감에 대하여
유민 님의 독후감 중 'Product Sense, 제품감'이 인상적이었요. 제품감은 '사업적 목표, 기술, 사용자, 그리고 의사결정자의 니즈까지 총체적으로 촘촘하게 보고 방향성을 결정하는 감각'입니다. 인사이트에는 제품감이 있지만 아이디어에는 제품감이 결여된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3️⃣ 소프트 스킬과 하드 스킬에 대하여
저자가 설명한 소프트 스킬과 하드 스킬에 대한 정의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소프트 스킬에 대해서는 '하드 스킬을 제외한 전부'라고 표현한 부분 때문이었는데요. 멤버들과 토론하면서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Internal Politics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었어요. 일을 하는 많은 기간 동안 저는 사내 정치나 라인을 탄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고 그런 동료들을 존중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UX 리서처가 미래 지향적 리서치를 하면서 제품을 출시하는 긴 호흡을 주도적으로 가져가려면 파인딩부터 인사이트, 제품 출시의 당위성과 전사적 목표를 맞춰가야 하고 이 과정에서 주요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고려하며 밀도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4️⃣ 주어진 리서치에 대해 의심하기
예슬 님 독후감에서 메모해 둔 부분입니다. 리서처가 리서치를 할 때 주어진 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면 능동성을 발휘하기 보다는 수동적인 태도일 수 밖에 없고 이는 비즈니스적 임팩트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을 할 때 주어진 요청에 대해 전문가로서 의심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➊ 사용자의 경험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한 리서치인가? 아니면 디자이너, PO 등 공급자의 안도감을 위한 행위인가?
➋ 요청한 이들의 가설에 오류가 있거나, 숨겨진 전제가 있지는 않은가? 이미 답을 알고 있거나 리서치 결과와 무관하게 답을 내리려는 문제가 포함된 것은 아닌가?
➌ 이 문제를 해결했을 때 리서치는 비즈니스에 어떤 임팩트를 가져오는가?
트레바리 시즌3 두 번째 모임을 마치고, 파인딩과 인사이트에 대하여
구독자님, 이번 달 뉴스레터도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뉴스레터를 읽으며 든 생각이나 뉴스레터에서 다뤘으면 하는 주제 등 피드백을 기다립니다. 메일리 뉴스레터 댓글이나 인스타그램(@redbusbagman), 링크드인 등 편한 채널을 통해 뉴스레터에 대한 생각을 알려주세요. 그럼 잘 배운 다정함을 믿으며 어김없이 9월에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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