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TREND REPORT "2024년 7월에 본 것"

일 하다 눈이 가는 소식을 큐레이션해서 공유합니다

2024.07.29 | 조회 1.84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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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버스백맨

🕵🏻 매달 1번 받아보는 UX 리서처의 생각

INDEX

 

  • Intro - 당근이 '매너온도'를 포기한 이유 🥕
  • Form follows function, 기능은 형태를 따른다 🏢
  • '부채의 거미줄'과 '상호성 원칙' 🕸️
  • 경험을 공유하는 일과 그때 성장하기 위한 조건 🧑🏻‍🏫
  • 오르막 길 경사도 실험과 지각된 현실 🏔️
  • 프로다움을 이야기할 때의 디테일 🏨
  • Outro - EPNE POP-UP 초대 이벤트

 


 

구독자님, 변덕스러운 날들에 별일 없으셨어요? 2022년 8월에 쓴 <당근이 '매너온도'를 포기한 이유 🥕>는 제 블로그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글입니다. 2019년부터 영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던 당근마켓이 국내에서 상징성이 짙었던 '매너온도'를 섭씨 기준 그대로 36.5도 매너온도를 해외에서도 그대로 적용하면서 생긴 문화적 차이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였습니다. 당시 매너온도에 대한 글로벌 사용자 이해를 UX 리서치로 알아보니 한국과 너무 큰 차이가 있었죠. 36.5도에서 출발해 99.9도까지 올리는 당근의 재미요소가 그들에겐 난해했던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매너온도에 대한 글로벌 사용자 반응

 

  • 우리 동네 날씨를 알려주는 건가요?
  • 중고거래를 하는데 왜 기온을 알려주죠?
  • 0도 아니고 50도 아니고 36.5? 애매하고 찝찝한 숫자는 무슨 뜻이죠?
  • Neighborhood Rating이면 이웃들이 부여한 점수죠? 100점 만점에 30점대라니! 못 믿을 사람들만 가득한데요?
  • Warm-hearted도 좋지만 (온도가 낮은) 쿨한 사람도 좋은 거 아니에요?

 

당근은 매너온도를 포기하고 'Karrot Score'라는 점수제도를 새롭게 적용하면서 1,000점 만점의 매너지표를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온도'가 아닌 '점수'로 현지 문화에 맞춰 사용자들에게 작동할 수 있는 기대치, 기준정보와 'Expert Karroter' 개념을 만들었죠. 저는 2년 전에 쓴 케이스 스터디를 정방형 이미지로 형태를 달리해 SNS(인스타그램, 링크드인)에 공유했습니다. 더 보기 쉽게 카드 형태로 구성하니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하루 만에 링크드인에서 약 300분이 '좋아요'를 눌렀고, 28분이 자신의 피드에 재공유했으며 노출은 18,000회를 넘어섰죠. 형태를 기능에 맞춰 재구성했더니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형태와 기능, 반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였어요.

 

기존 콘텐츠를 새로운 형태에 맞춰 재구성한 '당근' 케이스 스터디 ©REDBUSBAGMAN
기존 콘텐츠를 새로운 형태에 맞춰 재구성한 '당근' 케이스 스터디 ©REDBUSBA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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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orm follows function 🏢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 Form follows function

루이스 설리번

 

건축과 디자인을 관통하는 모더니즘의 명제

 

20세기 초 미국 마천루를 이끌었던 시카고 파, 대표적인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의 말입니다. 여전히 디자인을 규정하는 명제로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꾸밈이 아름답다는 장식미술의 개념을 구식으로, 간결한 형태를 이야기하는 모더니즘 디자인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이 명제는 여전히 유효할까요? 정연우 교수님의 2018년 기고문을 다시 읽어봅니다.

 

1️⃣ 모양이 기능을 따르는 사례들

 

손아귀 움직임을 지탱하기 위해 손가락 구멍이 뚫려있는 가위, 한쪽에 주름이 있어 관절처럼 원하는 각도로 조정해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빨대, 낮고 넓게 바디를 만들어 공기저항을 줄이고 고속주행할 때 안정성을 높이려는 스포츠카, 성냥갑 같이 생겼기에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현대식 아파트들은 모양이 기능을 따르는 사례입니다.

 

2️⃣ 귀엽고 아름다워서 기능을 따르지 않아도 괜찮은 사례들

 

필립 스탁의 쥬시 샐리프 레몬 스퀴저, 1990년 이탈리아의 한 바다에서 휴가를 즐기는 동안 음식점 냅킨에 초기 도안을 구상하여 디자인한 제품으로 본래의 기능을 떠나 장식품으로 널리 쓰인다 ©루밍
필립 스탁의 쥬시 샐리프 레몬 스퀴저, 1990년 이탈리아의 한 바다에서 휴가를 즐기는 동안 음식점 냅킨에 초기 도안을 구상하여 디자인한 제품으로 본래의 기능을 떠나 장식품으로 널리 쓰인다 ©루밍

필립 스탁의 레몬즙 짜개는 실제로 레몬즙을 짜기에는 그다지 편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인기를 끄는 주방소품입니다. 어떤 것들은 기능이 훌륭하지 않지만 작품으로, 기쁨과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오브제처럼 쓰임에도 사랑받습니다. 젠틀몬스터 사옥을 보면 공간 효율을 극대화했다기보다는 개성과 도전을 상징하는 것 같은데 주목받습니다. 어떤 것들은 형태가 기능을 극대화하지 않아도 다른 가치가 있으니 괜찮은 것 같습니다.

 

3️⃣ 만약 아름다움으로 인한 만족감도 기능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형태가 기능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기능이 형태를 따른다는 말을 가만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휘두르려고 방망이를 만든 게 아니라 누군가 기다란 나뭇가지를 보고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사슴벌레는 뿔이 크니까 경쟁자 수컷을 던질 때 뿔을 쓰죠. 꽃이 예쁘고 향기를 내니까 나비도 사람도 모입니다. 부드러운 공간에 끌리는 감성이 효율 기능을 압도할 수 있습니다. 기능이 떨어져도 사랑받는 것들은 사랑받기에 충분한 감성적 기능이 작동하는 게 아닐까요? 감성적 기능도 기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큰 TV를 더 크게, 놀랍도록 얇아진 TV를 더 얇게, 보기에 더 좋게 때로는 그냥 이유를 잘 모르지만 마음에 더 들게 만들고 있으니까요.

 

스콜이 쏟아지다 해가 다시 쨍쨍 내리쬐는 변덕스러운 날들의 연속입니다. 지금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외출할 때에는 우산을 챙기기 마련이죠. 카페에서 사람들을 기다리면서 관찰해 보니 입장하는 손님들은 우산꽂이가 없는 가게 입구에 놓인 빈 쓰레기통에 우산을 자연스럽게 꽂습니다. 안정적으로 우산을 보관하고 물이 흐르더라도 주변을 어지럽히지 않을 수 있는 몸이 긴 통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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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채의 거미줄'과 '상호성 원칙' 🕸️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에서 흥미로운 실험들을 메모해서 공유합니다. 저는 '매끄러운 고객 경험' 프로그램 결과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요. 호텔 측이 고객에게 실수를 하고 난 후 즉시 그 실수를 바로잡는 모습을 본 고객들이 완벽한 서비스를 받고 매우 만족한 고객보다 호텔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실수를 바로 잡는 것은 호텔이 매우 예외적으로 '특별하고, 개인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상호성 원칙'에 따라 고객은 호텔에 특별한 보답을 해주어야 한다고 믿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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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성 원칙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강력한 도구입니다. 이는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은 마음"을 의미하며, 우리 일상과 비즈니스 환경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고객에게 예상치 못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만족도는 물론 충성도까지 크게 향상됩니다. '상호성 원칙'에 기반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3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1️⃣ 작은 선물의 큰 영향력

 

한 대학 교수의 흥미로운 실험입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더니, 놀랍게도 많은 답장이 왔습니다. 받는 사람들은 교수의 신원도 모른 채 자동적으로 답장을 보냈죠. 이는 상호성 원칙의 힘을 잘 보여줍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이런 인간의 특징을 '부채의 거미줄'이라는 메커니즘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상호의존성은 인류 문명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특징입니다.

 

비즈니스에서도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상호성 원칙'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 작은 선물이나 혜택을 제공하면 고객은 그 호의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보답하려고 하죠. 예컨대, 단골을 알아보고 단골에게 음료나 디저트를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경험을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은 노력의 합이 장기적으로 고객 관계를 강화하는 핵심이 됩니다.

 

2️⃣ 실수를 기회로 전환하는 전략

 

완벽한 서비스가 항상 최선일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 유명 호텔 체인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호텔이 실수를 했지만, 그것을 신속하게 바로잡자 오히려 고객 만족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고객 한 명이 어린 두 자녀와 테니스를 치고 싶어 했지만 어린이용 테니스 라켓은 모두 사용 중이었습니다. 총지배인은 직원에게 가까운 스포츠용품점에서 어린이용 라켓을 구해오라고 했고 20분이나 지나 새 라켓을 전달할 수 있었죠. 불편을 겪은 고객은 오히려 이 노력에 감동받아 다음 휴가도 같은 호텔을 선택했죠. 이는 고객이 이런 특별한 노력을 개인적인 선물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3️⃣ 개인 맞춤형 서비스의 효과

 

당연히 모든 고객을 획일적으로 대하는 것보다 사용자 개인의 취향과 필요를 고려한 서비스가 효과적입니다. 패스트푸드점 실험이 이를 잘 보여주는데요. 이 실험에선 고객에게 '멋진 열쇠고리'를 줬을 때보다 '요구르트 한 컵'을 제공했을 때 메뉴 주문량이 더 증가했습니다. 이는 배고픈 고객에게는 '장식품'보다 '마실 것'이 더 요긴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예로, 한 컨설턴트가 미술품 수집가인 고객에게 관련 엽서를 선물했더니, 평소 늦게 지불하던 컨설팅 비용을 바로 결제했습니다. 사용자의 개별적인 취향과 필요를 고려한 서비스가 상호성의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3. 경험을 공유하는 일과 그때 성장하기 위한 조건 🧑🏻‍🏫

 

TEDxKyunghee 비움 | 틈 | 채움에서 '더닝-크루거 효과'를 소개했습니다 ©TED
TEDxKyunghee 비움 | 틈 | 채움에서 '더닝-크루거 효과'를 소개했습니다 ©TED

 

사람을 모아 놓고 내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에 서는 건 여전히 부담스럽습니다. 매번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표본을 늘린다는 마음“을 부적 삼아 내 시행착오를 공유하려고 꾸역꾸역 어찌어찌 나아가면 ”힘들었지만 그래도 하길 잘했다 “라는 마음으로 다 괜찮아질 때가 있어요.

이번달에도 그랬습니다. TEDxKyunghee 비움 | 틈 | 채움에서 첫 번째 스피커로 UX 리서치가 갖는 의미를 이야기했습니다. 신한 커리어업에서는 UX 분야로 취업을 앞둔 분들에게는 표본의 확장을 실행한다는 계획으로 <UX 리서치에 대한 이해와 오해>를 담담히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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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야기하는 것이 충분하고 마땅한 정보값이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내가 해왔던 것들과 알고 있는 것들을 의심하게 합니다. 이런 종류의 자기 의심은 내가 아는 것들에 대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모르는 것들을 발견하고 나의 무지에 대해 받아들이는 과정이 되기도 합니다. 내가 얼마나 모르는 게 많은지 깨닫는 건 때론 괴롭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더 객관화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에 대해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 하나 있습니다. 성장은 계단식이고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만 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보통 첫 번째 단계인 배움까지 하고 두 번째 단계인 공유에서 멈춥니다.

 

Learn 🔜 Share 🔜 Connect 🔜 Change 🔜 Grow 🔜 Help others win 🔛 Repeat

 

UX 리서치에 대한 오해와 이해 ©REDBUSBAGMAN
UX 리서치에 대한 오해와 이해 ©REDBUSBAGMAN

 

공유하지 않으면 연결될 수 없고, 나와 다른 사람이 연결된 상태가 아니면 내 생각의 변화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성장은 변화에서 오는데 공유를 하지 않으면 성장하는 것이 불가능하죠. 변화를 겪은 후 그 경험을 남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나누고 이걸 반복하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찾아와 인사를 건네고, 사인을 요청하고, 질문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연결되는 것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성장할 수 있는 한 걸음을 더 내디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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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xKyunghee | UX 리서치로 틈을 채우는 여정

 


 

#4. '오르막 길 경사도 실험'과 '지각된 현실' 🏔️

 

버지니아대학교의 심리학자 데니스 프로핏은 지각 분야를 연구한다. 사람들이 현실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알고 싶었던 프로핏은 신기한 현상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가파른 언덕의 경사도를 실제보다 높게 인식한다. (중략) 실제 경사도는 5%였지만 피실험자는 이를 20%라 추정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로핏은 최근의 실험 데이터를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어떤 언덕을 두고 학생들의 추정치가 매우 낮아서 정확도가 갑자기 높아진 것이다. 프로핏 연구진이 이 수수께끼를 살핀 결과, 그 추정 작업에 참여한 피실험자들이 버지니아대학교 여자 축구 대표들이었음을 확인했다. 그 언덕이 그다지 가파르지 않아 보인 것은, 이들이 그 정도 언덕을 걸어 올라가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받아들이는 강인한 운동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것은 그가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발제문 중에서 | 원문 <사람을 안다는 것>

 

저는 작년부터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클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7월 26일(금) 모임까지 하면 9번째 모임이고 클럽을 개설하기로 결심한 지 10개월이 지났습니다. 트레바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저는 클럽장을 시작하면서 처음 트레바리에 참여했습니다. 멤버로서 다른 클럽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트레바리를 하고 있는 지인을 통해 모임에 대해 듣곤 했을 뿐이죠. 친구를 사귀거나, 나를 홍보하려고 하거나, 연애상대를 찾기 위해, 책을 꾸준히 읽기 위해. 여러 목적으로 트레바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리서치 하는데요>는 잔잔하지만 단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잔잔하게 지적 대화를 4시간 동안 지속할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생각하기를 좋아하고, 내 이야기를 글로 적는 것도 좋지만 대화하면서 생각에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일상에 더하고 싶었습니다. 왁자지껄하지 않아도, 술이 없어도,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반대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안전한 관계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다행히 <리서치 하는데요>는 시즌을 계속 이어가고 있고 이 과정은 계속 단단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임에서는 침묵을 허락하고 정적을 견뎌내려고 합니다.

 

사람은 자기만의 경험과 목적을 갖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객관적 진실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조선왕조실록을 기록한 사관은 객관적 진실을 역사에 남겼을까요? 데니스 프로핏의 실험에 따르면 "한 사람이 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것은 그가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라는데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겸손한 질문은 끝이 열려 있다. 끝이 열린 질문은 상대방이 대화를 주도하도록 격려한다. "당신은 어떻게 해서~", "~는 어때요?", "~에 관해서 들려줘봐요",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 당신 생각은 ~?"과 같은 말들이다. 케이트 머피는 저서 『좋은 관계는 듣기에서 시작한다』에서 사람들이 늦은 밤에 식료품점에 들르는 이유를 찾으려는 포커스 그룹 인터뷰어가 어떤 식으로 질문하는지 묘사한다. 그는 비난 투로 들릴 수 있는 "왜 늦은 시각에 식료품점에 가죠?"라는 질문 대신 "11시 이후에 식료품점에 갔던 최근의 경험은 어떤 것이었나요?"라고 물었다. 그때까지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수줍은 여성이 손을 들고는 대답했다. "담배를 한 대 피운 참이었는데, 메나주아트루아(고급 와인 브랜드명)가 당기더라고요. 벤, 제리라는 친구들까지 셋이 함께 갔어요"

 

UX 리서처는 질문을 통해 사용자 행동 너머의 이유를 파악할 때가 많습니다. 사용자 행동을 충분히 관찰하고 그것이 반복되는 패턴인지 확인해야 하죠. 사용자에게 행동의 이유를 "왜? 그러셨어요?"라고 따져 묻는 대신 그 무렵 어떤 물건을 구매했는지, 어디에 갔는지, 누구와 함께 갔는지, 어떤 물건을 골랐는지, 그 이후에도 같은 장소에 방문했거나 같은 물건을 구매했는지 등을 통해 "왜?"에 대해 파악해야 합니다. "왜"라는 함정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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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바리 시즌3 첫 번째 모임을 마치고, 겸손한 질문에 대하여

 


 

#5. 프로다움을 이야기할 때의 디테일 🏨

 

47년 동안 같은 일을 하면서 정년을 훌쩍 넘은 나이에 처음 일했던 회사로부터 "다시 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는 삼고초려를 받는 이의 일 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1977년 입사해 매일 500번 이상, 많을 때는 1,000번씩 남녀노소 불문하고 고개를 숙이며 호텔의 시작과 끝을 담당한 고객경험 전문가, 도어맨 권문현 지배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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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호텔이 제공하는 경험에 관심이 많습니다. 무인양품이 처음 선전에, 베이징에 그리고 도쿄에 호텔을 오픈했을 때 직접 묵으면서 총지배인을 인터뷰하고 퍼블리에 무지호텔이 제공하는 고객경험에 대한 리포트를 썼던 건 호텔이야말로 의, 식, 주를 총괄하는 경험의 산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호텔의 시작과 끝은 무엇일까요? 홈페이지 첫 랜딩 화면일 수도 있지만 차량 문을 열어주거나, 짐을 받아주는 등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네는 도어맨일 수 있습니다.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출근하고 단골 차량 번호를 외우며 신문을 통해 인물, 동정란을 확인합니다. 2013년 60세로 정년퇴직 이후 콘래드에 스카우트되어 10년간 일 한 후 조선호텔의 간곡한 요청으로 23년 7월, 다시 조선호텔 도어맨으로 돌아왔죠. 조선호텔 측은 “나이를 불문하고 도어맨을 비롯한 호텔리어에게 프로 의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며 “권 씨를 찾는 VIP도 있어 말 그대로 삼고초려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1️⃣ 일과가 어떻게 됩니까?

 

호텔 입구에 서서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합니다. 호텔엔 오전 5시30분까지 도착합니다. 47년 동안 단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어요. 출근하면 그날 어떤 VIP가 호텔에 오는지, 행사가 있을 경우 인원과 동선도 확인합니다. 퇴근할 때까지 점심시간 30분을 빼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죠. 손님 차 문을 여닫고, 안내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짐을 옮겨달라거나, 택시를 불러달라거나, 약을 사달라거나 손님이 원하는 건 되도록 해드립니다.

 

2️⃣ 2013년 60세로 정년퇴직한 뒤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 스카우트돼 10년간 일했습니다. 조선호텔의 간곡한 요청으로 지난해 7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고요. ‘70세 정년 연장의 꿈’을 이룬 비결이 궁금합니다.

 

서비스는 디테일(detail)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택시를 타고 온 손님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수증을 받기까지 몇 초가 걸리는 만큼 속으로 ‘하나, 둘, 셋’ 센 뒤 문을 엽니다. 날씨가 덥거나 추울 때도 마찬가지로 차 문을 천천히 열고요. 단골은 한 발 더 들어갑니다. 차에서 내릴 때마다 벗었던 신발을 갈아 신는 습관이 있는 손님도 민망하지 않도록 차 문을 늦게 엽니다. 많이 챙겨주기를 바라는 손님에겐 고개를 45도 숙이고, 부담스러워하는 손님에겐 고개를 15도 숙일 정도로 신경 씁니다. 즐겨 찾는 동선이 있을 땐 먼저 안내하기도 하고요. 어느 서비스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도어맨에게 요구하는 디테일은 그런 것 아닐까요.

 

3️⃣ 도어맨이 손님을 알아보는 게 아니라 손님이 도어맨을 알아보네요. 다른 도어맨과 차이를 가른 당신만의 디테일은 무엇입니까.

 

사람은 누구나 알아주길 바랍니다. 특급호텔을 자주 찾는 고객이라면 더 그렇죠. 도어맨은 사람보다 차량부터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단골 이름과 차량 번호, 성향을 함께 기록해 놓는 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개인 차량 번호도 기억합니다. 체어맨 ‘4672’. 많을 때는 350개까지 외웠습니다. 외교관 차량은 국기까지 외우죠. 아침에 일어나면 신문부터 읽습니다. 인물·동정란은 꼭 읽고, 중요한 내용을 스크랩합니다. 특급호텔엔 아무래도 정치인, 고위 관료, 기업인 등 VIP가 많이 오니까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고객에게 “사장님”이라고 정확하게 불러드리면 아무래도 기분 좋지 않겠습니까.

 

시즈오카의 작은 여관에서 묵었는데 불필요한 것은 하나도 없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방이었어요. 하얀 면 시트에 누워 이불을 덮고 정말 기분 좋게 잠들었죠. 다음 날 여관 주인에게 어떤 이불인지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일 햇볕에 말렸을 뿐입니다'라고요. 이런 기분을 무지 호텔에서 느껴야 하죠.

무인양품 가나이 마사아키 회장, 2009년 <Vogue> 인터뷰

 

 

보이는 미니멀리즘, 쓰이는 미니멀리즘

회장님 왔는데 "차 문 열지 마" - 47년 '전설의 도어맨' 비결

 


 

EPNE POP UP CAFE & BAR | 에피소드 용산 ©episode
EPNE POP UP CAFE & BAR | 에피소드 용산 ©episode
혁오밴드와 선셋롤러코스터도 에피소드 용산을 찾아주셨습니다 ©episode
혁오밴드와 선셋롤러코스터도 에피소드 용산을 찾아주셨습니다 ©episode

 

구독자님을 위한 이벤트 🍹

 

'더 나은 도시생활'을 만드는 에피소드 용산 1층에서 EPNE 팝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주 목, 금, 토 16:00부터 23:00까지는 연남동 ep coffee & bar 장경진 디렉터가 짓궂은 날씨에도 흔쾌해질 수 있는 EPNE 여름 한정 칵테일을, 매주 토요일 17:00부터 21:30까지는 DJ와 함께 하는 'SUMMER GATHERING'을 진행합니다. 뉴스레터 구독자 중 5분을 선정해서 POP UP에 초대합니다. POP-UP에서 제공하는 커피, 칵테일, 아이스크림 중 어떤 것이든 동반한 1분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대접하고 또 에피소드 용산을 투어 하며 충분히 머물다 가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뉴스레터 "7월에 본 것"을 캡처해 인스타그램 @redbusbagman DM으로 보내주시면 5분을 선정해 8월 2일까지 DM과 메일리 뉴스레터 댓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8월에도 어찌어찌, 꾸역꾸역 잘 버티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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