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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나는 교훈적인 소설은 쓰지도 않고 읽지도 않는다. 『롤리타』는 가르침을 주기 위한 책이 아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에게 소설이란 심미적 희열을, 다시 말해서 예술(호기심, 감수성, 인정미, 황홀감 등)을 기준으로 삼는 특별한 심리상태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는 느낌을 주는 경우에만 존재 의미가 있다. 그런 책은 흔치 않다.
감히 단언하건대 진지한 작가라면 누구나 자신이 발표한 책으로부터 끊임없이 위안을 받는다. 책은 마치 지하실 어딘가에 항상 켜두는 점화용 불씨와 같아서 작가의 가슴속에 있는 온도 조절기를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즉시 작고 조용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친숙한 열기를 발산한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언제든지 마음속에 불러낼 수 있는 책의 존재감, 책의 빛은 작가에게 한없이 편안한 느낌을 주는데, 작가가 예견했던 모양과 빛깔에 가깝게 완성된 책일수록 더욱더 풍요롭고 은은하게 빛난다.
# 황석영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건 자산이면서 능력이다.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상상력과 창조성이 나온다.
우리는 전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다 세계 시민이다.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면서 세계 시민이 돼 살아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다. 자기 정체성이 있어야 다른 문화와 접했을 때 서로 이해하고 남의 것도 존중할 수 있다
인간은 서사적 존재다. 날마다 꿈꾸면서 서사를 생산하지 않나. 현실의 여러 사건을 매일 재편성, 재구성, 상징화하고 이야기하는 건 오로지 사람의 능력이다. 그걸 더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문화적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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