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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로이’에서 주인공 아킬레우스는 포로로 잡은 트로이 공주에게 말한다. “내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비밀 하나를 알려줄까? 신은 인간을 질투해! 왜냐하면 인간은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거든.” 왜 그런가? 불멸의 신은 마지막 순간을 사는 필멸의 인간만이 느끼는 비장미를 체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신의 세계에서는 인간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비극이 없다는 것인데, 비극이 없다는 것은 카타르시스도 없다는 말이다. 시쳇말로 파토스(pathos·정념, 충동, 열정)가 존재하지 않는 삶, 드라마틱한 재미가 없는 지루한 삶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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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은 도요새의 군무를 회상하며, 그러한 ‘아름다운 광경을 본 죄’로 활동을 멈출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감각할 수 있는 이들이 결국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말로도 들린다. 스러져 가는 아름다움에 감응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기꺼이 선한 목격자가 되어 끝내 꺼지지 않는 눈빛을 밝혀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매립된 갯벌에서 바닷물을 기다리다 죽어간 조개들의 타들어 가는 갈증을 상상할 수 있다면, 온몸이 굳어버린 작은 새가 지녔을 한 뼘만큼의 온기를 쥐어볼 수 있다면, 지켜보는 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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