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을 앞에 둔 나는 어디로 걸음을 옮겨야 할까?

2023.06.12 | 조회 4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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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영원한 빛의 나라에서 무엇인들 기대하지 못하겠습니까? 그곳에서 제가 나침반의 바늘을 끌어당기는 경이로운 힘을 발견할 수도 있고, 수천 가지 천문 관측을 지배할 수도 있으며, 이 여행을 끝으로 이제까지 기이한 예외로 간주되던 현상들이 사실 얼마나 일관된 법칙을 지닌 것이었는지 마침내 밝혀내고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잖아요. 한 번도 인간이 방문한 적 없는 이 세상 어딘가, 그 풍경을 이 눈으로 목격하고 사람의 발자국이 한 번도 찍히지 않은 땅을 밟아, 이 달뜬 호기심을 달랠 생각입니다. 제 마음을 사로잡는 건 바로 이런 생각들입니다. 위험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주고 이 고생스러운 여정을 기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게 해주지요. 마치 어린 소년이 휴일에 친구들과 함께 마을의 강을 따라 탐험 여행을 떠나는 기분처럼 말입니다.

 

아아! 빅토르, 거짓이 그리도 진실처럼 보인다면, 그렇게까지 진실로 보일 수 있다면, 과연 누가 행복을 장담할 수 있을까?

 

아! 어째서 인간은 짐승보다 훨씬 우월한 감수성을 가졌다고 자랑하는 것일까? 그로 인해 훨씬 더 유약하고 의존적인 존재가 될 뿐인데. 우리의 욕망이 굶주림, 갈증, 그리고 성욕에 국한되었다면, 거의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는 존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바람 한 줄기, 우연한 한 마디, 아니면 그 말로 전달되는 풍경 하나하나에 흔들리지 않는가.

 

그렇게 사랑스러운 존재들이 불행하다면, 나처럼 불완전하고 고독한 존재가 비참하다는 게 조금은 덜 이상했다. 그러나 어째서 이 귀한 사람들이 불행한 걸까? 쾌적한 집(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이 있고 온갖 호사를 다 누리고 있는데. 싸늘할 때 몸을 따뜻하게 덥혀줄 불도 있고, 배가 고플 때 먹을 맛있는 음식도 있는데. 훌륭한 옷을 입고 있고, 서로 함께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날마다 애정과 친절로 가득한 표정을 서로 나누지 않는가.

 

자연의 매혹적인 풍경에 내 정신이 고양되었다. 과거는 기억에서 지워지고, 현재는 고요했으며, 미래는 희망의 밝은 햇살과 환희의 기대로 금처럼 빛나고 있었다.

 

‘내 떠나는 길은 자유로우니’ 내 죽음을 슬퍼할 사람 하나 없었다. 육신은 흉측했고 덩치는 거인과 같았다. 이건 무슨 뜻일까? 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엇일까? 어디서 왔을까? 내 목적지는 어디일까? 이런 질문들이 끝없이 떠올랐지만 해답을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온 세상을 앞에 둔 나는 어디로 걸음을 옮겨야 할까?

 

물론 우리는 세상과 단절된 괴물들로서 살아가리라.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아끼고 사랑하리라. 

 

그는 새로운 풍광 하나하나에 생생하게 반응했다. 일몰의 아름다움을 보며 기뻐했고, 해가 뜰 때는 더욱 행복한 마음으로 새날을 시작했다.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 풍경의 색채와 하늘 모습을 내게 가리켜 보였다. “산다는 건 이런 거야.” 그가 외쳤다. “지금 나는 존재를 만끽하고 있네!

 

그렇게 쉽게 계획에 등을 돌리시렵니까? 영예로운 원정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영예롭다고 하셨지요? 남방의 바다처럼 길이 순조롭고 잔잔해서가 아니라 위험과 공포로 점철된 길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여러분의 강건함을 드러내고 용기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정은 영예로운 것이고, 명예로운 과업인 것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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