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 알게 될 겁니다. 때가 되면 동이 트고, 이윽고 햇살이 창으로 흘러드는 것처럼요

2023.09.19 | 조회 6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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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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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어떻게 하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사이 많은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조금 시간이 걸릴 뿐이에요. 망설이지 말고 이대로 계속하세요. 당신은 올바른 장소에서 올바른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설령 무슨 일이 있어도 이제는 그 직장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 그건 아침의 첫 햇살처럼 명확했다. 나는 그저 이 현실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낄 뿐이다. 이 장소의 공기가 내 호흡기에 맞지 않는다, 라고 바꿔 말 해도 될 정도로. 이대로 여기 머무르면 머지않아 숨쉬기도 힘겨워질 것이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다음 역에서 이 전철을 내리고 싶다—내가 바라는 건 오직 그뿐이다. 무조건적으로 필요한 것,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것.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꺼내도 상사는(그리고 아마 동료들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 현실이 나를 위한 현실이 아니다, 라고 피부로 느끼는 감각은, 그 깊은 위화감은, 아마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것이리라.

 

시곗바늘은 언제나처럼 앞으로 나아가며 시간을 쌓아갔지만 (…) 그로부터 삼십년 가까운 세월은 그저 공허를 메우는 데 소비해온 것이나 다름없다. 텅 빈 부분을 무언가로 채울 필요가 있기에 주위에 보이는 것으로 그때그때 메워갔을 뿐이다. 공기를 들이마실 필요가 있기에 사람은 자면서도 무의식중에 호흡을 계속한다. 그것과 마찬가지다.

 

「시편」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사람은 한낱 숨결에 지나지 않는 것. 한평생이래야 지나가는 그림자입니다.'

 

어쨌거나 인생은 장기전이다. 그 길에 아무리 큰 슬픔이 있더라도, 상실과 절망이 기다리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본체와 그림자는 상황에 따라 역할을 맞바꾸기도 합니다. 그럼으로써 사람은 역경을 뛰어넘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랍니다. 무언가를 흉내내는 일도, 무언가인 척하는 일도 때로는 중요할지 모릅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누가 뭐래도 지금 이곳에 있는 당신이, 당신 자신이니까요." (…) "지금 여기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믿는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강하고 깊게 믿을 수 있으면 나아갈 길은 절로 뚜렷해집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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