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조승리
시각장애인 조승리 작가는 열다섯 살 때부터 서서히 시력을 잃어갔다. 병원에서는 10년 정도 시력이 남아 있을 거라고 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카프카, 무라카미 하루키, 윤대녕, 레이먼드 챈들러…손에 닿는 대로 책을 꺼내 활자를 눈에 담았다. '작가'는 가난 때문에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 본 적 없는, 남몰래 품고 있던 꿈이었다. 그땐 책을 눈으로만 읽는 것으로 생각했기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시각이 사라져간다는 두려움도 책을 읽는 순간에는 잊을 수 있었다.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없게 된 자신을 위해 불꽃 폭죽을 준비했던 친구, 직업학교에서 만난 다양한 동료들과의 우정, 안마사로 일하며 손님들과 나눈 속 깊은 대화를 다룬 글들은 타인의 따뜻한 개입이야말로 삶을 비극에서 축제로 이끌어준다는 걸 깨닫게 한다. "제 책에 공감해 주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놀랐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요즘 행복하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의 장애를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거절당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별일이 아님에도 장애인이기 때문에 거절당하는 일이 빈번하다 보니, 그 현실의 제약에 갇혀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현실을 핑계 삼다 보면 계속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거기에 맞서려면 적극적인 자세로 살아야 했어요."
그는 대만 외에도 마카오, 태국 등으로 여행을 다녔다. 자신만의 여행은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탱고에 이어 플라멩코를 배우고 있다. "플라멩코는 화려한 춤이에요. 제가 살고 있는 현실은 캄캄하지만, 플라멩코를 출 때만은 화려하게 입고 무대에 서요. 새로운 내가 되는 기분이 너무 좋고, 춤 한 곡을 완성해 나가는 성취감도 커요."
그는 자신의 새로운 장래 희망을 "한 떨기의 꽃"이라고 말한다. "비극을 양분으로 가장 단단한 뿌리를 뻗고, 비바람에도 결코 휘어지지 않는 단단한 줄기를 하늘로 향해야지. 그리고 세상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품은 꽃송이가 되어 기뻐하는 이의 품에, 슬퍼하는 이의 가슴에 안겨 함께 흔들려야지. 그 혹은 그녀가 내 향기를 맡고 잠시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내 비극의 끝은 사건의 지평선으로 남을 것이다."
# 작가 에스더 이
내 관심은 누군가가 어떻게 아무런 보장도, 아무런 희망도 없이 공허에 맞서 진지한 선택을 내릴 수 있는지에 향해 있다. 오류와 무지는 피할 수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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