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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장과 마르가리타』 미하일 불가코프
“예,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하지만 그건 문제의 반쪽에 불과합니다. 정말 불행한 건 사람이 때로는 갑자기 죽어 버린다는 겁니다, 이게 문제의 초점이지요! 그러니 사람은 오늘 저녁에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조차도 전혀 얘기할 수가 없는 겁니다.”
여러분이 실수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의 시선이 주는 의미를 과소평가하기 때문인 겁니다. 혀는 진실을 숨길 수 있어도 눈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지금 그녀의 몸속에서는 입자 하나하나에까지 기쁨이 끓어올랐고, 그녀는 그것이 마치 거품처럼 온몸을 찌르는 것을 느꼈다. 마르가리타는 자신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또 자유롭다고 느꼈다. 그리고 아침에 느꼈던 예감이 그대로 실현되었다는 것을, 이 집과 지금까지의 인생을 영원히 떠나게 되리라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다. (…) “난 보이지 않아! 난 보이지 않아!” 그녀는 더욱 큰 소리로 외치고 단풍나무 가지에 얼굴을 스치며 대문 위를 지나 골목으로 날아갔다. 그녀의 뒤를 따라 제멋대로 울려 퍼지는 왈츠가 날아올랐다.
그날 저녁 마법과 기적을 모두 겪은 뒤에 그녀는 자신이 누구에게 초대받아 가는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나, 그것이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그곳에 가면 행복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두려움이 없어졌다.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네 선으로 무엇을 할 것이며, 땅 위에 그림자가 사라진다면 이 땅은 어떻게 보일 것인가? 그림자는 사물과 사람들 때문에 지는 것이다.
신들이여, 나의 신들이여! 저녁의 대지는 얼마나 슬픈가! 습지 위에 깔린 안개는 얼마나 비밀스러운가! 이 안개 속을 방황해 본 사람, 죽기 전에 심한 고통을 겪어 본 사람, 힘에 부친 짐을 지고 이 대지 위를 날아 본 사람, 그 사람은 이것을 안다. 지친 사람은 이것을 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일말의 후회 없이 대지의 안개를, 그 늪과 강들을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죽음의 손에 몸을 맡긴다. 그는 알기 때문이다, 오직 죽음만이…….
“가장 중대한 결점은 비겁함이라는 말이 옳다면 저 개는 적어도 그 점에 있어서 잘못이 없습니다. 용맹한 견공이 두려워하는 것은 단 하나, 폭풍우뿐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운명에도 동참해야 하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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