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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응준은 죽어 가는 토토를 보듬어 안고 부처가 제자에게 한 말을 반복해 읽어줬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어찌 피할 수가 있겠느냐. 아난다여! 무너져 가는 것들에게 아무리 무너지지 말라고 만류한들 그것은 순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
"책임을 다하지 않은 인생은 결국 망한다. 게다가 암 같은 병에 걸려 고통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노환이라면 나는 토토를 토토의 죽음까지 잘 배웅해 주어야 했다. 녀석이 단 하루라도 더 내 곁에 있어만 준다면 나는, 단 하루만큼 더 용기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였다. 꼭 끌어안고 있는 우리는, 겁쟁이가 아니었다."
"죽음도 암기과목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죽음을 잊지 않으면 삶의 허튼 짓거리들을 그만하게 된다. 우리는 이유를 불문하고 어쨌든 견뎌야 한다. 산속의 그 어떤 짐승들도 스스로에게 왜 사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는다. 존재는 의미에 선행하는 것. 의미를 자꾸 추적하다 보면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무의미에 도달하게 되고, 그것은 곧 죽음이다. 살아 있으니, 무조건 사는 것이다."
"사랑하며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의형제를 맺지 않아도 누군가의 의형제가 되고, 굳이 보증을 서지 않아도 누군가의 증명이 된다."
"세상과 인생은 카오스다. 우리는 이 사실을 순순히 인정해야 하고 여기에서 자포자기보다는 겸손과 아이러니 같은 여유를 얻어야 한다. 오히려 그리하여, 부족한 우리 각자를 스스로 용서할 수 있고 잔인무도하고 황당무계한 이 세계를 개선해야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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