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정신만이, 그 바람이 진흙 위로 불어올 때에만 비로소 인간은 창조된다

2024.04.09 | 조회 5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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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대지』(바람과 모래와 별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대지는 저 모든 책들보다 우리들에 관해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그것은 대지가 우리에게 저항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장애와 맞서 겨룰 때 스스로를 발견한다. (…) 농부는 농사를 지으며 조금씩 자연으로부터 어떤 비밀들을 이끌어내는데, 그 진리는 우주적인 것이다.

 

"폭우, 안개, 눈보라가 때때로 자네를 힘들게 할 거야. 그럴 때면 자네보다 먼저 그 모든 것을 겪었던 사람들을 떠올려 봐, 그리고 그저 이렇게 말하라고. '다른 사람들이 해낸 것은 언제든지 나도 할 수 있다'라고."

 

그때 갑자기 운명의 얼굴이 내 앞에 나타났다. (…) 너는 소시민의 안온함 속에 몸을 둥글게 말았고, 틀에 박힌 일과와 숨 막힐 듯한 시골 생활의 관례들로 바람과 파도와 별에 맞서 그 초라한 성벽을 쌓았다. 너는 커다란 문제들로 근심하려 들지 않고, 너의 인간 조건을 잊으려 무척이나 애를 썼다. 너는 떠돌이별의 주민이 아니며, 스스로에게 대답 없는 질문은 던지는 법이 없지, 너는 그저 툴루즈의 소시민일 뿐. 아직 시간이 있을 때, 그 어느 것도 너의 어깨를 붙잡은 적이 없다. 이제 너를 이루고 있는 진흙은 말라붙어 굳어버렸고, 앞으로 그 무엇도 네 안에 잠들어 있는 음악가나 시인 혹은 이전에 네 안에 살고 있었던 천문학자를 깨우지 못하리라.

 

한 직업의 위대함이란 무엇보다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데 있는 것이리라. 진정한 의미의 부는 오직 하나, 인간관계라는 부유함뿐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물질적인 부만을 위해 일한다면 우리는 스스로의 감옥을 짓는 셈이다. 우리는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못하는 재와 같은 돈을 움켜쥐고 고독하게 스스로를 가둔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발견함으로써 스스로를 넓혀 간다.

 

다시 출발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 그제야 정신이 들곤 했지. 그럴 때면 매번 뭔가를 잃어버린 후였어. 처음에는 그게 장갑 한 짝이었는데, 그 추위에 그건 심각한 일이었지! 내 앞에다 벗어 놓았었는데, 그걸 다시 챙기지 않고 그냥 출발했던 거야. 그다음에는 시계였고. 그다음은 칼. 다음에는 나침반. 매번 멈춰 설 때마다, 난 가난해졌지······.
다행인 것은 그래도 한 걸음을 내딛는다는 것이지. 한 걸음 더. 항상 똑같은 걸음을 다시 시작하는 거야······.

 

그는 사람이 일단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 더 이상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로지 미지의 것만이 인간을 두렵게 한다. 하지만 일단 맞닥뜨리고 나면, 그것은 더 이상 미지의 것이 아니다. 특히 그것을 명석한 신중함으로 관찰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기계 그 자체도 완벽해지면 질수록 그 역할 뒤로 지워진다. (…)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떼어낼 것이 없을 때에 이루어진다. (…) 도구 너머 그리고 도구를 통해 우리는 오래된 본성을, 정원사, 항해사 혹은 시인의 본성을 되찾는다.

 

생명과 생명이 서로 잘 엮이는 세계, 바람이 부는 와중에도 꽃들이 꽃들과 뒤섞이는 세계, 백조가 다른 모든 백조들을 다 알아보는 세계에서 인간들만이 자신의 고독을 쌓는다.

 

우리가 질서를 지키며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우리가 그 안에 스스로 갇혀보지 않으면 가늠할 수 없다.

 

인간은 자신의 앞으로 곧장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인간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믿는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을 우물에 매어두는 끈, 마치 탯줄처럼 지구의 배에 묶어두는 끈을 보지 못하고 있다. 거기서 한발짝만 더 가면, 인간은 죽는다.

 

이제는 끝이라고 믿었고, 절망의 밑바닥에 닿았다고 믿었고, 일단 포기하는 것을 받아들였을 때, 나는 평온을 얻었다. 바로 그러한 시간에 사람은 스스로를 발견하고 저 자신의 친구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리 내면의 그 어떤 본질적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충일감, 그것보다 더 우위에 놓일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이동 시기에 야생오리들이 지나갈 때면, 그 오리들이 나는 지역에서는 이상한 물결이 인다. 커다랗게 삼각형을 그리며 이동하는 야생오리 떼에 끌려서인지 집오리들이 서툰 도약을 시도하는 것이다. 야성의 부름이 그들 내면에 저도 모를 야성의 흔적을 깨워놓은 것이다. 그리하여 농가의 오리들은 잠깐 동안 철새들로 변한다. 늪지, 벌레, 가금 사육장의 초라한 영상들만 떠다니는 그들의 작고 둔한 머릿속에 광활한 대지, 먼 바다에서 부는 바람의 맛, 바다의 정경들이 생겨난다. 그토록 놀라운 것들을 많이 담을 수 있을 만큼 자신의 뇌가 크다는 것을 몰랐던 짐승은 이제 날갯짓을 하며 알곡을 경멸하고 벌레를 멸시하며 야생오리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향수, 그것은 알지 못할 무엇인가에 대한 욕망이다. (…) 그러면 우리에게는, 우리에겐 무엇이 그리운가?

 

아무리 하찮은 역할이라도 우리가 우리의 역할을 인식하게 될 때,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행복해질 것이다. 바로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평화롭게 살고 평화롭게 죽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죽음에도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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