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자세〉
콜 씨께
댁내 두루 평안하신지요.
유효 기간이 만료된 신용카드의 사용 대금과 관련하여 더는 수표를 보내시지 않길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리지만 이제 갚으실 빚은 없습니다.
남은 빚이 있다면 본인에게 진 빚뿐이죠.
퍼스트 내셔널 은행의 은행장으로 저는 돈에 전부를 바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래가 너무 불안했던 나머지 현재를 보지 못했죠.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자원은 시간입니다.
의심과 두려움에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인생을 사십시오.
꼭 붙잡고 절대 놓지 마세요.
인생이란 기이하고 아름다운 수수께끼입니다.
부디 고객님께서도 인생을 누릴 내면의 평화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제일 후회하는 일은? 글쎄, 너무 많아서 모르겠네. 시작만 하고 못 끝낸 일들, 대학 때 칸쿤에 가지 않은 일, 내 결혼 생활, 연락 끊긴 사람들, 사고 싶었는데 안 산 옷들, 젊었을 때 젊음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할머니 뵈러도 안 갔고,
근데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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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죽음이 내 삶에 질문을 던졌다. 공부란 삶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하는 것. 죽음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마치면 두려움과 슬픔에서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
작가 C. S. 루이스의 말처럼, 슬픔은 두려움과도 같다. 슬픔은 두려움을 부르고 두려움은 슬픔을 낳는다. 고통에 시달리던 매릴린이 의사조력사를 원하자 어빈은 그녀를 원망한다. 어떻게 자기를 두고 갈 수 있느냐고. 그도 안다. “이제는 어리광을 그칠 때”이며, 사별의 두려움 때문에 그녀를 붙잡아선 안 된다는 것을. 세계적인 작가로, 존경받는 의사로, 네 아이의 아버지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았지만, 아내가 떠난 뒤 그는 자신이 지금껏 “독립적인 성인으로 살지 않았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는다. 그리고 이제야말로 혼자 살며 혼자인 삶도 가치 있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울 때임을 깨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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