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간비행』 생텍쥐페리
엔진 속도를 늦추고 산 훌리안으로 하강하면서 파비앵은 피곤함을 느꼈다. 인간의 삶을 달콤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이 그를 향해 다가오며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들의 집, 작은 카페들, 산책로의 나무들. 지금 그는 정복에 나선 날 저녁, 제국의 땅을 굽어보며 사람들의 소박한 행복을 발견하는 정복자와도 같았다. 파비앵은 무기를 내려놓고 무거운 몸과 근육통을 살피고 싶었다. 사람은 이처럼 비참함에 있어서도 풍요롭다.
단 하나뿐인 활동에서 더 이상 양식을 얻지 못한다면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이 이토록 가까이 있었던가······?' 그는 인간의 삶을 따스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시간이 있을 때'를 위해 언제나 노년으로 조금씩 미루어두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언젠가는 정말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마치 인생의 끝자락에 이르러 사람들이 상상하는 지복한 평화를 얻을 수 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살아 있는 것은 살기 위해 모든 것을 뒤흔들며, 살기 위해 저 자신만의 법칙들을 창조한다.
설령 인간의 생명이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이라 해도, 우리는 언제나 그 무엇인가가 생명의 가치를 넘어서는 것처럼 행동하지······. 하지만 그게 무엇일까?
'당신이 당신의 내면에서 추구하는 것은 소멸한다.' 페루 고대 잉카의 태양신 신전이 눈앞에 다시 보였다. 산 위에 솟은 곧은 돌기둥들도. '어떤 엄격함의 이름으로, 혹은 어떤 기이한 사랑의 이름으로, 고대 민족의 통치자는 자신의 백성들로 하여금 산 위로 그 신전을 끌어올리고, 그리하여 그들의 영원성을 드높이 세우도록 강요할 수 있었던 것인가?' 고대 민족의 통치자는 어쩌면 인간의 고통에는 무심했을지 모르지만 그 죽음에 대해서는 무한한 연민을 보냈을 것이다. 개개인의 죽음에 대해서가 아니라, 모래바다가 지워버릴 인류에 대한 연민을.
삶에는 해결책이 없네. 움직이는 힘만 있지. 그 힘을 만들어내면 해결책은 뒤따라오는 거야.
우리는 영원하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와 사물들이 갑자기 그 의미를 잃는 것을 보지 않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럴 때에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공허함이 드러나기 때문인데······
승리······ 패배······ 그런 말들은 의미 없다. 삶은 그런 이미지들 저 아래에 있으며 벌써부터 새로운 이미지들을 마련하고 있다. 승리는 어떤 사람들을 약하게 만들고, 패배는 다른 사람들을 일깨운다. 리비에르가 당한 패배는 어쩌면 진정한 승리로 다가가는 약속일지도 모른다. 오직 진행 중인 일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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