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그리고 저녁

2023.10.26 | 조회 5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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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감독이 붙드는 화두는 ‘인간은 어느 위치에 있는가’다. “어제는 어디에 있었는가, 오늘은 어디에 있는가, 내일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 쉽게 말해 ‘우리는 왜 이렇게 살지?’ ‘왜 이렇게 되고 있지?’ 하는 의문에 답하는 거다. 어느 소재든 화두는 비슷하다. 줄거리만 다를 뿐이다.”

원문

 

#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신이 그토록 매정할까? 아니 그럴 리 없다, 하지만 자애로운 신 못지않게 사탄 역시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음을, 올라이는 의심해본 적이 없다, 세상은 좀더 미약한 신이나 악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자애로운 신 역시 존재하니까,

 

그 아이가 이제 곧 나온다, (…) 이제 아이는 추운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혼자가 된다, 마르타와 분리되어, 다른 모든 사람과 분리되어 혼자가 될 것이며, 언제나 혼자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모든 것이 지나가, 그의 때가 되면, 스러져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무에서 무로, 그것이 살아가는 과정이다, (…) 어디 그뿐이랴, 그는 생각한다, 인간이 무에서 무 같은, 그런 것을 생각할 수는 있다 해도, 그것만은 아닌 것이, 그 이상의 많은 것이 있다, (…) 아마도 그건 신의 영혼이 아니겠는가, 모든 것에 내재해 무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고, 의미와 색을 부여하는, 그리고 그것이, 올라이는 생각한다, 모든 것에 신의 말씀과 영혼이 내재하는 이유다,

 

모든 것은 움직임일 뿐이며 색도 규칙적인 박동도 없이 더이상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고요히 고요히 앞으로 모든 것이 그저 나아간다

 

그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 선 채로 자전거를 바라본다, 빨래통 두 개, 모탕, 벽에 걸린 갈퀴와 삽, 어쩐지 모든 것이 제 안으로 무겁게 가라앉아 말하는 듯하다, 자신이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쓰였는지, 모든 것이 그 자신처럼 나이들어, 각자의 무게를 지탱하며 거기 서서, 전에는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고요를 내뿜고 있다, (…) 이제 에르나는 가고 없는데 빨래통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 것이다,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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