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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사샤 세이건
무수히 많은 일상적 종교의식의 바탕에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위대하고 강력한 힘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 (…) 종교가 있는 사람에게 기도는 생각을 정리하고 믿음의 대상이나 소망과 교감하고 삶의 불확실성을 마주하는 데 꼭 필요한 기본 행위다.
아버지와 같이한 모든 시간, 사소한 일들, 대화, 우리끼리만 아는 농담, 조용한 순간들을 더 귀하게 여기지 않은 게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그러나 죽음이라는 게 그런 것이다. 죽음을 통해 우리는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무언가의 부재를 겪지 않고는 그것의 진짜 가치를 알 수가 없다. 우리가 헛발질했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속죄하지 않고는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없듯이.
살아 있다는 그 자체가 경이롭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나는 알았지만, 그전에는 정말 절실히 느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나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지구상에서의 작은 순간 하나하나가 의미 있다는 생각을 나 자신에게 계속 각인했다. 그리고 만약 삶이 영원히 이어진다면 삶이 더는 소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가 언젠가는 틀림없이 죽을 테지만 지금은 살아 있고 그게 매우 운좋은 일임을 되새겼다. 서서히 이런 생각들이 가슴 떨리는 기쁨을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 이게 나에게는 어른이 되었다는 징표 같았다. 나는 모르는 게 약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아는 것이 축복이며, 기쁨을 얻으려면 때로 공포를 직접 마주해야 할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우리의 시간은 얼마나 짧은지를 진심으로 인정하고도 삶을 사랑할 수 있게 되자, 진짜 어른이 된 느낌이었다.
각각의 삶의 기록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잊힐지라도 우리가 여기에 있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우리는 살았다. 우리는 이 거대함의 일부였다. 살아 있음의 모든 위대함과 끔찍함, 숭고한 아름다움과 충격적 비통함, 단조로움, 내면의 생각, 함께 나누는 고통과 기쁨. 모든 게 정말로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광대함 속에서 노란 별 주위를 도는 우리 작은 세상 위에 있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축하하고도 남을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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