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경 에디터
서울대 의대에 재학하며 학업과 창업을 병행하는 열정 가득한 스타트업 대표가 있다. 주식회사 리소리우스의 배상윤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리소리우스는 바이오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 정신질환과 신경질환을 정량화하여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의료 체계를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제품 개발 과정에서 이미 50억 투자가치를 인정 받는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 낸 리소리우스. 이런 쾌거에 뒤에 숨겨진 배상윤 대표의 도전 과정과 목표가 궁금해져 인터뷰를 가져보았다.
서울대 의대생의 학생 창업 스토리
로켓펀치(이하 R) : 서울대 의대생이라는 독특한 학력을 갖고 계신데,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배상윤 대표(이하 배): 일반적으로 생각하시는 것보다 의대 창업이 꽤 많아서 엄청 독특한 케이스라고 말하긴 조심스러워요. 다만 학교를 다니면서 창업을 병행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서 이 관점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의학적인 도메인의 지식들을 바탕으로, 세상에 어떤 선한 영향력을 기술 기반으로 끼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고민을 하던 중 ‘이왕 리스크를 져야 한다면 젊을 때부터 져보자’라는 생각에 바로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R: 그래도 리스크를 감수하는 선택을 하기 쉽지 않은데, 더욱 디테일한 고민의 과정이 궁금해지네요.
배: 크게 두 가지 관점이 있었어요. 첫 번째로는 사람들은 리스크를 많이 지는 선택을 잘 하지 않으니까 누군가 나선다면 치고 나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럼 그 분야에 나가려고 하는 사람들 중에 내가 1등인가를 고민해 봤을 때는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했고요.
두 번째로는 지금까지 의대에서 창업을 도전하신 분들은 대부분 개업을 하기 어려운 과의 분들이었다면, 학업에 열중하여 졸업까지 안정적으로 준비해둔 덕에 가고 싶은 과나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창업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은 다른 차원의 메리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시 말해, 선택권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 리스크를 질 수 있으니까 손해를 보지 않는 리스크라고 생각했고 도전을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쌓아온 것을 떠나 새롭게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전공했지만 의대를 진학하며 진로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본과를 다니다가도 자기 계몽의 일환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과감히 휴학을 선택하기도 했다. 휴학 당시 일을 했던 경험이 현재 리소리우스 운영과 소통 방식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R: 초기 팀 빌딩 과정이 궁금해요. 팀 구성과 팀원 선발 기준이 궁금해요.
배: 저희는 의대생 6명과 공대생 3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공대 팀원들은 학점이나 스펙을 떠나 직접 일을 해 본 친구들을 우선으로 데려올 생각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알고 있는 사람과 이해관계가 잘 맞을 것 같았어요. 실제로 저희 팀은 외주 없이 프로토타입을 다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팀원들로 하드웨어 엔지니어 2명을 데려왔습니다.
의대 팀원들의 경우 두 종류의 생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데려왔던 팀원들은 각 학년에서 논문 작성에 가장 익숙하고 논문을 빨리 읽을 수 있는 친구들을 모았어요. 의대 팀원들이 해야 할 일은 논문을 읽고 연구나 분석하는 일이니까요. 이후에 합류한 팀원들은 의대를 다니면서 다른 일도 해보고 싶다는 엄청나게 확고한 의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명은 지치지 않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잘하는 사람이라 창업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번아웃을 잘 해결해줄 거라 생각해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R: 학생 창업의 어려운 점 중 하나가 팀 빌딩인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배: 팀 빌딩 과정에서 어려움은 크게 없었어요. 원래부터 알고 있던 사람들이 모인 거라 저에 대한 신뢰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구체적인 보상도 없이 높은 강도로 오래 일을 했음에도 한 명도 이탈하지 않았던 건 어쩌면 저를 통해 끈끈하게 묶여 있었던 것의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기업문화
R: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팀원들이 많다고 하셨는데, 파트타임으로 일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배: 맞아요. 그래서 모든 팀원들이 고강도로 일을 하고 있지만 저희가 전부 감내해야 하는 거죠. 리스크를 지지 않고 철저하게 플러스 알파만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 병행하겠다는 결정을 서로가 존중했기 때문이예요. 반대로 말하면 외부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 스스로 조절해야 해요.
그래서 저희가 휴직 문화가 있어요. 한 달에 최대한의 밀도로 2주 이상 일할 수 없으면 그냥 그 달은 쉽니다. 그리고 다음 달에 돌아와서 다시 일을 할 지 말지는 그 다음 달에 더 뛰어난 사람이 들어와 있으면 못 들어오는거고요. 그러니까 원할 때 쉬고 능력을 입증하고 돌아오라는 거죠.
R: 언급해주신 휴직 문화 말고 독특한 기업문화가 또 있을까요?
배: 일반적인 바이오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R&D에 높은 비중을 두는 반면, 리소리우스는 잘 닦여 있는 R&D를 빠르게 캐치하는 것이 중점입니다. 남들이 하지 않은 신박한 리서치 주제를 굳이 리스크를 지고 도전하지는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많은데도 시장 혹은 병원에 보급되지 않는 것들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어요. 그래서 팀원들에게 지능과 실행 밀도 중 하나를 극한으로 이끌어내자고 이야기하죠.
그러다보니 굳이 출근을 하지 않아도 서로를 믿고 일을 해요. 필요할 때 회의를 진행하는 것을 전제로 근태가 굉장히 자유롭습니다. 또한 학부생 팀이다 보니 밤에 출근을 하는 일이 잦고, 회의를 할 때 맛있는 것을 시켜 두고 친구랑 놀듯이 회의를 진행하는 것 같아요. 기업 문화가 있기에는 서로 너무 친하기도 하고요.
R: 의대생과 공대생은 문제 해결에 관한 사고 방식이 전혀 다를 것 같은데, 어떻게 협력하여 일을 하나요?
배: 팀 구조를 많이 실험했었어요. 처음엔 의대팀과 공대팀으로 나누어 일을 했어요. 그러나 의대생은 귀납적이고 보수적인 사고를 하는 집단이고, 공대생들은 해결해 보자는 사고로 연역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하나의 문제에 있어서 사고하는 방식이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결론은 더 빨리 도출되지만 서로의 사고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생기는 지점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팀원들을 섞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어요.
문제에 대한 정의는 같이 하되, 각자가 해결할 부분을 정하면 전문적인 해결 방식에 대해서는 절대 간섭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서로 친밀하게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니 초반에 비해 모두 사고가 유연해졌어요. 한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고 적절한 합의점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R: 팀 빌딩 6개월, 법인 설립 2주만에 50억 밸류 가치를 인정 받는 쾌거를 이루었는데, 이렇게 큰 성과 뒤에 숨은 어려움이나 편견은 없었나요?
배: 대부분의 투자사에서 똑같이 했던 말이 ‘진짜 의사 안 할 자신 있어?’ 였어요. 다시 돌아 갈 곳(의사로서의 길)이 있으니 굳이 창업을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 아닌가라는 편견이 있었고, 스타트업을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이를 증명하기 위해 교내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서 고객 1000명 인터뷰 진행, 프리토타이핑, 그리고 SCI 논문 작성 세 가지 공약을 약속하고 실천한 다음 투자를 확정 받을 수 있었어요. 특히 요즘은 헌신을 요구 받는 시기이기에 창업에 대한 진심을 확인 받는 과정이 어려웠죠.
창업가로서 열정을 인정 받아 이룬 성과 뒤에는 또 다른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투자를 받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한 달간 굉장히 힘든 시기를 거쳤다고 한다. 더 많은 것을 시도할 수 있을 줄 알았으나 모든 판단에 고민이 하나씩 추가되는 느낌이었다고. 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증명해야만 하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힘든 순간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결국 팀이었다.
사회문제에 맞설 싱크탱크, 리소리우스
R: 리소리우스의 MVV(Mission-Vision-Value)는 무엇인가요?
배: 저희의 비전은 더 빠르고 정확한 의료 시스템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리소리우스의 서비스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정신질환과 신경질환을 정량화해서 진단하는 기술들을 고민하고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에 걸려서 병원에 가면 15분의 예진과 30분의 문진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는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해야 하고 의사도 빙빙 도는 이야기들을 해야 해요. 이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면 의사와 환자가 모두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행하고자 하는 다른 프로젝트도 비슷한 일이고요.
리소리우스는 현재 9명의 팀원이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팀의 MVV는 효율적인 정신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드는 것. 오브젝티브는 환자 한 명의 인프레션을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가 그리고 비용이 싼가 두 가지에 대해 고민한다.
두 번째 팀은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재정이 문제가 되고 실질적으로 미래가 걱정되는 상황에서 국가가 해결하지 못하는 걸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 팀의 MVV는 건보재정이 망했을 때 사람들이 피해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팀 소개를 할 때 스타트업이라고 하지 않고 ‘싱크탱크’라고 호소해요.”
하나의 MVV에 부딪혀서 그 문제에 집중하기보단 그때그때 사회의 문제를 가장 빨리 분석하고 해결해주고 싶다는 이념이 조금 더 강한 것 같다고 한다.
R: 그럼 대표님의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배: 저의 제1원칙은 ‘지속 가능한 의료 서비스 만들기’입니다. 여기서 지속 가능한 이라는 말은 의사, 환자, 정부가 모두 납득할 만한 의료 서비스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신질환을 먼저 타겟했던 것 같아요. 면담 시간에 따라 의사와 환자의 만족도가 반비례 하는 지점이 있는데, 이 간극을 기술 혹은 서비스로 메워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굳이 회사 전체의 MVV를 집중해서 정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걸 제공하려고 하는데 우리가 원하는 게 들어가는 게 옳은가를 고민했었습니다. 그래서 개인 혹은 팀이 추구해야 할 비전과 밸류를 조금 더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R: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배: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굳이 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위해 전부 다 내려놓은 사람들과 조금 다르게 시작해서 남들이 오만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열정을 가지고 전부를 바치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부끄럽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본인의 모든 걸 다 내려놓고 허우적대지 않아도 스타트업이라는 회사에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으면 하고 싶은 일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능력만 있다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수단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장이 불행하다가 본인이 주저할 이유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R: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대표님의 한 마디 해주실 수 있나요?
배: 젊은 사람들이 창업하는 것에 대해 그냥 단순한 도전 혹은 시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그동안 쌓아온 지식의 깊이가 얕을 수는 있지만, 저희도 진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 만큼 저희의 도전을 그저 의대생들이 재밌게 시도하는 장난 정도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저희 팀원들도 제 주변 사람들 중에서 제가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스타트업 관련 공부를 제일 많이 하고 있거든요. 자만하지 않고 많이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울대 의대라는 학생으로서의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막힘없는 실행력이 뒷받침되었기에 대표로서 리소리우스를 이끌어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목표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그의 응원이 누군가에겐 큰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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