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언 에디터
레드테이블은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에게 입국에서 출국까지 음식, 쇼핑, 관광, 서비스, 의료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주력 상품은 여행 시 오프라인에서 직접 바로 결제할 수 있는 ‘KOREA TRAVEL CARD’로, 교통카드에 결제 기능과 할인 기능이 있는 무기명선불충전카드이며 온라인(모바일페이먼트, 신용카드 등)과 오프라인(은행, 환전소, 키오스크 등)에서 현금을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다. 각 나라별 또는 지역별로 결제 방식이 모두 다른데, 한국은 카드결제 인프라가 잘 운영되고 있어, 현금보다는 카드 사용이 편리하다. 이를 외국인들이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결제방식에 대한 혼동을 줄이고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기업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레드테이블’ 도해용 대표를 만나보았다.
여행이라는 레드오션에서 살아남다
로켓펀치(이하 R): 여행 상품이라는 레드오션에서, 레드테이블이 내세운 전략과 차별점이 무엇인가요?
도해용 대표(이하 도): 여행은 오프라인이에요. 여행을 와서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구매하지는 않죠. 그래서 온라인에서 구매를 이루어지게 하는 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온라인 결제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여행의 필수 요소가 무엇인지 생각했고, 그건 음식이었어요. 밥을 안 먹고 여행을 할 수는 없으니, 여행 상품 안에서도 음식을 베이스로 하여 전형적인 카테고리(쇼핑, 체험)를 넓히기로 했습니다. 저희 서비스 내에서 이 같은 카테고리의 결제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레드테이블’은 입국에서 출국까지 전체적인 상품의 통로가 되는 거죠. 항공권이나 호텔 예약 서비스는 이미 잘 되어 있지만, 입국해서 인바운드 과정을 내내 책임지는 시장은 아직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백을 레드테이블이 커버할 수 있겠더라고요.
R: 레드테이블의 핵심 타겟은 누구이고 어떤 전략을 세우셨는지?
도: 간단하게 말하자면 관광에 대한 정보를 한 눈에 보고자 하는 사람이에요. 저희 서비스의 최종적인 목표는 관광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다루는 것입니다. 저희 서비스가 유용하게 여겨질 수 있는 대상들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타겟을 좁혀나갔어요. 처음부터 외국인만을 핵심 타겟으로 두었다기보다는 타겟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타 기업이 다루지 않는 다국어를 적용시켰고 한국인에게는 크게 필요 없지만 외국인한테 꼭 필요한 정보들까지 제공하다 보니 서비스 자체가 외국인에게 더욱 초점이 잡히게 되었어요.
R: 타겟을 공략하기 위해 어려웠던 점과 그 해결방안은 무엇이었는지?
도: 타겟이 외국인이라는 특성상 절반 이상은 한국을 처음 오는 사람이었고 대부분 단기 고객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들의 재방문율을 높이기가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어요. 한국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고객이 한 번 모이면 이 고객의 라이프 사이클이 길게는 평생까지 갈 수도 있고 짧아도 몇 년은 가는데 인바운드로 들어온 외국인들은 왔다 가면 끝나는 케이스가 자꾸 생겨버리는 거죠. 이에 대한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의 범주를 기존보다 확장시키자는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어요. 온라인에 한정되어 있던 결제방식을 오프라인으로 확장시키고, 음식에 한정되어 있던 카테고리를 쇼핑, 관광까지 확장시켜나가고 있습니다.
코로나 등의 위기를 만났을 때
R: 레드테이블은 운영하시면서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보람 있던 순간이 궁금해요.
도: 힘들었던 순간이 많아요.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이다 보니, 전염병이 터지면 발이 묶여버리죠. 2-3년을 주기로 메르스, 사스,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많이 출렁거려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낸 것만으로도 보람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려울 때도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다음 스텝을 준비했고, 현재는 구글에서 음식점을 검색하고 예약하는 서비스의 베이스를 저희가 모두 담당하고 있어요.
R: 코로나와 같은 위기에도 레드테이블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도: 저희는 이렇게 출렁거릴 때에도 외국인과 음식이라는 키워드는 놓치지 않았어요. 대신에 일반 고객이 없어지니까 그때 이 분야를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일로 B2G 영역을 선택했어요. (* B2G(Business to Government): 정부 대상 사업/거래) 이렇게 관광객 수가 떨어지면 정부에서는 관광객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기반을 준비합니다. 관광공사나 지자체에서 이 시기에 외국인이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관광 산업을 활성화 예산을 많이 사용하려고 해요. 그래서 저희는 이때 일반 소비자에서 정부 지자체로 고객층을 넓혀서 뚫어 나갔습니다. 지자체나 정부사업을 활용해서 향후에 시장이 열렸을 때 사람들이 검색하여 지역에 있는 식당들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진행했고, 그 과정을 통해 결국 현재 구글의 베이스, KOREA TRAVEL CARD 서비스의 베이스가 되는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메인 비즈니스 아이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던 노력이 결과적으로 향후 서비스의 발전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롱런하는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
R: 대표님의 리더십 스타일과, 리더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을까요?
도: 리더로서 저만의 스타일은 없습니다. 20년 동안 한 회사의 대표를 직업으로 살아오다 보니, 그냥 제 직업이 대표가 된 것 같아요(웃음). 어느새 제 정체성이 너무 당연해져서 간과하고 있다가, 최근 들어서 좋은 리더가 무엇일까 생각해보고 있어요. 저는 구성원들이 알아서 자유롭게 하도록 지켜만 보기도 하고, 때로는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기도 해요. 구성원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걸어온 길의 경험치가 다르니, 중간에서 잘 이해하고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
R: 여러 고난과 어려움을 헤치고 13년 동안 레드테이블을 운영하셨는데, 그동안 달라진 경영 철학이나 방식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도: 예전에는 구성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사람마다 의식의 체계가 다르고 아는 것들이 다른데, 동시에 똑같은 걸 알려주고 교육하고 하려다 보니까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여기서 힘들어할 사람은 끝까지 힘들어하고 잘 해내는 사람은 알아서 잘 해낸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이제는 구성원들이 각자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믿고 맡기게 되었습니다. 결국, 일하는 구성원들이 결국 회사의 경영을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R: 한 회사를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과 원동력이 무엇이었나요?
도: 함께하는 사람들과 How와 Why를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나 철학, 비전 등 우리가 이것을 왜 하고 있는지 계속 생각하고 나눠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저희는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이 편하게 한국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있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모아 외국인들에게 공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잖아요. 이걸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를 넘어 왜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C(Chief) 레벨과 모든 팀의 협업이 잘 이루어져야 회사가 전반적으로 잘 풀려나가는 것 같아요
R: 앞으로 레드테이블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궁금해요.
도: 여행 > 관광 > 여가 순으로 여행업의 크기가 커져요. 여가 안에 관광과 여행이 있는 거죠. ‘여행산업’의 정의가 아직까지는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아요. 레드테이블은 한국에 입국해서 다시 출국할 때까지, 그 사이 과정인 인바운드 기간을 책임지는 대표 선두주자로 자리 잡고 싶은 꿈이 있어요. 아직은 흐릿한 여행 산업에서 ‘인바운드 여행 산업’이라는 새로운 길을 더 넓게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모두가 여행산업의 위기라고 말하던 시기를 잘 이겨내고 더 큰 도약을 꿈꾸는 레드테이블. 위기의 상황에서 서비스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더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셨을 대표님의 모습이 짧은 인터뷰를 통해서도 느껴졌다. 긴 시간 동안 사업을 운영했지만 Why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서 되새기는 대표님의 태도가 레드테이블의 앞날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 레드테이블이 꼭 인바운드 여행 산업이라는 길에 큰 발자취를 남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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