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 번째 로잉, 호작(2) - 인생은 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이끌어 가는 것!

가치 있고 쓸모 있는 호작질을 하는 일러스트레이션 기반 스튜디오 호작(Hojak)

* 여기서 잠깐! 로잉레터는 모바일이 아닌 PC 환경에서 읽는 것을 권장합니다! 

오늘도 로잉레터와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편을 읽기 전 지난 인터뷰를 보고 오시면
더 공감하며 읽으실 수 있을 거에요!
아래 링크를 눌러주시면 1편으로 이동합니다 :)

[끝과 시작을 아는 사람, 그러나 결국 사람으로 연결되기에]

1. 호작질 작가 님, 호작 작가 님, 원경 님... 난 이제부터 '호작'이야!

 원경 님의 전공은 가구 디자인이었어요. 자연스럽게 가구 쪽으로 진로도 흘러가게 되었고, 그렇게 들어간 첫 직장이 가구 코디네이션 회사였어요. 가구 제작과 인테리어가 다 접목된 중간자의 일이라고 합니다. 원경 님은 사람을 되게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막상 일적으로 현장에서 화 나있는 누군가를 계속 대해야하는 것이 힘들게 다가왔다고 해요. 업무적으로 스스로 성취를 느끼기에도 어렵다고 판단해서 퇴사하고 친구와 여행을 가게 됩니다.

 여행 전날까지도 전 직장에서 일을 해야했던 원경 님은, 출국하는 비행기에서도 퇴사도 여행도 실감나지 않았다고 해요. 사람들이 바글바글 있던 러시아 횡단열차를 거쳐 친구와 정신없이 놀고 싸우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어느샌가 마지막 여행지인 부다페스트에 도착했습니다. 여행 메이트였던 친구는 유럽에서 교환학생을 할 예정으로 부다페스트에서 헤어지면서, 남은 여행과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은 온전히 혼자만의 몫이었습니다.

호작, 원경 님의 로잉 맵(Rowing Map)

 부다페스트 시내버스 안, 퇴사 후 처음으로 혼자가 된 원경 님은 “이제 어떡하지, 뭐하며 살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제껏 소속감 있었던 삶에서 처음으로 혼자가 되어 방향을 잃어버렸다고 해요.

 항상 소속이 있었던 사람으로서 내가 나를 표현하는 것보다 내 주변을 설명함으로써 자신을 설명하는게 더 쉬웠는데 이제 자신을 설명할 방법이 없어진 것이었죠. 사실 그건 원경 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우리가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특별한 기술도 없고 특징도 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아주 어렸을 적의 기억부터 되짚어보기 시작합니다.

  어렸을 적부터 자신에게 당연했던 단어로 그녀는 인스타그램을 2018년에 시작, 꾸준히 ‘무언가’를 그리고 만들고 알리게 되었습니다. 돈 없는 백수이기에 시작은 미약했죠. 갖고 있는 재료들로 할 수 있는 제일 값 싼 일인 그림을 꾸준히 그리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처음 한두 번은 원데이 클래스를 하며 목공도 하고 도예도 하는 등 여러가지를 만들면서 꿈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으나, 비싸기도 하고 꾸준히 하기 어렵겠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호작질(@hojak_jill)으로 명명한 그림들을 인스타에 올려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작가님, 그림 너무 예뻐요”하며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고 해요. 호작 작가님, 호작질 작가님 등등… 원경 님에겐 호작질이 당연한 거지만 호작질이 무엇인지 역으로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난 호작질 하는 호작이야!”라며 자신의 브랜드명을 정하게 됩니다. 

 조금씩 그림을 그리며 굿즈를 만들고 판매하는 사람이었지만, 현실적으로 그걸로 생계를 이어나가긴 쉽지 않죠. 그래서 다시 회사에 취직하게 됩니다. 두 번째 회사로는 패션과 굿즈 관련한 사회적 기업에 들어가서 작가 생태계도 배우고 나름 오래 일했다고 해요. 그러던 와중 호작에게 오뚜기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한 번 들어온 기회가 고정거래처의 일도 아니고 꾸준한 일도 아니었지만, 나아가 퇴사를 결정할 정도의 큰 용기를 불어넣는 금액이 아니었을 수 있지만, 그 기회로 ‘나는 내 것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증폭되며 두 번째 퇴사를 결심했다고 하네요. 

 그렇게 들어온 기회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호작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그림 올리고 간간이 들어오는 외주를 계속 해나가다보니, 그의 계정을 눈여겨 보던 지인의 지인이 해당 기업의 담당자였던 것이죠. 그렇게 전업으로서 ‘호작’의 두 번째 스테이지가 펼쳐집니다. ✌🏻

2. 소속감이 없어도 중요한 건 사람, 사람, 사람!

 주변 사람들과 소속으로 자신을 설명하던 원경 님은 본인 자체만을 설명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동기부여는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과 열심히 사는 다른 직군의 사람들로부터 받는다고 해요.

 예를 들어 회계사, 공무원, 간호사, 경찰과 같은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자극을 얻어요. 저 사람은 저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그 일을 열심히 하고, 나는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결국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삶에 충실한 것이 로잉인 것이겠죠 🛶?

 그런 의미에서 원경 님은 회사 안에서도, 밖에서도 일을 잘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도 절대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이죠.

 본 인터뷰를 시작할 때 오늘 하루가 어땠냐며 물꼬를 텄는데, 답변 첫 마디는 “오늘 하루도 기분이 좋은 편이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러곤 “일을 좀 많이 했고,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었고요. 그리고 요즘 같이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불량 하나 없이 일을 너무 잘해놓은 거예요. 그리고 만들 게 있어서 봉제공장을 갔는데 소통이 너무 잘 된거예요. 그래서 '기분이 너무 좋다~' 생각하고 있었어요.”라고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 내용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통과 사람이 주는 행복감을 아낌없이 표현하고 있었던 것이죠.

 소통의 중요함은 점차 늘려 나갔던 오프라인 행사에서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매출은 생각한 만큼 크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고객들의 찐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같이 준비해주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었어요. ‘호작’ 뒤에 있는 원경 님의 실제 모습을 아는 분들이 많지 않을거예요. 팝업 스토어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본인을 알바생이라고 생각하는 고객들 덕분에 ‘사장님 앞에서는 쉽게 하지 않을’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온라인만으로도 반응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오프라인을 나가보니 반응도 재밌고 고객들과의 관계가 끈끈해지는걸 느꼈죠.

지난 팝업 스토어에는 전 회사의 대표님도 놀러오셨다고 해요. 열 프레스로 그 때 핫했던 제품인 양말을 찍어드리다가 문득, 회사 다닐 때 열 프레스 작업 및 수업들에 동참했던 기억이 났다고 합니다. 제품 디자이너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필요한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거죠. 양말 찍어드리면서 “대표님 제가 이거 어디서 배워서 이렇게 잘 써먹게요”라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더니, 대표님도 “원경 님이니까 이렇게 할 수 있는거지”라고 화답해주셨더군요. 전 직장에서 얻은 경험과 사람으로 자신의 사업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할 수 있었던거죠.

[Outro]

  인터뷰를 하던 즈음엔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은 작가님의 K-일러스트레이션 페어 스토리를 보면서 뉴스레터를 써나가고 있어요. 또 인터뷰 때 브랜드와 제품구성을 한 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자사몰을 제대로, 브랜드 가치관과 엮어서 만들 예정이라고 말씀주셨는데 벌써 그 작업도 완료가 되었더라고요. 로잉레터가 나올 때, 그리고 그 이후에의 호작은 어떻게 변화되어 있을지 팬으로서 기대되고 궁금해집니다.

 원경 님은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에요. 자신의 그림이 더 많이 알려지고, 작품의 금전적인 가치도 따라오면서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를 보며 저도 저의 업무, 하루 일과 중 하고싶은 일을 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되짚어 보게 됩니다.

 이번 호작 로잉레터의 인트로가 기억나시나요? 경상도 사투리인 ‘호작질’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했죠. 수미관을 이루기 위해 끝맺음도 사투리로 맺어보고자 해요. 

“조급하지 말자, 낭창~하게!“

 낭창하다는 너무 느리게 가는 모양새를 조금은 부정적으로 표현한 말이래요. 하고 싶은 일이 많을 때, 아등바등 급하게 가려고 한다고 되는 게 아니듯 원경 님은 자신의 원래 성품과 성향대로 천천히, 낙천적으로 일해나가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실제로 일이 잘 풀려서 신기했다고 하네요.

우리도 이번 3월, 너무 힘주지 않고 낭창~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각자의 일을 해나가보는건 어떨까요?

* 위 인터뷰는 2023년 6월 27일 유난히 붉은 노을로 가득 찼던 날, 원경 님의 소중한 (前)호작 작업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로잉레터의 다음 주인공 이야기는
4월 4일 목요일 12시에 발행됩니다.
다음 주인공을 기대해주세요!

호작(Hojak)에 대해 궁금하신가요?

홈페이지 / 인스타그램(호작 스토어) / 인스타그램(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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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솔직하게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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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는 더 알차게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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