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 번째 로잉, 호작(1) - 호작질, 일상의 모든 것을 쓸모 있게!

가치 있고 쓸모 있는 호작질을 하는 일러스트레이션 기반 스튜디오 호작(Hojak)

* 여기서 잠깐! 로잉레터는 모바일이 아닌 PC 환경에서 읽는 것을 권장합니다! 

[Intro]

 호작질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일단 저는 처음 들었어요.

 쓸데없이 무언가 손으로 만드는 모습을 칭하는 경상도 사투리인데요, 흔히 생각하는 낙서, 그림, 손으로 하는 무엇이든 다 포함될 수 있겠죠. 오늘의 주인공, 호작(Hojak)의 원경 님은 어려서 할머니께 “호작질 그만하고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고 해요.

 결국 돌고돌아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호작질을 업으로 삼아 그것의 지평을 넓혀가는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호작질은 “손으로 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창작놀이”이며 “모두가 인생을 시작하며 했던 일이며 놀이라서 여전히 손이 기억하고 있다”고, 그리고 그 행위가 절대 쓸데없지 않다고 말이에요.

 노을빛이 뮤트핑크로 촤라락 차분하게 깔린 지난 여름, 그날부터 귀여워족(모든 귀여운 것에 “귀여워…!”하며 눈 못 떼는 사람들…)이 된 우리는 호작 작업실에서 원경 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모두 인프피인 바람에 서로가 서로에게 감성적으로 공감하며… 현장에 있던 모두가 아래 호작 그림처럼 마루에 앉아 몽글몽글 이야기나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답니다.

[어떻게 편안함을 강요하겠어 그냥 그렇게 느끼는거지]

 호작을 위해 노를 너무 저어 힘들다며 웃음 짓던 원경 님은 이내 고민에 잠기더니, 막상 생각해보면 아직 배가 출발하지도 않은 것 같다고 답변했습니다.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해야 하다보니, 막상 돌이켜 보면 하나 하나 그중에서 특히 호작 브랜드를 온전하게 잘 쌓아 왔다고 확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매일 숨 가쁘게 노를 젓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끼고 있었죠.

 하루에도 호작 님, 강사 님, 작가 님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고, 그에 맞게 다양한 일들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콜라보 작업, 외주, 브랜드 키우기(호작), 출강 등을 하는 소위 N잡러니까요. 점차 적응이 되어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지만, 처음엔 이 일들 사이에 온오프(on-off)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도 꼭 해야 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항상 일의 우선순위를 정돈하면서 나아가고 있다고 해요.

 안에서는 동분서주하며 아직 노 젓기를 시작도 안했다고 생각하기도, 오늘 하루도 뿌듯하게 보내지 못했다며 자책하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보이는 호작의 브랜드 이미지는 마치 호수 위의 백조처럼 편안하고 평화롭습니다.

호작 브랜드나 원경 님이 콜라보한 다른 제품들을 보고만 있어도 일종의 편안함과 안도감이 느껴지는데요. 그건 애초에 원경 님이 행복하고 편안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그에게 가장 소중한 작품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그린 <작물들>이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의 대사 한 구절이 확 와닿아서, 하동 여행 갔을 때 슥슥 그리게 되었다고 해요.

 <작물들>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하는 원경 님과 벽에 걸려있는 작품을 함께 보니, 작품이 원경 님이고 원경 님이 작품 그 자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미 작가님이니 호작님이니 명칭 많은 원경 님에게 ‘호작’과 ‘작물’을 합쳐서 ‘호작물’이라고 새로운 애칭까지 붙여드리고 왔을 정도였어요. 또한 원경 님의 일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은 그녀의 ‘내가 나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도구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원경 님은 자신은 강요하거나 강요받는 걸 싫어해서 편안함을 강조하거나 강요할 생각은 없다고 거듭 말씀했지만,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바는 “공통된 무드가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우리는 그걸 편안함이라고 부르기로 했고요. 편안함을 딱 규정하고 “내가 주는 건 편안함이야”를 전달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작품을 접하는 우리 한명 한명의 일상에서 각자가 느낄 수 있는 편안함에 스며드는 브랜드인거죠.

[원경 님이 힘들어도 호작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이유🛶]

1. 나를 일으킨 한 마디

 평화롭게만 보이는 원경 님의 그림들,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원경 님.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 같지만 원경 님 역시 힘든 순간이 문득 문득 찾아 온다고 해요.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중간중간 힘들 때가 있을 수 있잖아요. 큰 실패나 좌절 때문일 수도 있고, 남들에게 말하기 애매한 사소한 것들 때문일 수도 있고요.

 원경 님은 그저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시즌에 소위 '현타'가 오며 공허함을 느꼈다고 해요. 실제로 그로 인해 로잉레터의 인터뷰를 하기 한 달 전쯤 '왜 나는 회사생활처럼 일을 재밌게 하지 못하고 있을까'하는 생각들에 잠겨 고민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심적으로 힘들다 보니 아무런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요. 자신은 행복하고 편안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일 뿐더러, 그림이 좋아서 이 일을 시작한 건데 마음이 힘드니 그림이 나오지 않아 2차로 괴로움을 또 느끼게 되었을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그녀를 움직이게 한 건 항상 곁에서 고민을 나누어준 남자친구의 한 마디였어요.

"너는 그렇게 행복한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서 뒤에서는 고통스러워하고 인생에 대해 안좋게 생각하면 어떻게 좋은 그림을 그리겠어.” 

 조금은 T스럽기도 하고 원경 님도 원래 알고 있는 말인데, 원래 우리는 그걸 알아도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잖아요. 그 때의 그녀를 구덩이에서 확 잡아 올려주는 한 마디였던 거죠. 원경 님은 발상의 전환을 어떻게든 하자고 마음 먹게 돼요.

 "나를 옥죄지 말자, 계속해서 편안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2. 원경 님만의 *로잉포인트🛶

(1) '질투'는 도전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

 로잉레터에서 빠질 수 없는 저마다의 '로잉포인트*'! 원경 님은 어떻게 꾸준하게 나아갈 수 있었을까요? 원경 님의 배가 계속해서 앞으로 갈 수 있던 원동력은 바로바로, '질투심'이라고 합니다! 

 처음 수영을 배우고 열심히 수영법을 익혀서 다음 레벨로 넘어 갔을 때나, 열심히 공부해서 심화반으로 진급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기쁨이 있잖아요. 성취의 기쁨도 잠시, 그곳엔 '진짜 고수'들이 모여 있는 걸 보면 좌절했던 경험, 다들 한 번씩 있으실 것 같은데요.

원경 님은 한 단계 올라 갔을 때 그곳에 모인 더 잘 하는 사람들을 바라 보며 질투를 느끼곤 한다고 합니다. 질투라는 말이 나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이기도 하잖아요.

 원경 님은 예쁘게 만들어진 물건은 꼭 만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하고, 멋진 그림은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어떤 방식으로 그렸는지를 생각해 본다고 하는데요. 원리와 배경을 분석하다가 깨달음을 얻으면 경이로움과 동시에 질투가 밀려 온다고 합니다.

 '나는 왜 저런 생각을 못 했지?', '왜 저걸 몰랐지?' 같은 물음표에 질투의 감정이 담겨 있는 것이죠. 이런 질투 섞인 궁금증이 괴롭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원경 님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끔 원동력이 되어주기 때문이죠. 호작이 계속해서 다채로울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었습니다.

 물론 질투의 감정에는 부작용도 따릅니다. 열등감을 심어 주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내면에서 계속해서 이겨내며 작은 성취를 하나씩 깨고 나아갈 때 느끼는 그 쾌감이 원경 님을 로잉하게 만드는 포인트임은 분명한 것 같아요. 🛶

(2) 잦은 채찍질은 금물, 나를 여유롭게 두자!

 채찍질 하기를 멈추고, 조금 정신이 들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하듯 운동이나 청소를 시작합니다. 눈에 보이는 작은 성취들을 이루며 생각을 비워내는거죠.

 특히 아침 루틴으로 수영을 한다고 해요. 회사생활을 하다가 자기 사업을 하게된 그는 루틴이 깨져서 게을러지는 게 싫었습니다. 아침에 억지로라도 일어날 수 있는 기제로 운동 중에 하나를 찾았고, 우연히 수영이 잘 맞아서 습관으로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상의 루틴을 그린 그림인 아침 수영을 마치고 나와 산책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죠. 

 신기한 점은, 일상이나 쉼에 있어서는 나만의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루틴을 가져가는 것이, 사업에서는 루틴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그를 로잉할 수 있게 했던 것입니다. 양가적인 두 행동양상은 같은 결론을 이끌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더 편하게 만드는 길이었죠.

 빽빽한 일상을 보내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고, 스스로에게 원망 섞인 말을 많이 하곤 하는 것 같아요. 바쁘게 살지 않으면 자책하곤 하셨던 분들, 오늘부터 원경 님의 *로잉포인트를 따라 일상에 빈칸을 만들어 두는 건 어떨까요?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 잠깐의 공백이 장기적으로는 나를 더 꽉 채우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

호작에 대한 내용 2편은
다음주 3월 14일 낮 12시에 찾아옵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호작’이라는 브랜드가
어떻게 나왔는지 (a.k.a. 퇴사썰 푼다) 다룰 예정이에요!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로잉하다가
기대하는 마음으로 다음주 목요일 12시에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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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wing_letter

호작(Hojak)에 대해 궁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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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솔직하게 알려주세요!
남겨주신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음 편에는 더 알차게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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