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후 (2)

2023.08.13 | 조회 1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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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감

싫으면 꺼(주시겠어요..)

죽음 후 (2) 는 시간이 한참 지난 이후에야 쓰게 될 줄 알았는데 쓰고 싶은 얘기가 생각이 나서 바로 다시 쓰게 됐다. 요즘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칼부림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데, 얼마 전에 만난 친구와도 그 얘기를 했다. 칼을 들고 다닌다거나 하는 위협으로 보일 수 있는 모습을 총 발포 권한을 가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쉽게 죽을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 블랙 유머? 그 친구 성격상 아닐 것 같긴 하다.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렇게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면 나는 그렇게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칼부림을 해서 사람을 죽였을 수도 있는 사람으로 죽기에는 나는 그런 마음을 너무 오래 참았다. 그러니까 했으면 진작 했지 이만큼 참았는데 이제 와서 그동안 참았던 걸 수포로 돌리고 싶지 않단 말이다. 

둘째로 나는 범죄자가 되어 내 친구들을 범죄자의 친구로 만들고 싶지 않다. 걔네들이 "뭐 헉 내 주변에 그런 애가 있었다니 너모너모 무섭다!" 라고 할 수도 있고 실제로 살인은 무서운 거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근데 누군가는 분명 내가 왜 그랬을까, 나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할 것 같아서 .. 나는 자살을 생각할 때도 이 부분을 고민한다. 모두가 원망스럽지만 걔네가 날 도와줄 수 없다. 걔네가 무슨 말을 해도 아마 날 멈출 수 없을 거다. 날 사랑한다고 해도 내가 소중하다고 해도 소용없다. 이미 아니까. 아는데도 상관없이 죽고 싶은 거니까. 너네도 사실 정신병무한제공 당하는 중이라 힘든데 오래 버텼다 싶다. 그러니까 죄책감 가지지 않았으면.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자니 사후세계를 또 상상하게 됐다. 그리고 역시 사후 세계는 없어야 된다. 왜냐면 인간은 궁금해하는 게 너무 많고 자신에게 없는 걸 꼭 갖고 싶어한다. 내가 죽음 후 (1) 에서 말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60억 농담, 근데 연락도 못 하고 사람도 못 보는 을 곁들인 ..
일단 사람을 만나는지 못 만나지를 어떻게 아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1) 그냥 알게 됨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 그냥 이 공간은 사람을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공간이라는 걸 알게 되는 거다. 근데 그러면 사교적인 사람들, 사람들을 너무 좋아했던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쌓여서 조금 두렵지만 행복하게 생을 마무리했다가 갑자기 영원히 사람들을 못 보게 되버리는 거다. 너무 괴롭겠다. 

2) 안내자가 알려줌
사후의 안내자가 알려줄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 일단 유사-사람을 이미 만났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부를 하고 창작에 집중하다가도 한순간 궁금하지 않을까? 나를 안내한 저 존재는 누구고, 이 공간은 뭐고 누가 만들었고 .. 다 잊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지식을 쌓는 것은 발산적 생각을 촉진하기도 한다. 나라면 사후 세계에서 늙지도 않고 외모도 한껏 가꾼 채로 머리에 지식이 탱탱하다면 사후의 안내자를 심심풀이로 유혹할 듯 .. 그래서 왕창 혼나면 복수하겠다고 사후세계를 분석하다가 그 방대함에 누워서 울어버리고 ...

 

사후에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사실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다. 왜냐면 그러면 그냥 죽기 전 세상이랑 뭐가 다르지..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번쯤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근데 그 친구들이 만약에 나랑 다른 사후 세계에 살고 있다면, 예를 들면 주연이는 다른 사람과 계속 만나고 있는데, 나는 나만의 방에 갇혀서 이제 죽어서 누가 알아주는지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쩐지도 모르는 나만의 성취를 계속 하고 있다면.. 좀 비참할 것 같다. 그렇다고 친구들을 나랑 똑같은 사후 세계에 묶는 건 할 수 없다. 나랑 똑같은 그림을 너희는 원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아니 아마 원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시작부터가 다른 사후 세계에서 나온 거니까 이미 한 사람을 찾았다.

 

그러니까 사후 세계는 존재하지 않으면 좋겠다. 나는 이미 우리의 마음이 다름을 아는 게 고통스러우니까. 내가 원하는 미래를 누군가는 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슬프니까. 쓰다 보니까 내가 힘든 부분이 이 부분인 걸 알아서 좀 짜증스럽다. 왜냐면 알면 개선을 위해서 뚝딱뚝딱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

그리고 이렇게 써놓으니 사후 세계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냥 사람이랑 사랑하며 맞추고 살기 싫다는 투정의 표현 같다. 뭐 사후 세계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사후 세계는 사람도 아니니까 기분 상할 일도 없어서 상관 없겠지만 개인적으론 좀 부끄럽군... 내 마음을 막막 애기같이 말해버린 것 같아용~

 

헤헤 그래도 내 마음을 알게 된 건 즐거운 일이다. 죽음 후에 대한 생각은 어느 정도 많이 한 것 같아서 일단 마무리 하려 한다. 다들 읽어줘서 고맙구요. 생각하게 해준 주연이와 어.. 이름을 밝혀도 되는지 모르겠는 내 친구 1도 정말 고맙습니다. 모두 다음주 일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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