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에세이

청춘들아 놀아라

라몬카사스 <무도회가 끝나고> 살롱드까뮤 김경진

2024.03.19 | 조회 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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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라몬 카사스 , After the ball 무도회가 끝나고 ,1899
라몬 카사스 , After the ball 무도회가 끝나고 ,1899

블랙 드레스를 입고

몸을 감추든, 드러내든 검정 드레스는 어떤 드레스보다 강렬한 시선을 남긴다. 연말 시상식장에서도 여배우들의 드레스는 다양한 형태의 블랙 드레스가 대부분이다. 빛나는 노랑 조명에 블랙은 더 세련미 있고 격조 높아진다. 드레스를 입으면 표정도, 걸음걸이도 손짓과 말투도 격을 쫓게 된다. 사람들의 빛나는 눈동자가 그녀를 향한다. 미끄러져 내려가는 그들의 시선 앞에 그녀는 더 도도하면서도 은밀하게 걸으며 따각따각 구두굽 소리에 그들의 청각까지 애를 태운다.

 

꽃같은 20대는 기억이 안나

사람들이 그랬다. 20 대는 꽃이라고. 꽃은 시기적절 하게 봉오리에서 태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활짝 피며 아름다움의 극을 보여준다. 근데 20 대 나는 그런 소리를 들을 때 마다 쳇! 피긴 뭘 펴. 하며 볼멘 소리를 했다.

억압받던 10대를 벗어나 자유가 허락 될 만한 시기에도 나는 상당한 억압과 제약을 받았다. 과잉 사랑에 9시 땡 진데랄라다. (신데렐라야 슬퍼지마, 넌 그래도 12시잖아)  결혼이라도 해야 밤의 세계를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들에게는 늦게 들어와도 더 없는 관용으로 새벽 3-4시에도 허허 귀여운 시선을 보내주시며 정신차려라한마디 하시면 그만이셨다. 그 무엇을 상상하든 밤에 노는 문화에 나도 일원이 되보고 싶었다.

9시쯤이면 저장된 파파에게 어김없이 전화가 오고 짜증과 함께 심적 압박감이 그렇게나 심했다. 잘못한 것도 없는 데 잘못한 사람마냥 불편했다.

그러다 보니 그 흔한 맥주 집에서 늦게 들어오는 일은 없었고, 클럽이나 나이트에 신나는 90년대 댄스 파티에 가담 한번 못해봤다

저 여인, 꽃이 핀 눈,코,입은 옆에서 봐도 환상이다. 뭘 입어도 이쁜 때에 몸에 촤악 감기는 벨로아 블랙드레스가 조명에 유난히 빛난다.

 

 

하지말라고 하면 더하고 싶어

맞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다.

빨리 벗어나서 못하게 한 것들을 다 하고 싶었다. 반항심이 올라온다. 이것은 사춘기 소녀의 반항심 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상처로 올라오는 반항심 이지만 대놓고는 무서워서 못하고 불효에는 워낙 보수적인 못난 모범생 기질 때문에 이것은 독립 해서야 가능했다. 내가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지 못했던 것 같다.

외향적인 나의 성향을 부모가 잘 탐색하고 지지해주지 않으신 것이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화려한 화장과 귀걸이로, 번쩍번쩍 빛나는 네온사인에 혼이 나가는 리듬에 맞추어 좀 놀아보면 어떤데? 시간이 별거냐, 내일도 오는 시간인데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인데 아프니까 청춘이다아니고 청춘이니까 노는거다로 책 좀 내주었으면 좋겠다.

신나게 춤도 추고 어울리고 소리도 지르고 미끌리는 시선도 좀 받고 다 놀고 나면 저렇게 쇼파에 늘어지게 누워 리 플레이 해 보면서 웃는 거지.

때를 놓치면 또 다시 못하는 때가 온다. 지금이 그때다.

 

노란 나의 일기장

오늘도 잘 놀았다고 썼다.

오른쪽 세 번째 남자가 딱 내 스타일이였는데 당췌 눈빛을 안주네.

아쉬움을 토로하는 몇 줄을 일기를 써두고 그렇게 잠이 드는 거다.

할 일을 다한 나의 벨로아 블랙 원피스도 주인과 함께 온몸에 힘을 빼고 말이다.

청춘들아 놀아라.

 

#살롱드까뮤#공저도전기#라몬카사스#스페인화가#피카소보다유명해#여인을그린화가#무도회가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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