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드레스를 입고
몸을 감추든, 드러내든 검정 드레스는 어떤 드레스보다 강렬한 시선을 남긴다. 연말 시상식장에서도 여배우들의 드레스는 다양한 형태의 블랙 드레스가 대부분이다. 빛나는 노랑 조명에 블랙은 더 세련미 있고 격조 높아진다. 드레스를 입으면 표정도, 걸음걸이도 손짓과 말투도 격을 쫓게 된다. 사람들의 빛나는 눈동자가 그녀를 향한다. 미끄러져 내려가는 그들의 시선 앞에 그녀는 더 도도하면서도 은밀하게 걸으며 따각따각 구두굽 소리에 그들의 청각까지 애를 태운다.
꽃같은 20대는 기억이 안나
사람들이 그랬다. 20 대는 꽃이라고. 꽃은 시기적절 하게 봉오리에서 태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활짝 피며 아름다움의 극을 보여준다. 근데 20 대 나는 그런 소리를 들을 때 마다 쳇! 피긴 뭘 펴. 하며 볼멘 소리를 했다.
억압받던 10대를 벗어나 자유가 허락 될 만한 시기에도 나는 상당한 억압과 제약을 받았다. 과잉 사랑에 9시 땡 진데랄라다. (신데렐라야 슬퍼지마, 넌 그래도 12시잖아) 결혼이라도 해야 밤의 세계를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들에게는 늦게 들어와도 더 없는 관용으로 새벽 3-4시에도 허허 귀여운 시선을 보내주시며 “정신차려라” 한마디 하시면 그만이셨다. 그 무엇을 상상하든 밤에 노는 문화에 나도 일원이 되보고 싶었다.
9시쯤이면 저장된 “파파”에게 어김없이 전화가 오고 짜증과 함께 심적 압박감이 그렇게나 심했다. 잘못한 것도 없는 데 잘못한 사람마냥 불편했다.
그러다 보니 그 흔한 맥주 집에서 늦게 들어오는 일은 없었고, 클럽이나 나이트에 신나는 90년대 댄스 파티에 가담 한번 못해봤다
저 여인, 꽃이 핀 눈,코,입은 옆에서 봐도 환상이다. 뭘 입어도 이쁜 때에 몸에 촤악 감기는 벨로아 블랙드레스가 조명에 유난히 빛난다.
하지말라고 하면 더하고 싶어
맞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다.
빨리 벗어나서 못하게 한 것들을 다 하고 싶었다. 반항심이 올라온다. 이것은 사춘기 소녀의 반항심 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상처로 올라오는 반항심 이지만 대놓고는 무서워서 못하고 불효에는 워낙 보수적인 못난 모범생 기질 때문에 이것은 독립 해서야 가능했다. 내가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지 못했던 것 같다.
외향적인 나의 성향을 부모가 잘 탐색하고 지지해주지 않으신 것이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화려한 화장과 귀걸이로, 번쩍번쩍 빛나는 네온사인에 혼이 나가는 리듬에 맞추어 좀 놀아보면 어떤데? 시간이 별거냐, 내일도 오는 시간인데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인데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니고 “청춘이니까 노는거다”로 책 좀 내주었으면 좋겠다.
신나게 춤도 추고 어울리고 소리도 지르고 미끌리는 시선도 좀 받고 다 놀고 나면 저렇게 쇼파에 늘어지게 누워 리 플레이 해 보면서 웃는 거지.
때를 놓치면 또 다시 못하는 때가 온다. 지금이 그때다.
노란 나의 일기장
오늘도 잘 놀았다고 썼다.
오른쪽 세 번째 남자가 딱 내 스타일이였는데 당췌 눈빛을 안주네.
아쉬움을 토로하는 몇 줄을 일기를 써두고 그렇게 잠이 드는 거다.
할 일을 다한 나의 벨로아 블랙 원피스도 주인과 함께 온몸에 힘을 빼고 말이다.
청춘들아 놀아라.
#살롱드까뮤#공저도전기#라몬카사스#스페인화가#피카소보다유명해#여인을그린화가#무도회가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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