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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세계

올케와 시누이

2024.11.19 | 조회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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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지난 주말에 대전에서 사는 사촌 동생의 결혼식이 있었다. 그 동생은 몇 해전 돌아가신 외삼촌의 장남이다. 첫 조카라고 나를 유난히 예뻐하셨던 삼촌이다. 나는 가고 싶었지만 사람 많은 곳을 남편이 싫어할 것이라는 건 뻔했다. 엄마는 결혼식엔 남동생이 참석하고 나는 다음 달에 서울 큰 이모 칠순잔치에 참석하라고 했다. 그런데 다시 전화가 와서 남동생네가 못 간다고 하니 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편에게 말을 꺼냈고 남편의 싫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우리가 꼭 참석해야하냐며 묻는 것이다. 엄마가 와 주었으면 하시는 것 같다고 했더니 마지못해 그러마고 했다. 다음날 올케에게 연락이 왔다. 조카가 미술 대회에 참가해 상을 받는 날이고 동생도 출근을 해야해서 결혼식에 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운전 중에 전화를 받은 나는 너희가 못 가니 우리가 갈 것이라고 얘기했다.

무사히 결혼식에 다녀오고 이틀 뒤 치과에 다녀오다가 올케를 만났다. 단지 내 화단 뒤에 있었지만 나는 그녀를 알아보았고 조카가 상은 잘 탔는지 물어보았다. 치과치료 후라 대화를 오래 할 수 없어서 인사만 하고 집으로 왔다. 그런데 단지 내 화단 뒤에서 나를 모른 척 하고 딴 곳을 보고 있던 올케가 마음 쓰였다. 화단 밖에서 내가 그녀를 알아보는 것보다 화단 안쪽에서 바깥에 있는 나를 알아보기가 더 쉬웠을텐데 말이다.

곰곰이 생각을 되짚어보니 조카가 상을 탄 것은 하나도 기뻐하지 않고 결혼식 불참 이유만 물었던 내게 섭섭했던 듯 싶었다. 변명을 하자면 우리 둘째가 교내 상을 올 해 8개를 받아서 수상에 조금 둔감해진 탓도 있었고 남편 눈치 보느라 맘이 불편한 탓도 있었다. 갑자기 남편이 원망스러워졌다. 남편이 가기 싫어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가는 것도 조카가 상 타는 것도 기뻐했으리라. 그런데 차가 막히는 길을 대전까지 운전해서 결혼식에 다녀온 남편에게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내 속만 탈 뿐이었다.

평소 무뚝뚝한 내게 싹싹한 올케에게 고마운 마음이었는데 장남이라고 내가 동생에게 먼저 책임을 지웠던 건 아닌지 싶다. 나는 '시'자 행세 안 하려고 했는데 본의 아니게 남편 땜에 '시'자 행세를 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올케와 관계가 껄끄러워진 것이 못 내 불편했다. 남편 살피랴 엄마 살피랴 올케를 살피지 못한 내 탓이었다. 모두를 만족 시키지 못했다.

올케도 시어머니 눈치 보고 시누이인 내 눈치 보느라 마찬가지로 불편했을 것이다. 그녀 편에서의 그림은 내가 경험한 것과는 또 다를 것이다. 나는 알 수 없다. 다만 짐작 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세계에 사니까.

 

*글쓴이_김경애

중고등학생 사춘기 자녀를 둔, 두 아이의 엄마로 아이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나만의 세계를 넓혀나가고 있다. 요양원과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시니어 강사로 활동한다. 여러곳에서 미술심리상담사, 이미지메이킹 강사로 활동하며 브런치 작가로 글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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