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에세이

로댕 /다나이드 #박숙현

예술가들이 여체를 사랑한 이유

2024.07.08 | 조회 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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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예술가들이 여체를 사랑한 이유

예술계에서 여성의 여체는 매체와 소재에서 아마 단연코 상위에 있을 것이다. 특히 남성 예술가들에겐 자신을 제외하고 이처럼 호기심으로 가득한 대상이 있었을까? 나도 대학 시절 첫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보았던 모델의 여체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석사 시절에 남자 모델을 그려보기도 했지만 역시 잔근육들보다는 흐르듯 유연한 긴선을 가지고 있는 여체가 훨씬 좋았다. 매끄럽게 떨어지는 선은 무른 성질의 목탄과도 아주 잘 어울리는 대상이었다.

이런 매력적인 대상을 평생 조각하고 사랑했던 로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설령 누군가에겐 고통의 삶을 주었더라도 말이다.

로댕의 삶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이름 카미유 클로델 그녀를 모델로 작업한 우윳빛 대리석 작업을 보는 순간 가슴 한편이 저려 오는 것은 아마도 연민의 느낌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로댕 박물관을 찾은 건 벌써 10년도 넘은 일이다. 그곳은 내게 작은 궁전과도 같은 느낌으로 남아 있다. 넓게 펼쳐진 정원과 그가 남긴 수천 점의 조각들이 저택 가득 채워져 있었고 야외엔 미술 교과서에서나 봤던 <생각하는 사람 >조각이 관람자의 시선 보다 훨씬 높이 설치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가 생전 수많은 어시스턴트와 비서가 머물렀던 작업장과 사무실을 본 기억은 없지만 그를 주인공으로 만든 여러 영화에서 그의 스튜디오는 조형물을 만들어내는 회사와도 같이 그려졌던 것 같다.

그의 작업들은 고대의 작자 미상의 그리스 조각들보다 훨씬 더 깊은 온도가 느껴졌다. 여체들은 하나같이 복잡한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삶의 힘든 고통, 슬픔, 외로움, 사랑, 욕망 등 모든 세상의 감정들을 온몸으로 표현하느라 소리치고 있었다.

조각가들에게 선택된 돌덩어리들은 끌과 망치로 다듬어지고 어루만져져서 세상에 남겨졌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위대한 작품이라 부른다. 그것으로부터 때론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기기도 하고 나 자신을 빙의시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지. 대리석 조각의 매력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같은 돌이 주는 차가움 안에 은밀한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일 것 같다.

신이 만든 인간이라는 육체를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조각가들이 자신의 작품과 충분히 사랑에 빠질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로댕과 카미유의 사랑이 비극이었을지라도 그들의 작품만은 내게 똑같이 위대하다.

로댕<다나이드>1889
로댕<다나이드>1889

작가소개

치유작가 sue 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12년간 해외 살이로 세계 곳곳의 박물관 미술관을 다니는 취미를 가졌고 지금은 한국에서 그림 그리는 작가로 글도 쓰며 살고 있다

*'살롱 드 까뮤'는 그림 감상과 글쓰기로 이어 가는 인문.예술 커뮤니티입니다.

*#살롱드까뮤 #미술에세이 #그림에세이 등 해시태그를 달아서 SNS 등에 공유합니다.

*출간, 강의, 협업 등의 제안은 camuca@naver.com 또는 해당 글쓴이의 SNS를 통해 문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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