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에세이

덴마크 화가_칼 블로흐

어부의 섬 '이솔라 페스카토리'

2024.04.15 | 조회 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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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어부의 섬

'이솔라 페스카토리' _

 

마조레 호수, 이솔라 페스카토리 그물에 걸린 베아트리체

그는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주에 있는 마조레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마조레에는 귀족 보로메오 가문이 소유한 세 섬이 존재했다. Isola Madre(어머니 섬), Isola Bella(아름다운 섬), Isola dei pescatori(어부의 섬)이 있다. 보로메오는 밀라노의 중요한 귀족 가문 중의 하나였다. 보로메오 저택은 이솔라 벨라에 있었다.

베아트리체 보로메오는 페라고스토(Ferragosto, 성모 마리아 승천 대축일) 저녁에 산책을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멀리 이솔라 페스카토리 주변에서 성모 동상을 옮겨 나르는 어선의 행렬의 빛을 보았다.

"에바, 저 빛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저에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안 그래도 체력이 약한 베아트리체였다. 최근 들어 건강이 악화된 그녀는 보로메오 저택에서 외출이 어려웠다. 마치 높은 성에 갇혀 살던 라푼젤의 소원처럼 보로메오 가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그녀였다.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그녀와 늘 함께인 선생님, 에바 도나텔리에게 물었다.

"베아트리체, 오늘은 성모 승천일이란다. 네가 지켜보고 있는 것은 이솔라 페스카토리의 어부들이 성모 동상을 운반하는 빛이지."

에바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는 빛을 향해 가리켰다. 베아트리체의 가녀린 몸이 떨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혹시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었다. 에바는 살며시 웃으며 등을 쓸어주었다. 베아트리체는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는 에바의 목에 매달리는 형태로 분노를 간청했다.

"눈 앞에 있는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이솔라 페스카토리로 다시 가고 싶어요. 에바, 약속해 줘요. 함께 간다고. 이 지긋지긋한 이솔라 벨라에서 잠시라도 도망치고 싶어요! 제발 제발.. 에바, 어디에 있어요? 에바!! 보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무서운지 알아요? 언제까지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 희미하게라도 느낄 수 있을 때, 떠나고 싶어요. 도와줘요..에바.."

베아트리체는 이미 죽은 사람의 유니폼을 걸치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몸을 질겅거렸다. 현실보다는 환상에 홀린 그녀는 에바를 옭아매듯 더듬거렸다. 한 번도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던 그녀였었다. 갑작스레 허약해지는 체력과 동시에 평범했던 시력까지 잃어가고 있었다. 엉망이 된 육체를 삼켜버린 원망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것 같은 에바에게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에바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연약하지만 씩씩했던 베아트리체와 낚시를 가끔 하러 가곤 했었다.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에서 그녀의 따스한 미소가 날개를 펼치듯 우아하기 그지 없었던 것이다. 그 미소에 기쁘게 긴장된 에바는 행복의 만족감에 헤어 나오고 싶지 않을 때였다.

환하게 피어나는 붉은 꽃잎들과, 파랗게 피어나는 분노의 작살은 순결한 베아트리체를 덮쳐버렸다. 그녀는 그물에 걸린 물고기들처럼 미친 듯이 발버둥 치고 있었다.

 

죠반니의 파란 장미 진주 브로치

이솔라 페스카토리(어부의 섬) 호안선에서는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이 있었다. 배고픈 갈매기에게 빵 조각을 떼어주는 어부도 있었다. 점심으로 사왔던 빵이었다. 가게 주인이 잔돈이 없다며 미안함을 꽃으로 대신했다. 그는 느슨해진 그물을 지켜보았다. 짐을 싸고 있었다. 오른손엔 그물에 엉켜 발버둥 치는 물고기들이 있었다. 왼손에는 몇 가지의 꽃들이 들려있었다. 꽃들은 그의 한 걸음, 한걸음에 따라 향을 퍼트리며 피어나고 있었다. 파동에 끌려가듯 무거운 몸을 끌어갔다. 그 질퍽한 무리 속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에 화려하고도 절절한 움직임을 뿌옇게 라도 느낄 수 있어 베아트리체는 두근거렸다. 에바는 소름이 돋았다. 흥분한 베아트리체가 자신을 알아본 것처럼 날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죠반니 디카프리오는 그녀들을 이미 한눈에 알아보았다. 마조레 호수 섬에서, 보로메오 가문을 모르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었다. 집으로 들어가 그물에 감긴 물고기들을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다. 바다 비린내가 가득하던 집안에 낯선 향기로움이 죠반니의 숨을 잠시 멈추게 하였다. 물고기들은 아가미와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그렇게 죽어 있는 것을 보니 산소가 부족한 것 같다.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침에 마시던 물 컵이 보였다. 그는 산소가 부족한 사람처럼 물을 벌컥 마셨다. 마신 물 컵에 꽃을 신경질적으로 사정없이 흔들며 쑤셔 넣기 시작했다. 꽃잎들은 집안에서 힘없이 뜯겨나가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꽃의 물컹거림이 죠반니를 가리키며 짓이겨왔다. 광장 시계탑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제까지만 해도 쳇바퀴와 같이 반복하던 날들이었다. 평소와 마찬가지인 일상이었다. 죠반니는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이 서러운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창밖, 손짓으로 죠반니를 할퀴고 있는 분홍 아이 때문이었을까.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슬픈 표정을 하고 서 있을 옛 연인 에바 때문이었을까. 행복했던 어느 날 에바는 작별의 편지를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죠반니의 세상이 붕괴되었다. 자신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비켜가는 원초적인감정을 내려놓게 되었다.

"베아트리체,. ."

죠반니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입모양을 뻐끔뻐끔 움직여 보았다. 마치 물고기가 힘겹게 숨을 삼키듯 입을 벌리며 알아볼 수 없는 표정을 하고서 말이다.

"이곳에서 에바랑 같은 파란빛이 보여요. 역시 죠반니.. 였군요."

베아트리체는 멀리서 반짝이는 것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액자 속 그림 에바의 브로치를 손 짓 하며 말을 했다. 에바는 평소에 브로치를 즐겨 했다. 그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파란 장미에 진주가 있는 브로치였다. 에바는 죠반니가 진주를 캐왔던 그날을 떠올렸다. 손재주가 좋았던 죠반니는 사용하지 않는 파란 커튼을 잘라 장미를 만들었다. 파란 장미 안에 진주를 장식해서 브로치를 만들어주었다. 에바는 죠반니를 아낌없이 사랑했던 자신을 떠 올려봤다.

 

에바의 바닷소리는 고전적이다.

에바는 바닷소리를 들으며 어부의 섬에서 태어났다. 오래전부터 죠반니와 평생토록 함께 할 것을 약속한 사이였다. 그들은 보로메오의 사랑스러운 아이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사실 오래전, 베아트리체는 죠반니를 참 잘 따르는 아이였다. 죠반니도 그런 베아트리체가 싫지 않았는지 이것저것 만들어주었다. 그 중에 여러 모양의 조개 껍질로 만든 목걸이를 참 좋아했었다. 그 밖에도 죠반니가 우리를 자주 배에 태워주었다. 셋이 함께 물고기를 잡으러 다녔을 때, 우리는 어느 날보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에바는 급격히 건강이 안 좋아지는 베아트리체와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바닷 소리로 갈라지는 이솔라 벨라와 이솔라 페스카토리는 나에게 멀어질 수밖에 없는 단단한 기도였다. 베아트리체의 부모들은 내가 온전히 그녀에게 집중할 것을 바랬고, 죠반니와 작별을 원했다. 그렇지 않으면 죠반니의 모든 것들을 빼앗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맹세했다.

선명하게 기억되는 곳인데도 베아트리체는 더 이상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의 연한 분홍 원피스는 고전적이다. 우리의 고전적인 이유는 바닷소리로 갈라진다. 에바는 다시 태어난다면 바다로 태어나, 죠반니를 지켜줄 것이라 외친다. 아름다운 베아트리체 너도 함께 바다로 태어나자. 우리 모두 헤어지지 말고, 자유롭게 떠나자.

 

*글쓴이 - 료

글/ 도서관/ 미술관에 곁들어 살고 있다.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많다. 예술에 대한 욕구가 차오르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질주하는 본능은 태어났을 때부터 가진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인 것 같다. 그렇게 멍 때리기를 반복하다가 얻어걸리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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