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무슨 일 있나요?
당신, 무슨 일 있나요? 아니면 어디 아픈가요? 돌 위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당신 모습에 걱정이 되네요. 당신, 오늘도 마음을 갈고닦는 중인가요?맑고 연한 노란색이었지만 갈면 갈수록 뽀얗고 하얀빛을 내는 '상아' 같이 창백해진 당신 등 위에 살포시 손을 올려 내 온기를 나눠주고 싶네요.
당신, 어떤 아픔에 오늘도 슬피 울고 있나요? 점점 녹아내리는 하얀 눈처럼, 언젠가는 사라질까 봐 붙잡고 싶네요.
당신, 모든 걸 다 안고 희생하고 있나요? 캄캄한 밤을 청아하게 비추는 달 속에 사는 선녀처럼 훌훌 털고 날아가길 바래요.
당신, 월궁항아(달에 사는 선녀)를 아시나요?
코끼리의 엄니 '상아'처럼 하얗다 못해 투명한 빛을 내는 프랑수아 오귀스트 르네 로댕의 다나이드(La Danaïde) 조각은 '상아(달에 사는 선녀)' 같다. 당신이 바로 월궁항아다. 밤하늘에 쓸쓸한 달빛이 흐른다. 외로움이 가득한 은하수는 당신의 몸을 휘감고, 차가운 달 속에 꽁꽁 묶어둔다. 티가 없이 맑고 아름다운 당신은 웬일인지 그 어떤 저항도 하지 않는다. 단지 기다릴 뿐이다. "월궁항아여!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어디선가 잔잔한 노랫소리가 들린다.
"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구름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건
샛별이 등대 란다 길을 찾아라 " 반달(1924), 윤극영
"아! 월궁항아여! 당신은 차가운 달에서 떠날 수 있는 시간을 알고 있었군요!", "샛별이 빛나는 그때, 그때가 오면 이 창백한 공간을 떠날 수 있군요." 아무리 아름다운 월궁항아지만, 혼자 있는 것은 무척이나 외로웠던 것이다. 혼자 있는 나를 생각해 본다. 처음에는 좋을 거 같다. 나에게 맞춰 시간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잠깐일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내 마음을 함께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 "월궁항아여! 그대를 위해 내가 준비한 게 있습니다." 샛별이 찾아올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이 시간, 나는 월궁항아를 위해 달항아리를 준비했다. 달항아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월궁항아에게 들려주려 한다.
당신, 달항아리 속에서 잠시 휴식을 갖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있는 달항아리에는 그들의 따뜻함이 들어있으니, 여기서 잠시 위로를 받기를 바랍니다.
슬픔 마음이 있나요? 펑펑 우세요.
쏟아지는 눈물 모두 받아줄게요.
화나는 마음이 있나요? 실컷 분노하세요.
토해져 나오는 분노 다 담아서 저 멀리 떨어진 은하수로 보낼게요.
무서운 마음이 드나요? 무서움의 형상을 말해주세요.
그와 반대되는 형상으로 바꿔 즐거움을 드릴게요.
불안한 마음이 드나요? 그 불안을 담고 있는 고민을 털어내 보세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용기를 드릴게요.
월궁항아여! 달항아리 속에서 잠시 휴식을 갖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샛별이 빛나는 그때 태양을 향해 떠나요. 언제나 당신 곁에 함께 할게요. 그리고 당신의 손 꼭 잡아드릴게요.
"쌀쌀한 도시에서 손을 잡고서 나란히 둘이서 걷는 사람만 언젠가 한 번은 봄을 볼 수 있으리"
라이너 마리아 릴케, <봄을 그대에게>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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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전애희
현재 미술관 도슨트로 활동하며 도서관에서 독서지도사로 독서연계, 창의융합독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림책과 그림은 예술이라는 한 장르! 예술을 매개체로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소통하는 삶을 꿈꾸며, 내 삶에 들어온 예술을 글로 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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